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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필승조로라도 던질 수 있을까?"
지난해가 '인생 역전'의 시작이었다. 시즌 도중 김경문 감독이 부임했고, 김 감독이 투수 전문가 양 코치까지 영입했다. 두 베테랑 지도자는 김서현을 보자마자 얘기를 해줬다. "너가 던지고 싶은 대로 던져."
다시 고교 시절 와일드했던 투구폼으로 돌아갔다. 구위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물론 제구는 여전히 잡히지 않았다. 그런데 이게 뜻밖의 호재(?)가 됐다. 타자들이 무서워 움츠러들기 일쑤. 그렇게 한 이닝씩 막아나가더니 지난해 10홀드를 하며 시즌을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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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또 하나의 변수가 김서현의 야구 인생을 바꿨다. 한화는 지난해 부족한 환경 속 마무리로 맹활약해준 주현상을 신뢰했다. 개막 마무리로 등판시켰다. 그런데 한화는 선발 폰세, 와이스, 문동주 등에 불펜 한승혁, 김서현, 박상원, 정우주 등 150km 넘는 공을 던지는 투수들이 수두룩했다. 140km 중반대 구속의 주현상이 나오면, 앞에서 쩔쩔 매던 타자들의 방망이가 경쾌하게 돌아갔다. 김 감독과 양 코치는 이 딜레마를 풀어야했다.
그렇기에 마무리로는 가장 강한 공을 뿌리는 투수가 가야했다. 후보는 김서현 뿐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걱정을 지울 수 없었다. 안그래도 제구가 흔들리는데, 마무리 중책을 맡기면 더 혼돈스러워하지 않을까. 마무리 데뷔 경기에서 흔들려버리면, 그 아픔을 이겨낼 수 있을까.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김서현으로 가는 강수를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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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기록이 중요한 게 아니라, 김서현이 마무리로 정착하며 시즌 초반 험난한 길을 걸었던 한화가 안정세를 탔다는 게 중요하다. 현재 1위 경쟁중이다. 다른 선수들도 잘해줬지만, 김서현 마무리 변신이 그야말로 '신의 한 수'였다. 모르던 게 있었다. 김서현은 오히려 자리를 주면, 그게 신나서 더욱 집중하고 잘하고 싶어하는 전형적은 'MZ 세대'였다는 걸. 마무리에 가니 구위는 여전한데, 제구가 지나치게(?) 안정적이다. 이전과 같이 직구로만 윽박지르지 않고 슬라이더를 적절히 사용하는 영리함까지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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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