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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2승 아냐? 1승이야?"
승리투수가 되기까지 너무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윤영철은 지난해 7월 척추 피로골절 진단을 받으면서 후반기를 사실상 거의 다 날렸다. 올 시즌 초반에는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다. 개막하고 3경기에서 3패, 5⅔이닝, 평균자책점 15.88이라는 참혹한 성적표를 남기고 2군에서 재정비하는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2군에 내려가기 직전 윤영철은 마음처럼 풀리지 않은 경기 내용에 분했는지 눈물을 보여 안타까움을 사기도 했다.
지난달 1군으로 돌아온 윤영철은 서서히 좋은 투구 내용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5경기에서 1승2패, 24⅓이닝, 평균자책점 2.96을 기록하며 서서히 안정감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직구 제구는 여전히 흔들리고 있긴 하지만, 주무기 슬라이더를 앞세워 타자들과 싸움이 되고 있다.
윤영철과 배터리 호흡을 맞춘 김태군은 "(경기 전) 불펜에서 공을 받을 때 직구가 직전 경기에서는 조금 많이 날렸는데, 오늘(6일)은 조금 찍히더라. 그래서 직구를 조금 많이 써볼까 콘셉트를 잡고 들어갔는데, 확실히 불펜과 마운드는 또 다른 것 같더라. 그래서 슬라이더를 잘 던지는 투수니까. 변화구에 조금 더 포커스를 맞추고 변화구 비중을 조금 더 높였던 것 같다"고 되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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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철은 351일 만의 승리에 "통산 첫 승도 아니고, 그냥 시즌 첫 승인데. 승패를 떠나서 일단 팀이 내가 나갔을 때 많이 이겼으면 좋겠는데 한번도 못 이겨서 그 점을 약간 안 좋게 생각했다. 팀도 이기고 승리도 해서 굉장히 기분 좋다"고 후련한 마음을 표현했다.
2군에 내려갔을 때는 다른 것보다 복잡한 생각을 비우는 데 집중했다고 한다. 퓨처스팀 코치들도 윤영철에게 무언가를 더 하려고 하기보다는 그냥 편하게 쉬라고 조언했다.
윤영철은 "하나의 과정일 뿐이다. 어떤 결과로 갈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선수나 다 겪을 수 있는 일이다. 지금 베테랑 선배들도 다 겪어 왔던 것이고, 다 이겨냈기에 그런 자리에 있는 것이다. 나도 그냥 이런 시간을 겪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너무 의식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좋으면 좋은 대로, 안 좋아도 좋은 쪽으로 바꾸려고 계속 그렇게 지낼 것 같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김태군은 "좋을 때도 있었고, 안 좋을 때도 있었는데 나는 아무 말도 안 했다. 본인이 더 느껴봐야 하는 것이고, 풀타임으로 아직 뛰어본 적이 없지 않나. 지금 3년차에 과도기를 겪고 있다고 생각한다. 옆에서 어떤 말을 해주는 것보다는 본인 스스로 느끼고 헤쳐나갈 수 있도록 지켜봤던 것 같다"며 스스로 잘 극복해 나가고 있는 막내를 기특해했다.
6이닝 무실점 호투로 큰 산을 넘은 윤영철은 이제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돌면서 팀에 보탬이 되는 일만 남았다.
윤영철은 "오늘 같이만 던졌으면 좋겠다. 오늘처럼만 던지면 더 바랄 것도 없다. 그냥 이 정도, 이 정도가 아니더라도 그냥 꾸준하게 5~6이닝 던지면서 자신감을 찾아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범호 KIA 감독은 경기 뒤 "윤영철이 완벽한 투구를 해줬다. 승리투수가 될 자격이 충분한 투구였다. 김태군의 리드도 윤영철의 호투에 한몫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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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