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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욕충만' 신입 감독대행님, 문제는 투수랍니다

기사입력 2025-07-21 13:42


'의욕충만' 신입 감독대행님, 문제는 투수랍니다
키움 히어로즈 설종진 감독대행이 15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선수단과 첫 미팅을 했다. 설 대행이 선수들 앞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고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7.15/

[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키움 히어로즈 홍원기 감독의 갑작스러운 해임 하루 뒤인 지난 15일. 새로 팀을 맡은 설종진 감독대행은 고척스카이돔에서의 첫 훈련에 앞서 취재진을 만났다.

키움의 전반기 부진의 이유를 묻는 질문에 설 감독대행은 "여러가지가 있었을 것이다. 외국인 선수와 투수 로테이션도 문제였겠지만, 일단 작전이 부족했고 뛰는 야구가 안됐다. 팀 홈런이 월등하지도 않고, 출루율도 높지 않은 팀이다. 해보지 않은 걸 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반적으로 뛰는 시도 자체가 적었다. 번트도 많이 댈 거다. 벤치에서 적극적으로 사인을 내겠다"고 구상을 밝혔다.

구단 안팎으로 비난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던 시점. 하지만 현장은 빠른 수습이 필요했다.

설 감독대행은 의욕적으로 선수단을 추슬렀다.

선수들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메시지를 전한 설 감독대행은 "팀 성적이 좋지 않으니 분위기가 많이 다운돼 보였다. 선수들이 절실함을 가지지 못하는 것 같다. 그 부분들을 얘기했다"고 말했다. "부담감, 책임감이 많이 든다"던 그는 후반기 목표에 대해 "전반기 3할 조금 넘는 승률이었다. 후반기는 남은 경기에서 4할에서 5할 승률을 목표로 한다. 이기려면 벤치의 작전도 필요하고, 선수들의 희생 정신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말을 전해들은 주장 송성문은 "그렇게 보셨다면 저희가 더 절실해야 하는 게 맞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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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 미루고 또 미뤄진 설종진 감독대행 데뷔전. 3경기가 취소되고 4연전 마지막 날이었던 20일 대구 삼성전이 드디어 열렸다.

설 감독대행은 공언한 대로 초반부터 적극적인 벤치 야구를 펼쳤다.

틈 나는 대로 도루를 시도했고, 경기 극 초반임에도 희생번트 시도도 있었다. 도루는 두차례 성공했고, 한차례 실패했다.

1-1이던 2회초 무사 1루 전태현의 희생번트는 포수 파울플라이 실패로 돌아갔다. 3회 이주형의 도루는 역전 득점으로 이어졌다. 어떻게든 초반부터 짜내는 야구로 득점을 차곡차곡 쌓아가려는 스몰볼을 펼쳤다.


하지만 문제는 장소가 라이온즈파크라는 사실이었다. 빅볼의 구장에서 스몰볼은 통하지 않았다.

정작 키움의 4회 5득점 빅이닝도 실책에 이은 스톤의 3점 홈런으로 이뤄졌다. 7-3 리드로 승리를 확신하는 듯한 안도감도 잠시. '홈런 군단' 삼성 타선의 극한 홈런 구름이 다가오고 있었다.

5회 구자욱이 투런 홈런으로 5-7로 추격한 삼성은 6회 김영웅 김태훈의 솔로포로 단숨에 7-7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홈런 4방을 허용한 알칸타라를 내리고 급히 이준우를 투입했지만 이재현에게 역전 투런포를 허용하며 9-7.

붙 붙은 삼성 타선은 7회 디아즈의 솔로포와 이성규의 투런포 등 빅볼로 4점을 더 보태며 승부를 갈랐다.

삼성의 홈런 7방에 순식간에 휩쓸려 버린 경기. 초반 희생번트 등 짜내는 스몰 야구를 비웃듯 빅볼이 지배했던 경기 양상이었다.
'의욕충만' 신입 감독대행님, 문제는 투수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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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키움-LG전. 7회말 1사 1루 박관우에게 동점 투런포를 허용한 알칸타라가 타구를 바라보고 있다. 잠실=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7.10/
라이온즈파크라는 상황도 중요했지만, 근본적 문제는 키움의 허약한 마운드 구조다.

키움 마운드는 10개 구단 중 압도적 꼴찌다. 팀 평균자책점이 유일한 5점대(5.56)다. 선발 평균자책점은 4.94로 꼴찌지만 그나마 9위 롯데(4.69)와 큰 차이는 아니다. 하지만 불펜 평균자책점은 6.47로 심각하다. 9위 KIA(4.87)와 엄청난 격차다.

리드를 잡고 있어도 허약한 불펜진이 날려먹기 일쑤다. 5회까지 앞선 경기 승률이 0.656(21승2무11패)로 최하위. 역전패 25차례로 전체 1위다. 이날도 키움 불펜진은 알칸타라가 내려온 6회부터 4이닝 동안 6실점 하며 역전패를 막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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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삼성 후라도가 숨을 고르고 있다. 대구=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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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 한화의 경기. 선발 투구하고 있는 KT 헤이수스. 수원=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7.19/
스몰볼로 타개할 수 없는 키움 마운드의 현실. 진단이 잘못됐다. 처방과 진단이 모순적이다.

시즌 전 키움은 타선 강화를 위해 마운드를 희생했다. '이닝이터' 후라도와 헤이수스와의 재계약을 포기했다. 대신 푸이그와 카디네스를 영입해 타선을 강화했다.

빅볼을 통해 약화된 마운드 높이를 메우는 것이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하지만 키움의 처방은 효과가 없었다. 이렇다 할 타선 강화도 못한 채 마운드만 망가지고 말았다.

마운드 쪽 심각한 과제만 남았다. 판단 미스를 애써 외면하고 스몰볼만 외친들 해법이 되기 힘든 구조다.

"외국인 투수들은 기본적으로 6이닝 이상씩 갈 계획"이라고 밝혔던 설 감독대행의 구상을 소화할 수 있었던 두 투수는 외인 타자 2명을 위해 키움이 버린 후라도와 헤이수스였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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