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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승조는 되겠어?" 어디로 튈지 모르던 'MZ' 파이어볼러, 마무리를 넘어 KBO 최고 스타 '인생 역전' 눈앞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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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6-10 08:23 | 최종수정 2025-06-10 08:44


"필승조는 되겠어?" 어디로 튈지 모르던 'MZ' 파이어볼러, 마무리를 …
23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한화 김서현이 경기를 마무리 지은 뒤 환호하고 있다. 대전=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5.23/

[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필승조로라도 던질 수 있을까?"

불과 4달 전 정도의 얘기다. 한화 이글스의 호주 스프링캠프. 양상문 투수코치는 김서현의 불펜 피칭을 보며 "힘을 더 빼야 한다"고 계속해서 강조했다.

2023년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의 유망주. 155km를 훌쩍 넘는 강속구를 뿌리는 매력적인 자원. 하지만 프로 데뷔하자마자 우여곡절이 많았다. 신인 스프링캠프 때 개인 SNS 논란이 터졌다. 또 입단하자마자 와일드했던 투구폼 수정을 시도했는데, 그러면서 자기 공을 던지지 못했다.

지난해가 '인생 역전'의 시작이었다. 시즌 도중 김경문 감독이 부임했고, 김 감독이 투수 전문가 양 코치까지 영입했다. 두 베테랑 지도자는 김서현을 보자마자 얘기를 해줬다. "너가 던지고 싶은 대로 던져."

다시 고교 시절 와일드했던 투구폼으로 돌아갔다. 구위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물론 제구는 여전히 잡히지 않았다. 그런데 이게 뜻밖의 호재(?)가 됐다. 타자들이 무서워 움츠러들기 일쑤. 그렇게 한 이닝씩 막아나가더니 지난해 10홀드를 하며 시즌을 마무리 했다.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2025 시즌. 어린 선수다보니, 자신을 어필하고 싶은 마음이 컸을 것이다. 한화는 자기가 아니더라도 선배 필승조 후보들이 수두룩했다. 힘이 들어가면 제구가 흔들릴 뿐 아니라, 부상 염려도 있었다. 양 코치는 이를 걱정해 "힘을 빼라"고 조언했다.


"필승조는 되겠어?" 어디로 튈지 모르던 'MZ' 파이어볼러, 마무리를 …
2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한화 김서현이 역투하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5.28/
그 때만 해도 김서현이 새 시즌 안정적인 필승조 역할을 할 거라 확신한 사람은 없었다. 여전히 제구가 불안한 선수 이미지를 벗어던지지 못했기 때문.

하지만 또 하나의 변수가 김서현의 야구 인생을 바꿨다. 한화는 지난해 부족한 환경 속 마무리로 맹활약해준 주현상을 신뢰했다. 개막 마무리로 등판시켰다. 그런데 한화는 선발 폰세, 와이스, 문동주 등에 불펜 한승혁, 김서현, 박상원, 정우주 등 150km 넘는 공을 던지는 투수들이 수두룩했다. 140km 중반대 구속의 주현상이 나오면, 앞에서 쩔쩔 매던 타자들의 방망이가 경쾌하게 돌아갔다. 김 감독과 양 코치는 이 딜레마를 풀어야했다.


그렇기에 마무리로는 가장 강한 공을 뿌리는 투수가 가야했다. 후보는 김서현 뿐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걱정을 지울 수 없었다. 안그래도 제구가 흔들리는데, 마무리 중책을 맡기면 더 혼돈스러워하지 않을까. 마무리 데뷔 경기에서 흔들려버리면, 그 아픔을 이겨낼 수 있을까.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김서현으로 가는 강수를 뒀다.


"필승조는 되겠어?" 어디로 튈지 모르던 'MZ' 파이어볼러, 마무리를 …
4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KT와 한화의 경기, 한화가 4대3으로 승리했다. 9회초 KT의 추격을 막아낸 김서현-최재훈 배터리가 기쁨을 나누고 있다. 대전=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06.04/
대성공이었다. 3월29일 KIA 타이거즈전. 1점차 승부에서 선두 박재현에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줄 때만 해도 '아차' 싶었을 거다. 그런데 그 경기 첫 세이브를 따낸 후 승승장구하고 있다. 16세이브로 20세이브의 세이브 선두 박영현(KT)을 뒤쫓고 있다.

개인 기록이 중요한 게 아니라, 김서현이 마무리로 정착하며 시즌 초반 험난한 길을 걸었던 한화가 안정세를 탔다는 게 중요하다. 현재 1위 경쟁중이다. 다른 선수들도 잘해줬지만, 김서현 마무리 변신이 그야말로 '신의 한 수'였다. 모르던 게 있었다. 김서현은 오히려 자리를 주면, 그게 신나서 더욱 집중하고 잘하고 싶어하는 전형적은 'MZ 세대'였다는 걸. 마무리에 가니 구위는 여전한데, 제구가 지나치게(?) 안정적이다. 이전과 같이 직구로만 윽박지르지 않고 슬라이더를 적절히 사용하는 영리함까지 보여주고 있다.


"필승조는 되겠어?" 어디로 튈지 모르던 'MZ' 파이어볼러, 마무리를 …
31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한화-NC전. 있다. 8회말 2사 3루 천재환 타석에서 김서현이 등판했지만 제구가 좋지 않자 김경문 감독이 최재훈 포수를 부르고 있다. 창원=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5.31/
이렇게 스타가 탄생한다. 강력한 퍼포먼스, 우여곡절 스토리, 충성도 높은 팬들까지 합쳐져 리그에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선수가 됐다. 올스타 팬투표에서 이게 여실히 드러났다. 김서현은 8일 오후 5시 기준, 투표가 진행된 올스타 팬투표 합산 결과 69만4511표를 받으며 1차 중간 집계에서 전체 후보 가운데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 전체 137만 2012표 중 약 50.6%의 득표율이다. 지난해 최다 득표자 정해영(KIA)에 한참 앞섰다. 데뷔 후 첫 올스타 베스트 12 후보에 오른 김서현은 첫 올스타전 출전을 넘어 최다 득표 영예까지 노려볼만 하다. 야구, 사람 일 정말 어떻게 될지 모른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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