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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리포트]멘토 유재학 600승을 대하는 멘티 이상범의 자세

박재호 기자

기사입력 2018-03-07 10:38


◇이상범 DB 감독-유재학 현대모비스 감독.

지난 6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펼쳐졌던 원주 DB프로미-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의 1,2위 맞대결은 흥미진진했다. 경기는 DB가 79대59로 대역전승을 거뒀다. 뒷이야기도 넘쳐났다. DB 이상범 감독과 현대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친한 선후배다. 이날 경기에 앞서 유재학 현대모비스 감독의 리그 최초 600승 시상식이 열렸다. DB 김주성의 은퇴투어 마지막 경기이기도 했다.

경기전 이상범 감독은 현대모비스의 경기력을 칭찬했다. 이 감독은 "모비스 선수들은 엄청난 운동량으로 코트를 채운다. 이종현이 빠져도 나머지 선수들이 그 공백을 메운다. 외국인 선수들 뿐만 아니라 전준범까지 리바운드에 가담한다. 팀이 무서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재학 감독에 대한 존경이 담겨 있었다. 묘하게도 이상범 감독이 언급했던 '9연승 현대모비스'의 모습은 올시즌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선두 DB의 모습과 쌍둥이다.

시즌 막판 3연승 뒤 2연패로 큰 위기에 빠졌던 DB는 이날 현대모비스를 잡고 한숨 돌렸다. 정규리그 1위 매직넘버를 '-2'로 줄였다. 하지만 이상범 감독은 경기후 웃지 않았다. 이날 현대모비스 외국인 선수 레이션 테리가 사타구니 치골 부위를 다쳤다. 현대모비스는 경기를 리드하다 테리가 빠진 뒤 공수밸런스가 와르르 무너지며 대패했다.

경기후 이상범 감독은 존경하는 선배의 600승을 축하했다. "유재학 감독님과는 참 친한 사이다. 내겐 고마운 형이자 멘토다. 일본에서 야인으로 지낼 때 체육관으로 불러줘 전술 공부도 하게 해줬다. 연습 장면도 공개해줘서 이것 저것 참 많이 배웠다. 과분한 배려였다. 2014년 감독과 코치로 국가대표(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손발도 맞췄다. 당시 나는 유 감독님의 지도력을 배우고 싶었다. 스스로 코치를 자원했다. 존경하는 분이 어마어마한 600승을 거뒀다. 오랜 시간 깨지기 어려울 것이다. 후배들도 이정표를 보고 더 열심히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오늘 테리가 다쳐 마음이 매우 무겁다. 빨리 회복하기를 바란다."

DB와 현대모비스는 다른 듯 닮았다. 전원 공격, 전원 수비, 템포 농구 뿐만 아니라 매순간 맞춤형 공수 전술을 구사한다. 이상범 감독은 '멘토'인 유재학 감독에게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멘티' 이상범 감독 역시 그만의 지도철학을 단단하게 구축한 지도자다.

위기를 극복하는 그의 모습에서 이를 엿볼 수 있다. 이상범 감독은 "큰 욕심없이 선수들과 즐겁게 코트에서 뛰다보니 1위를 하게됐다. 어느 순간 욕심을 부리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놀랐다. 순위는 언제든지 올라갈수도 내려갈수도 있지만 우리의 농구 컬러가 퇴색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나부터 초심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울산=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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