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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잘 나가던 '흑기사', 어쩌다 '리턴'에 역전 허용했나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8-01-25 10:52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수목극 왕좌의 주인이 바뀌었다.

한동안 수목극의 절대 강자는 KBS2 '흑기사'였다. '흑기사'는 전생과 현세를 오가며 펼쳐지는 흥미로운 스토리, 한편의 동화를 보는 듯 아름다운 영상미, 신세경과 서지혜의 압도적인 비주얼, 김래원의 탄탄한 멜로 연기에 힘입어 수목극 정상을 굳건하게 지켰다. '흑기사'의 공세에 경쟁작인 SBS '이판사판'과 MBC '로봇이 아니야'는 제대로 소리 한번 내보지 못한채 시청자의 뇌리에서 잊혀졌다.

이런 '흑기사'의 독주 체제 속에서 SBS는 '이판사판' 후속으로 '리턴'을 출격시켰다. '리턴'은 지난 17일 6.7%, 8.5%(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로 스타트를 끊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흑기사'는 7.9%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아슬아슬하게 1위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바로 다음날 '리턴'이 7.8%, 9%의 시청률을, '흑기사'는 8.3%의 시청률을 내며 순위는 뒤바뀌었다. 그리고 지난 24일 방송분에서는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리턴'은 11%, 14.1%로 시청률이 대폭 상승한데 반해 '흑기사'는 8.7%의 시청률에 그치며 왕좌를 내주게 됐다.

잘 나가던 '흑기사'는 대체 어쩌다 '리턴'에게 역전을 허용한걸까.


'흑기사'와 '리턴'은 기본적으로 선악 대결 구도에 근간을 두고 있다. '흑기사'는 샤론(서지혜)과 정해라(신세경)가 문수호(김래원)를 차지하기 위해 대립하고, '리턴'은 최자혜(고현정)와 독고영(이진욱)이 염미정(한은정) 살인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며 '황태자 4인방' 오태석(신성록) 김학범(봉태규) 강인호(박기웅) 서준희(윤종훈)의 뒤를 쫓는다. 모든 선악 대결 구도 드라마가 그렇듯 악역의 비중과 존재감은 막강하다. '흑기사'의 샤론은 문수호를 빼앗기 위해 반지를 훔치고 정해라로 둔갑하고, 정해라 살인 계획을 세우는 등 치밀한 악녀의 농간을 부린다. '리턴'은 정부도 친구도 망설임 없이 죽여 버리는 오태석과 김학범의 잔학 행위로 극의 초반을 채우고 있다. 소름끼치는 악역들의 하드캐리에 힘입어 초반 몰입도를 높이고 화제성을 가져온다는 전략은 '흑기사'도 '리턴'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흑기사'는 이 과정에서 치명적인 오류를 범했다. 극의 중심을 샤론에게로 넘겨버린 것이다.


24일 방송에서도 마찬가지. 샤론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는 힘을 옷에 불어넣는 능력이 있다. 그리고 샤론은 자신의 염원을 담아 문수호의 셔츠를 만들었다. 이 때문에 문수호는 200년 전 전생의 기억을 떠올리기 시작했고, 장백희(장미희)는 화상 흉터가 있는 착한 여종이 부인이고 비단옷을 입은 여자는 악녀라고 귀띔했다. 그러자 샤론은 계략을 꾸몄다. 자신과 정해라의 전생의 모습을 뒤바꾼 것. 미리 장백희의 얘기를 들었던 문수호는 비단옷을 입은 정해라와 여종 행색의 샤론을 보고 혼란에 빠졌다.

'흑기사'는 벌써 몇 회째 샤론의 복수와 집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샤론이 꾸민 계략에 '흑기사'가 됐어야 할 문수호도, '흑장미'로 활약했던 정해라도 휘말려 표류하는 그림이 거듭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극의 메인 메시지는 흐려졌고 흐름도 흐트러졌다. 이제는 이 드라마의 주인공이 서지혜인지, 신세경과 김래원인지 헷갈릴 정도다. 물론 샤론이 극의 흐름을 지배하는 중요한 캐릭터이긴 하지만, 메인이 흔들려버리면 드라마는 산으로 가는 법이다. 반복되는 고구마 전개에 시청자는 실망감을 드러내며 이탈 기류를 보이고 있다.


반면 '리턴'은 초반부이긴 하지만 누가 진짜 살인범일지를 추리해 나가는 재미와 욕 하면서 볼 수밖에 없는 악역들의 하드캐리, 그리고 그 무게중심을 꽉 잡고 있는 고현정의 카리스마가 시너지를 내며 자극적인 전개에도 승승장구 하고 있다. 이에 '리턴'은 승기를 탔고 '흑기사'는 역전을 허용하게 된 것. '흑기사'가 재역전에 성공하려면 메인 주제로 돌아오는 방법 밖에는 없다. 너무 멀리 돌아버린 '흑기사'가 시청자의 바람대로 원길로 돌아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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