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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마무리는 원래 1이닝 던지는거 아니에요?
김서현은 박동원에게 희생 플라이 타점을 내줬다. 블론 세이브. 하지만 세이브 같은 블론 세이브였다. 흐름이 역전 분위기였는데, 동점으로 막은 것 만으로도 성공적인 일이었기 때문. 김서현이 막아줬기에, 한화는 연장 승부 끝 2대2 무승부라도 기록할 수 있었다. 향후 순위 싸움이 계속 치열해지면, 이 무승부 하나가 승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다.
김서현은 9회까지 1⅔이닝을 책임졌다. 그런데 주목할 만한 건 2경기 연속 1이닝 이상 투구를 했다는 것. 김서현은 12일 두산 베어스전에서도 1⅓이닝을 던졌다. 8회 위기 때 마운드에 올랐다는 의미다. 최근 7경기에서 1이닝 이상을 투구한 건 무려 4경기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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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은 선발이 5~7이닝을 소화해주면 필승조 불펜들이 남은 이닝들을 1이닝씩 막아주고, 마지막에 마무리가 나간다. 하지만 최근 KBO리그는 마무리 투수들의 8회 등판이 매우 잦아지고 있다.
김서현 뿐 아니다. 20세이브로 1위를 달리고 있는 박영현(KT)의 경우도 최근 7경기 중 3경기가 1⅓이닝 투구였다. 12일 롯데 자이언츠전은 ⅔이닝 5실점(1자책점)하며 무려 38개의 공을 던졌다. 17세이브의 정해영도 최근 7경기 중 3경기 1이닝을 넘겼는데, 그 중 두 경기는 무려 2이닝 투구를 했다. 그나마 세이브 상위권에 있는 선수들 중 김원중(롯데), 조병현(SSG) 정도가 1이닝 루틴을 보장받는 선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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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1이닝 투구를 하는 거 조금 일찍나와 한, 두타자 더 상대하는게 얼마나 대단한 일이냐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8회 중간에 들어간다는 건 상대의 찬스, 즉 엄청난 스트레스 상황에서 들어가는 것이고 그걸 막아낸 뒤 한숨 돌려할 할 타이밍에 다시 새로운 1이닝을 막기 위해 다시 마운드에 오르는 건 정신적, 체력적 소모가 하늘과 땅 차이라고 한다.
어쩌다 한 경기는 괜찮지만 이런 상황이 누적되면 알게 모르게 마무리 투수의 체력이 떨어져 장기 레이스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박영현이 위에서 언급한 12일 롯데전 처참하게 무너졌고, 정해영 역시 14일 NC 다이노스전 9회 만루홈런을 맞는 등 이상 신호를 보였다. 압도적이던 김서현도 최근 피안타수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12일 두산 베어스전은 안타 3개를 맞으면서도 세이브를 따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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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KT처럼 손동현의 부상이탈로 8회 믿을 만한 불펜이 없어 마무리를 어쩔 수 없이 당겨쓰는 경우가 많아진다.
또 올시즌은 그 어느 때보다 순위 싸움이 치열하다. 매 경기가 결승전이다. 투수 운용에도 여유가 없다. 잡을 수 있는 경기는 무조건 잡고 가야한다는 감독들의 계산에, 마무리 투수들의 투구 이닝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과연, 각 팀 마무리 투수들은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된 올 여름 어떤 활약을 펼칠까. 시즌 마지막까지 자기 페이스를 지키며 팀에 우승을 선물할 선수는 누구일까.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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