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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시은 "'미션'부터 '내사세'까지..수족관 갇힌 고래로 남고 싶지 않아"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19-03-03 13:24


영화 '내가 사는 세상'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배우 김시은.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9.02.27/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큰 작품을 통해 인지도는 얻었지만 어느 순간 배우로서 연기하는 게 행복하지 않더라고요. 큰 수족관 안에 갇힌 고래로 남고 싶지 않아요. 사람들이 몰라주더라도 큰 바다에서 재미있게 살고 싶어요."

'독립영화계 전도연'으로 꼽히며 충무로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배우 김시은(32). 매 작품 팔색조 같은 변신을 시도하는 그가 이번엔 이 시대의 청춘을 대변한 캐릭터로 또 한 번 인생 연기를 펼쳤다.

일은 부당계약이며 사랑은 정리해고 당하고 꿈은 열정페이로 받는 진짜 요즘 애들의 청춘 스케치를 다룬 독립 영화 '내가 사는 세상'(최창환 감독, 47주기 대구시민 노동문화제·독립영화전용관 오오극장·민예총 대구지회 제작). 지난 제19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부문에 초청돼 "부당한 노동환경에 지쳐가면서도 서로에게 의지하며 매일을 견디는 청춘의 민낯을 담담하게 포착한 작품"이라는 평과 함께 CGV아트하우스 창작지원상 수상하며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특히 굴복하되 굴복하고 싶지 않은 인생의 결기를 올곧이 담아낸 '내가 사는 세상'은 현재 독립 영화계에서 가장 주목 받고 있는, '독립영화계 전도연'으로 불리는 김시은이 출연해 관심을 받고 있다. 김시은은 극 중 꿈은 아티스트지만 현실은 미술학원 보조강사에 머문 시은 역을 연기했다.

앞서 김시은은 '군도'(14, 윤종빈 감독) '허삼관'(14, 하정우 감독) '뷰티 인사이드'(14, 백종열 감독) '아가씨'(16, 박찬욱 감독) '귀향'(16, 조정래 감독) '1987'(17, 장준환 감독) 등 굵직한 작품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고 최근에는 tvN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 OCN '손 the guest' 등에 출연하며 활동 영역을 넓히는 중. '내가 사는 세상'으로 다시 독립영화에 도전한 그는 지금껏 본 적 없는 새로운 모습으로 관객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김시은은 "처음 '내가 사는 세상'을 제안받은 건 2년 전 가을께였다. 최창환 감독이 '내가 사는 세상'을 캐스팅하는 과정에서 곽민규를 남자 주인공으로 캐스팅했고 곽민규와 여러 작품을 통해 호흡을 맞춘 나를 여자주인공으로 자연스레 떠올리게 됐다고 하더라. 처음 최창환 감독과 '내가 사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청춘 드라마를 다룬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알고 보니 노동 영화였다. 최창환 감독은 그동안 노동 영화를 찍어온 독립영화 감독인데 연출자의 메시지가 정확한 작품이라 호기심이 생겼다. 사실 처음 작품을 제의받았을 때는 노동 영화라는 편견이 있었는데 최창환 감독의 전작을 보면서 그 편견을 깨게 됐다. 노동 영화라고 하면 굳이 안 봐도 어떤 메시지를 담은 영화인지 알 것 같은데 최창환 감독의 영화는 반전이 있는 노동 영화더라. 일단 재미있고 현실적인 소재로 공감을 사는 내용에 호감과 신뢰를 얻어 작품에 임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시은의 말처럼 '내가 사는 세상'은 그동안 노동을 주제로 한 영화를 선보여온 최창환 감독의 새로운 노동 영화다. 부당계약, 정리해고, 열정페이 등 당장 오늘 해결해야 할 문제들에 쌓여 행복한 내일을 꿈꾸기 힘든 요즘 청춘들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은 '내가 사는 세상'은 청춘의 생생한 민낯을 통해 우리가 해야 할 생각과 행동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김시은은 "열정페이, 갑과 을의 관계를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실제로 미술 학원 내에서 보조강사의 차별이 많다고 들었다. 나는 미술을 전공하지 않았지만 연기 전공자로서 극 중 시은과 비슷한 경험도 있고 내 주변에도 그런 사례들이 종종 발생한다. 요즘은 내가 연기를 처음 시작했을 때보다 많이 달라지긴 했다. 과거에는 관계를 생각해 정당하게 이야기를 하지 못하고 넘어가야 했던 일들이 있었다면 지금은 적어도 부당함에 대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 같다"며 "솔직히 '내가 사는 세상'에 참여하기 전 내 모습은 시은이라는 캐릭터보다 민규(곽민규) 캐릭터에 더 가까웠던 것 같다. 갑과 을 관계에서 나는 을이었는데 불편한 상황이 발상해도 그게 당연하다고 여기고 참고 넘긴 적도 많다. 상대가 불편해할까 봐 먼저 말을 꺼내는 게 쉽지 않았던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내가 사는 세상'을 연기하면서 그렇게 묵인한 상황이 더 최악의 상황을 만들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작품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더 넓어졌다고 해야 하나? 이 작품을 통해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웃었다.



