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길었던 악몽이 끝났다.역대 최초 60홈런 포수라는 빛나는 영광에 자칫 오점이 남을 뻔했다.
시애틀 매리너스 칼 랄리는 13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휴스턴의 다이킨파크에서 열린 휴스턴 애스트로스전에서 4타수 2안타를 기록하며 팀의 10대2 대승을 이끌었다. 이날 4번타자로 출전한 랄리는 2회초 첫 타석에서 볼넷, 7회초와 9회초 각각 안타로 출루한 뒤 모두 홈을 밟으며 3득점을 기록했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선두를 경쟁중인 시애틀에겐 귀중한 1승. 하지만 이날 랄리의 안타는 그보다 훨씬 큰 의미가 있었다.
지난달 28일 미네소타 트윈스전 8회 쏘아올린 홈런, 그 이후 시작된 기나긴 '무안타' 행진의 마지막을 알린 한방이었다. 무려 15일, 38타수만에 기록한 안타였다.
하마터면 팀 최다 타석 무안타 신기록을 세울 뻔했다. 시애틀 구단 기록은 2021년 제러드 켈레닉이 기록한 42타수 무안타다.
프로스포츠에선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기나긴 부진을 겪는 일이 간혹 있다. 올해 최악의 주인공 중 한명이 랄리다.
야구는 흐름의 경기다. 이유없는 부진도 탈출하기 위한 계기가 필요했다. 현지 매체들은 6회말을 주목했다.
휴스턴 크리스찬 워커의 파울이 포수인 랄리의 급소를 강타했던 것. 랄리는 한동안 고통스러워하며 일어나지 못했다.
어쩌면 저주를 끊어낸 계기였을까. 랄리는 곧바로 7회초 우중간에 떨어지는 안타로 무안타 행진을 끝냈기 때문. 안타를 친 뒤 랄리는 환하게 웃으며 그간의 고통을 잊고자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랄리는 뒤이은 랜디 아로자레나의 2루타 때 홈을 밟았고, 시애틀 선수들은 뜨겁게 환호했다. 구단 측은 상대팀 휴스턴에 랄리의 무안타 행진을 끝낸 안타 공을 정중히 요청, 랄리에게 선물했다.
랄리는 이제 아메리칸리그를 대표하는 슬러거 중 한명이다. 2022년부터 27-30-34-60홈런을 쏘아올렸다.
특히 지난해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로 60홈런을 기록한 포수가 되면서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와 치열한 MVP 경쟁을 벌였다. 아쉽게 MVP 2위에 그치긴 했지만, 말 그대로 역사의 한획을 그은 시즌이었다.
봉우리가 높았던 만큼 골짜기가 깊다. 랄리의 올시즌 성적은 타율 1할6푼6리 7홈런 18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574다. 원래 타율이 높은 선수는 아니었지만, 압도적인 장타력으로 이를 상쇄했던 그가 끝없는 부진에 빠졌었기 때문.
악몽을 끝낸 랄리는 이제 다시 달릴 수 있을까.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