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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지금 프로무대에서 뛰는 건 누나 덕분입니다. 야구선수 시작할 때 첫 글러브를 사준 사람도, 야구 그만두려할 때 잡아준 것도 누나였거든요."
수화기 너머 김동혁의 목소리는 밝았다. 전날 방송 인터뷰가 프로 데뷔 이후 처음이었다. 그는 "부모님, 누나 얘기할 때 짠한 마음이 있었는데 (울지 않고)잘 버텼네요"라고 돌아봤다. 다행히 부상은 당하지 않았다.
"진짜 공밖에 안 보였어요. '다치면 어쩌지', '펜스 어디 있지' 이런 생각은 진짜 1도 안했습니다. 워낙 잘 맞은 타구라 그런 거 신경쓸 겨를도 없었죠. 딱 점프하는데 슬로우모션 같았어요. 영화의 한장면 처럼 공이 제 글러브에 딱 꽂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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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빈 장두성 김동혁은 롯데 발야구 3총사다. 주전부터 대주자, 대수비까지 겹치는 포지션 경쟁자지만, 프로 무대에 오기까지 적지 않은 마음고생을 겪었던 선수들이기에 서로의 마음을 잘 안다.
황성빈은 부상으로 빠져있지만, 김동혁은 지난 주말 윤동희 대신 주전 우익수로 나서면서 중견수 장두성과 호흡을 맞췄다. 김동혁 역시 "(장)두성이 형이 잘하면 저도 하루종일 기분이 좋아요. 그 간절함을 잘 아니까"라고 강조했다. 5월 이후 두 선수는 나란히 도루 8개씩, 실패 없이 성공시키며 팀의 스피드를 끌어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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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중은 팀의 중견으로서 후배들을 두루 잘 챙기는 선수로 유명하다. 2022년 2차 7라운드에 롯데 지명을 받았고, 입단 직후 군대를 다녀온 김동혁도 예외가 아니다. 김동혁은 "늘 (김)원중이 형한테 받기만 했는데, 뭔가 하나 갚은 것 같아서 뿌듯합니다"라고 했다.
"1군의 압박감을 이겨내고 살아남는 법에 대해서 원중이 형한테 많이 배웠어요. '어떤 마인드를 갖고 행동을 어떻게 하라'고 밥 사주시면서 세세하게 많이 알려주셨거든요. 그동안 너무 감사한 마음이 많았는데, 처음으로 은혜를 갚았습니다."
임팩트 최강의 슈퍼캐치에 타석에서도 3타수 1안타 1타점 1득점. 공수에 걸쳐 팀의 4대2 승리를 이끈 주역이었다. 원정경기임에도 롯데 팬들의 뜨거운 응원이 큰 힘이 됐다. 김동혁은 "항상 그렇게 열정적인 응원을 보내주신 분들께 저도 하나 해드렸다는 마음에 특히 기분이 좋았어요. 앞으로도 팬분들이 불안하지 않게, 빈 자리를 제가 좋은 경기력으로 채우고 싶습니다"라고 감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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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다"만 연발하는 부모님의 전화는 특히 뭉클했다. 김동혁은 "제가 많이 늦었구나 싶고, 이런 모습을 자주 보여드리고 싶습니다"라는 각오를 다졌다.
여섯살 많은 누나 이야기가 나오자 김동혁의 목소리가 살짝 잠겼다. 방송 인터뷰에서도 누나를 향한 각별한 마음을 드러냈던 터.
"누나가 아니었다면 프로야구 선수 김동혁은 없었을 거에요. 초등학교 때 야구를 시작했는데, 고등학생이던 누나가 아르바이트를 해서 값비싼 선수용 글러브(M사 브랜드)를 사준 그 마음을 절대 잊지 못해요. 제가 드래프트를 3번 지원했는데, 2번째 안됐을 때 야구 그만두려고 했거든요. 제 의지가 강해서 부모님도 포기했는데, 그때 '딱 한번만 더해보자'라며 붙잡은 사람도 누나였어요. 그래서 3번째 도전을 하게 됐고, 덕분에 지금 이 무대에 뛰고 있네요. 누나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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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