영화전문지 씨네21이 선정한 '앞으로가 기대되는 여성배우'로 언급될 정도로 충무로의 관심을 받고 있는 김시은. 그는 특히나 장르 불문, 캐릭터 불문하는 용기 있는 배우로 정평이 나 있다. 무엇보다 상업영화, 드라마는 물론 단편영화, 독립영화 등 작품의 규모에 상관없이 자신만의 연기 철학을 바탕으로 소신 있게 작품을 선택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배우 중 하나다.

이렇듯 유명세에 연연하지 않는 뚝심 있는 행보에 대해 김시은은 "예전부터 상업영화와 독립영화를 구별 짓지 않고 좋은 작품에 참여하려 노력했다. 대중, 관객이 많이 안 알아줘도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면 기꺼이 뛰어들 자신이 있다. 물론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좀 더 많은 인지도와 인기를 얻고자 하는 욕심이 있었다. 한동안 인지도를 높이고자 상업영화와 드라마에 매진한 적도 있는데 결과적으로 스스로 행복하지 않다는걸 깨달았다. 인지도도 쌓이고 작품을 거칠수록 출연료도 올라가지만 연기하는 배우로서는 지쳐가는 부분도 있더라. 처음 마음은 강에서 바다로 가서 더 많은, 다양한 연기를 하고 싶다는 욕심으로 시작했는데 점점 연기가 돈벌이 수단이 되면서 재미가 반감되고 안주하게 됐다. 어느 순간 배우 김시은은 큰 수족관에 갇힌 고래가 된 기분이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지난해 정말 여러 좋은 작품을 통해 대중의 관심도 받고 바쁘게 보내 행복하기도 했지만 마음은 많이 힘들었다. 자유롭게 놀고 싶어 바다로 향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물론 누가 만들어준 틀은 아니었다. 내가 선택한 길이었고 내가 스스로 만든 틀이었다. 최근 긴 호흡으로 촬영을 마친 신작이 있는데 그때 연기를 하면서 한계를 느꼈고 각성하게 됐다. 수족관에 갇힌 고래로 남기 보다는 누가 알지 못하더라도 바다에 나가서 자유롭게 살고 싶은 물고기가 되고 싶다. 그래서 앞으로도 '내가 사는 세상' 같은 좋은 취지의 독립영화도 많은 관심을 갖고 도전하려고 한다. 내가 원하는 작품도 좋지만 나를 필요로 하는 작품에서 자유롭게 연기하고 싶다"고 남다른 포부를 밝혔다.


마지막으로 김시은은 '내가 사는 세상'에 대해 "청춘 노동 멜로를 표방한 영화지만 딱딱한 영화가 아니다. 특히 요즘 청춘들에게 꼭 필요한 메시지를 담은 작품이다. 공감하며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작품으로 관객에게 다가갈 수 있는 작품이다. 많은 관심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내가 사는 세상'은 곽민규, 김시은, 박지홍, 유지영, 김용삼 등이 가세했고 최창환 감독의 첫 장편 연출 데뷔작이다. 오는 3월 7일 개봉한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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