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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이러다 토종은 씨가 마를라.'
1997년 한국농구연맹(KBL) 리그가 출범한 이후 3라운드 연속 외국인 선수 MVP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021~2022, 2022~2023 두 시즌 연속으로 국내 선수들이 총 12번의 라운드 MVP를 석권했던 것과도 정반대다. 라운드 MVP가 처음 도입된 지난 2015~2016시즌 이후 지난 시즌까지 8시즌 동안 외국인 선수가 2개 라운드 연속 MVP를 차지한 적은 있어도 3회 연속은 없었다. 월간 MVP제를 실시했던 1997년부터 2014~2015시즌에는 외국인 선수에게 2회 연속 MVP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과거와 전혀 다른 양상이 전개되면서 "본격적인 '토종 농구'의 위축 시대를 예고하는 경고등이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3라운드 연속 외국인 MVP는 한 단면에 불과하다. KBL이 매 경기마다 집계하는 부문별 개인 기록 랭킹을 보면 더 심각하다. 그동안 주요 부문별 랭킹에서 득점, 리바운드, 블록슛은 외국인 선수의 독차지가 당연시 돼 왔다. 골밑에서 그런 역할을 해 달라고 장신, 거구의 외국인 선수를 용병으로 데려다 쓰기 때문이다. 대신 3점슛, 어시스트, 가로채기 등 부문은 용병보다 덩치가 작아도 유리하기 때문에 국내 선수들의 전유물이자 자존심이었다. 하지만 가드-슈터 역할을 하는 아시아쿼터 필리핀 선수가 지난 시즌부터 국내 진출하면서 판도가 또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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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농구인들은 "과거의 국내 선수들에 비하면 요즘 선수들의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한국 농구의 수준이 전체적으로 하향평준화된 것은 사실"이라고 우려한다. 실제로 김선형(SK)이 좀 더 젊었을 때, 양동근(현대모비스 코치)이 은퇴하기 전과 비교하면 특출난 가드가 아직 없다. 지난 시즌 역대 최고의 슈터로 부상했던 전성현(소노)이 올 시즌 부상으로 주춤하자 대체자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보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서장훈(은퇴) 김주성(DB 감독)같은 토종 센터들은 용병들과 치열하게 경쟁하면서도 득점, 리바운드, 블록슛에서 밀리지 않았다. 여기에 문경은(KBL 본부장) 전희철(SK 감독) 현주엽(은퇴) 등 포워드들도 용병들의 득세를 허용하지 않았던 토종 자존심이었다.
이런 가운데 라운드 MVP 선정 방식에 문제를 지적하는 의견도 제기됐다. '용병이 팀 전력의 절반'이라는 농구 종목 특성상 각종 개인기록이 용병에게 몰릴 수밖에 없는데, 수치상 기록 위주로 상을 몰아주는 게 합당하냐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라운드 MVP는 스타 발굴과 한국 농구의 사기 진작의 취지도 담고 있다. 단순 기록 비교에서 뒤지더라도 숨은 공헌도 등 다면적인 평가를 할 필요가 있다. 이러다 토종은 씨가 마를까 걱정이다"고 우려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