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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올라가기 전에는 신경 안 쓰고 올라갔는데, 딱 첫 타자 잡자마자 '아 됐다' 이 생각밖에 안 들었어요."
성영탁은 첫 타자 안현민을 중견수 뜬공으로 돌려세우면서 새 역사의 시작을 알렸다. 이정훈을 좌익수 뜬공, 로하스를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하면서 14⅔이닝 무실점을 유지했다.
점수차가 여유 있기에 이범호 KIA 감독은 9회까지 성영탁에게 맡겼다. 전날 접전에 많은 힘을 쏟은 조상우와 정해영을 아끼기 위해서였다. 특히 정해영은 이미 전반기가 끝나기 전에 36이닝을 던져 세이브 상황이 아니면 되도록 올리지 않기 위해 조절하고 있다.
성영탁은 2이닝 2탈삼진 무실점 퍼펙트 투구로 15⅔이닝 연속 무실점을 기록했다. KBO 역대 4위 기록. 데뷔전 이후 최장 연속 이닝 무실점 기록 보유자는 키움 히어로즈 김인범으로 19⅔이닝이다. 2021년 8월 29일 잠실 LG 트윈스전부터 지난해 4월 26일 고척 삼성 라이온즈전까지 무려 4시즌 동안 실점하지 않고 버텼다. 2위는 2002년 현대 유니콘스 조용준의 18이닝, 3위는 1986년 OB 베어스 박노준의 16⅓이닝이다. 성영탁은 앞으로 4이닝만 더 무실점으로 버티면 리그 새 역사도 쓸 수 있다.
KIA는 5연승을 질주하며 시즌 성적 37승33패1무를 기록해 단독 5위로 올라섰다. 6월 성적은 11승5패로 1위다. 마운드의 힘이 대단했다. KIA는 6월 팀 평균자책점 3.07로 1위, 불펜 평균자책점 역시 2.96으로 1위다. 성영탁은 6월 16경기 가운데 무려 8경기(10⅔이닝)에서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마운드 안정화에 크게 기여했다. 성영탁이 이 정도로 빠르게 1군에 정착하지 못했다면, KIA 필승조는 이날처럼 5점 이상 벌어진 상황에서도 계속 등판해 과부하가 걸렸을지도 모른다.
성영탁은 경기 뒤 구단 역사를 장식한 것과 관련해 "내가 이렇게 기록을 세울 줄은 몰랐다. 그냥 꾸준히 한 타자, 한 타자 잡으니까 좋은 기록을 세울 수 있었던 것 같다. 무실점이 이렇게 길어질 줄은 몰랐다. 근데 내 공에 타자들이 타석에서 어려워하는 게 내 눈에도 보여서 그래서 자신감 있게 계속 던졌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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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영탁은 "아무래도 좌우로 찢어지는 구종을 던지고, 공격적으로 들어가다 보니까 그래서 타자들이 어려워하는 것 같다"면서도 "진짜 그렇게 구위가 위력적이지 않아서 타자들의 방망이에 공이 맞았을 때 타구 스피드를 얼마나 줄일까 이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점점 중요한 상황에 던지려면 타자의 헛스윙을 끌어낼 수 있는 결정구가 확실히 있어야 한다. 아직 내가 지닌 변화구에는 스윙을 확실히 끌어낼 수 있는 구종이 없다. 결정구를 하나 만들어야 할 것 같다"며 아직 보완할 점이 많은 투수라고 강조했다.
성영탁의 부모는 아들이 등판하는 경기장이면 어디든 찾아간다고 한다. 심지어 퓨처스리그 경기도 직관하러 왔을 정도. 성영탁이 1군에 올라온 뒤로도 자주 경기장을 찾아 아들의 활약상을 직접 눈에 담았는데, 하필 구단 기록을 세운 이날 경기장에서 함께하지 못했다.
성영탁은 "오늘(19일)은 표가 없어서 오후에 내려가셨다. 오셨으면 좋았을 텐데, 표를 못 구하는 바람에. 부모님도 아마 이 기록을 생각 못 하셨을 것이다. 솔직히 내가 화요일(17일)에 던졌을 때 깨질 줄 알았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오늘 경기까지는 예정에 없었어서 먼저 내려가셨다"고 했다.
부모의 아쉬움을 달랠 기회는 남아 있다. 성영탁은 앞으로 4⅓이닝만 더 무실점으로 버티면 리그 신기록을 세운다.
성영탁은 "아직은 실감 안 난다. 내가 지금까지 무실점을 하고 있는 것도 실감이 안 난다. 이런 좋은 기록을 세워서 만약 이 기록이 깨지더라도 기록 하나를 세웠다는 사실에 기분이 계속 좋을 것 같다. 앞으로도 기록은 신경 쓰지 않고 그냥 이기는 상황에서 던지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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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