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슬라이더가 정말 좋거든. 필요할 때 자기 역할을 해줄 수 있는 투수다."
지난 아쉬움을 털고 초심으로 새출발한다. 김민수(34)가 KT 위즈 불펜의 필승조로 거듭났다.
김민수는 1일 대전 한화 이글스와의 원정경기에서 14-11로 앞선 9회말 마운드에 올랐다.
6점차 리드를 따라잡혔고, 필승조 한승혁-스기모토를 비롯해 주권, 우규민, 마무리 박영현까지 이미 소모했다. 여기서 '투수 장인' 이강철 KT 감독이 고른 카드는 김민수였다. 전날 페라자에게 2타점 적시타를 허용한 장본인이지만, 사령탑의 신뢰는 확고했다.
그리고 그 마음이 통했다. 리그 간판 거포 노시환과 강백호, 그리고 하주석까지 잇따라 삼진을 잡아내며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올시즌에는 컷패스트볼을 봉인했다. 이강철 감독은 "캠프 때 진짜 좋았는데, 시범경기 와서 막 두드려맞더라. 그래도 우리 불펜의 믿을맨"이라고 강조한 뒤 "컷패스트볼은 변화도, (직구와의)구속 차이도 크지 않아 큰 의미가 없는 거 같다. 슬라이더가 워낙 좋고, 커브 체인지업까지 다 던지니까, 흔들려도 버텨내는 힘이 있다"고 설명했다.
주로 선발로 뛰다가 2021년부터 불펜으로 전향했다. KT가 우승을 차지한 이해 4승2패 11홀드 평균자책점 2.95로 자신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최전성기는 76경기 80⅔이닝을 소화하며 5승4패 3세이브30홀드, 평균자책점 1.90을 기록한 2022년이다.
하지만 이듬해부터 흐름을 놓쳤다. 2024~2025년에도 팀 불펜의 한 축이긴 했지만, 이전의 영광을 되찾진 못했다.
이제 방황은 끝났다. 다시 달릴 시점이다.
경기에 앞서 만난 김민수는 "내가 베테랑인가?"라며 웃은 뒤 "구속이 빠르진 않지만, 구위에는 나름 자신이 있다. 구질 자체도 약간 투심처럼 휘는 편이고…그래서 올해는 중심이동을 통해 직구 구위를 끌어올리고자 했는데 잘 되지 않았다"면서 "정규시즌은 결과가 중요하니까, 다시 변화구 위주로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원래 내 주무기는 각도큰 슬라이더다. 각이 크니까 보는 사람마다 커브라고도 하고 종슬라이더라고도 하는 구종인데, 직구와의 피치터널링 개념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작년 재작년부터 약간 수치가 떨어지고 있었다. 확실히 매년 타자들의 반응이 좋아진다고 느꼈다. 최대한 직구와 비슷한 폼에서, 공이 뜨지 않도록 다시 가다듬은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후배 중에는 '전용주를 주목해달라'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그는 "사실 구위는 좋았지만 제구가 좀 들쑥날쑥 했는데, 원래 그것만 되면 엄청 위력적인 투수다. 올해는 그게 되는 거 같다. 엄청나게 좋은 투수"라고 칭찬했다.
김민수는 "불펜 분위기라는게 나 혼자 잘 던진다고 좋아지는 게 아니다. 특히 (박)영현이는 첫 등판부터 엄청난 부담을 지고 던졌는데도 잘하더라"며 웃은 뒤 "개인적으로 우리팀 불펜에 자신감이 있다. 10개 구단 어느 팀에도 밀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만 잘하면 된다"라고 다짐했다.
지난해 KT는 시즌 막판 NC 다이노스의 9연승에 휘말려 가을야구에 오르지 못했다. 2019년 이강철 감독 부임 첫해 이후 6년만에 첫 좌절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탄탄한 전력을 앞세워 우승후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김민수는 "올해야말로 꼭 우승하고 싶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대전=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