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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유나 기자]'손 꼭 잡고, 지는 석양을 바라보자' 한혜진이 남편 윤상현에 대한 깊은 사랑으로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고 거짓 고백하며 복합적인 심리를 탁월하게 표현해 공감대를 높이고 시청자들의 마음을 애절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집에 도착한 현주는 도영에게 다혜가 자신을 찾아와 도영을 뺏으러 왔다고 말했다며 날을 세운다. 현주는 "나 같은 건 꿈도 못 꾸는 외제 스포츠카를 몰고 와서 당신 마누랄 처참하게 만들어 놨는데"라며 "김도영씨, 나 사랑해서 결혼한 거 아니잖아. 불쌍하고 가엾어서 결혼한 거잖아. 사랑해서가 아니라"라고 말한다. 현주는 "나는 불쌍해서 결혼하고, 그럼 다혜는 너무 잘나고 이뻐서 그래서 버렸어? 얼마나 후횔 하셨을까. 한 순간 동정심 때문에 김도영씨 인생 망쳤잖아.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요. 다혜한테 가세요. 당신 못 잊어서 찾아왔는데 좀 좋아"라고 독설을 날렸다.
사실 현주는 자신의 어머니가 뇌종양으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뇌종양이 어떤 병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어서 가족에게 알리지 않으려 했다. 가족에게 알려야 한다는 아버지 앞에서 "나처럼 엄마가 죽어가는 걸 지켜보라고요?"라며 울부짖는다. 투병 중인 어머니를 지켜보는 가족의 고통이 무엇인지 알기에 그 트라우마를 간직한 채 남편과 딸에게 자신이 겪은 고통을 주고 싶지 않은 마음인 것이다. 갈 곳이 없었던 자신을 받아준 남편에 대한 애틋한 마음, 혹여 자신의 병까지 물려줄까봐 걱정이 되는 딸에 대한 사랑 등이 더해져 현주는 홀로 마음 고생을 하며 가족에게 '하얀 거짓말'을 하기로 한 것.
한혜진은 남편과 딸을 향한 크나큰 사랑으로 자신이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악역을 자처하면서까지 가족을 지키고 싶어하는 복잡미묘한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냈다. 아버지와 석준 앞에서는 분노에 찬 독설과 눈물을 쏟아내는가 하면, 남편 앞에서는 사랑의 마음을 숨긴 채 마음이 떠난 것처럼 꾹꾹 감정을 눌러 표현해내며 보는 이들의 공감을 샀다.
MBC 수목 미니시리즈 '손 꼭 잡고, 지는 석양을 바라보자'는 삶의 끝자락에서 예기치 않게 찾아온 사랑, 설레고 찬란한 생의 마지막 멜로 드라마. 오늘(29일) 밤 MBC를 통해 7-8회가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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