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생애 첫 프로 무대에서 지나치게 긴장했나. 만원 관중 앞에서 다리에 힘이 풀렸을까. 아니면 정말 KBO리그에서 통하지 않는다는 증거일까.
SSG 랜더스의 대체 외국인 선수 히라모토 긴지로가 '멘털 붕괴' 데뷔전을 치렀다. 긴지로는 지난 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 선발 투수로 등판해 3이닝 3안타(1홈런) 6볼넷 2탈삼진 6실점을 기록했다.
긴지로는 프로 경력이 없는 투수다. 일본에서 고시엔에 출전할 정도로 야구 명문인 고교에서 '에이스'로 활약했지만, 대학 진학을 택했고 이후 프로 지명을 받지 못했다. 다만 일본프로야구(NPB) 지명을 목표로 실업리그를 거쳐 현재 독립리그에서 뛰고 있었다. 일본에서는 독립리그에서 눈에 띄는 선수들이 NPB 구단 지명을 받거나 육성 선수로 입단하는 사례가 상당히 많다.
그래서 의욕적으로 데뷔전을 치렀지만, 생애 첫 프로 무대. 그것도 낯선 한국에서, 심지어 잠실구장에 만원 관중이 꽉 찬 앞에서 공을 던지는 게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긴지로는 우려대로 1회부터 힘겨운 승부를 했다.
두산 1번타자 박찬호를 상대로 직구, 슬라이더 모두 존을 완전히 벗어나는 볼이 되면서 볼넷을 내줬다. 다음 타자 박지훈을 상대로도 3연속 볼이 들어갔고 그사이 포일까지 나오면서 1루주자 박찬호가 2루까지 들어갔다. 박지훈이 4구째 높은 직구를 건드려 파울이 나면서 스트레이트 볼넷은 아니었지만 바로 다음 슬라이더가 또 빠지면서 다시 볼넷이었다. 여기에 박준순에게까지도 볼볼볼볼으로 볼넷. 사실상 3타자 연속 스트레이트 볼넷이나 다름 없었다.
스스로 만든 무사 만루에서 이번에는 보크까지 나오면서 3루주자가 득점했다. 긴지로의 첫 실점이었다. 4번타자 다즈 카메론을 상대로는 커터로 스트라이크 2개를 잡았지만, 결국 바깥쪽 공에 안타를 맞으면서 추가 실점을 했다.
3실점으로 우여곡절 끝에 1회를 마친 긴지로는 2회에도 볼넷 2개를 내주고 내야 뜬공과 삼진으로 무실점 위기 탈출에 성공했다.
그러나 3회에 또 무너졌다. 이번에도 제구가 말썽이었다. 첫 타자 카메론에게 스트레이트 볼넷 허용 후 김민석에게 내야 안타. 강승호를 삼진 처리한 후 주자 1,3루에서 이유찬에게 희생플라이로 실점했고 윤준호에게 한가운데 직구를 통타당해 투런 홈런까지 허용했다.
1회에 151km까지 찍혔던 직구가 3회에는 146km 정도에 형성되는 들쭉날쭉한 구속. 확실히 구위가 떨어지면서 피홈런까지 나오자 더이상 버티기가 힘들었다. SSG 벤치는 4회를 앞두고 투수를 교체했다. 긴지로의 우여곡절 KBO리그 데뷔전이 6실점으로 끝이 났다.
매우 고민스러운 상황이다. SSG는 미치 화이트의 부상 대체 선수로 일본 독립리그 최상급 투수인 긴지로를 데려왔다. 지금 이 시점에 메이저리그에서 좋은 투수를 데리고오기가 힘들고, 긴지로를 데려와서 일종의 실험에 나선 것이다. 아시아쿼터인 타케다 쇼타도 안정감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긴지로 영입은 여러 가능성을 넓게 보고 택한 최선의 결정이었다.
그런데 긴지로의 부진이 정말 극한의 긴장감 속에서 나온 단 한번의 실수인지, 아니면 프로 무대에서 냉정히 통하기 힘든 수준의 투구 실력인지 냉철하게 판단을 해야 한다.
특히나 SSG는 지금 외국인 투수의 성장까지 기다려줄 여유가 없다. 거의 일주일에 3-4경기씩 선발 투수들이 빨리 내려가거나, 구멍이 나있는 자리를 채우지 못해 고민스러운 상황인데 긴지로마저 헤매면 팀 전체가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
일단 기회는 한번 더 받겠지만, 다음 등판에서도 발전이 없다면 그때는 어떤 대책을 다시 마련해야 할 수 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