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 2008~2009시즌이었다. 당시 논란이 된 전설적 작전 타임이 있었다.
서울 삼성 안준호 감독 시절이다. 강력한 외국인 선수 테런스 레더를 비롯, 이상민 이규섭 등이 있었다. KT&G(현 정관장)과의 경기에서 레전드 작전타임이 나왔다.
안 감독은 테런스 레더(T)를 활용한 'T 작전'을 했고, "돼? 안돼?"라고 물었다. 그러자 이상민 KCC 감독은 "안돼"라고 반말을 했고, 이규섭 KCC 코치도 옆에서 거들었다.
당시 '소통형 작전타임'이라는 평가와 함께, 감독과 선수의 '선'이 무너진 좋지 않은 장면이라는 논쟁이 있었다.
올 시즌 KCC의 작전타임에는 '토론의 장'이 열린다. 이 감독은 대놓고 선수들에게 계속 의견을 묻는다. "이 방법이 더 낫나, 다른 방법이 낫나"라고 하고, 메인 볼 핸들러 허훈은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한다. 여기에도 반말이 들어간다. 격의가 없다 못해 감독과 선수간의 '선' 자체가 아슬아슬하다. 의견 일치와 갈등이 실시간으로 중계된다. 안양 정관장과의 4강전에서 이 감독은 숀 롱에게 "강하게 헤지(hegde·2대2 수비에서 볼 핸들러를 빅맨이 강하게 압박하게 하는 수비 전술)를 하자"고 하자, 숀 롱은 "헤지를 하지 않으면 안되냐"고 했고, 이 감독은 어이없다는 듯 표정을 지으며 "언제는 했어?"라고 반문한다.
통상적으로 이런 작전타임은 '상식적'이지 않다. 철저한 준비와 약속된 플레이가 중요한 단기전 시리즈. 하지만, KCC는 독특한 시스템이 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허훈 허웅 최준용 송교창, 숀 롱 등 '빅5'가 있다. 개성이 강하고, 개인 능력이 뛰어나다. 게다가 허훈과 최준용은 상대 약점 공략의 '실시간 조정(인 게임 조정·경기 중 유연하게 상대 전술에 대응하는 능력)'에 매우 능한 볼 핸들러다.
즉, 이 감독의 '토론형 작전타임'은 실시간 인 게임 조정을 위한 토대가 된다. 그리고 고양 소노와 부산 KCC의 챔피언결정전(7전4선승제)의 최대 화두다.
1차전, KCC가 승리를 거뒀다. 75대67로 승리를 거뒀다. 소노 손창환 감독은 1차전이 끝난 뒤 "슈퍼팀이 제대로 하니까 무섭다"고 했다.
결정적 차이는 리듬이었다. 소노는 이정현과 켐바오를 중심으로 트랜지션이 강력하다. 얼리 오펜스에서 상대 수비는 제대로 갖춰지지 않는다. 외곽 찬스가 무더기로 난다. 소노는 이정현과 켐바오의 결정력을 바탕으로 외곽 3점포를 소나기처럼 퍼붓는다. 이런 맹렬함을 바탕으로 6강 서울 SK, 4강 창원 LG전에서 승리했다. 승부처에서 소노의 트랜지션 게임에 의한 폭발력이 무시무시했다.
그런데, 1차전, KCC는 소노의 리듬을 완전히 죽였다. 노련한 템포 조절로 소노의 트랜지션 게임을 무력화시켰다. 1차전 소노의 속공 득점은 0이었다.
KCC는 허훈과 최준용을 중심으로 느리게 경기를 전개했다. 엇박자 리듬으로 소노의 트랜지션을 교묘하게 흐트러뜨렸다. 1차전 내내 그랬다.
경기가 끝난 뒤 이상민 KCC 감독은 "우리도 트랜지션을 원했지만, 선수들이 지친 것 같다. 그래서 느리게 경기를 운영한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 부분은 1차전 승리의 핵심 동력이 됐다.
세트오펜스에서 1대1에 강한 KCC가 유리하다. 소노는 활동력과 압박에 능하지만, 1대1 수비에서는 취약점을 보인다. 윙 자원이 약하고, 송교창과 최준용은 미스매치를 통해 이 부분을 노린다. 즉, 느리게 경기가 진행되면 KCC가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부분을 허훈과 최준용은 잘 알고 있다. 즉, 실시간 인 게임 조정을 통해 KCC는 소노의 취약점을 계속 공략했고, 결국 1차전 승리했다.
이상민 감독은 '토론 작전타임'과 거기에 따른 KCC 선수들의 '인 게임 조정'이 1차전 승리의 동력이 됐다는 결론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2차전, 소노는 이런 KCC의 '늪 농구'의 리듬을 깨야만 승리할 수 있다. 챔프전 시리즈, KCC의 '실시간 인 게임 조정'이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