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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윤선 기자] '눈이 부시게' 모든 것이 눈부셨던 순간이었다.
대상은 알츠하이머 증세가 심해지는 어머니를 바라보며 과거를 떠올렸다. 남편 준하(남주혁)가 세상을 떠나고, 교통사고로 다리 한쪽을 잃은 아들 대상을 책임져야 했던 혜자는 억척스럽게 살았다. 대상의 상처를 알면서도 애써 모른 체하며, 하루하루를 버텼다. 대상에 대한 미안함을 가슴에 품고 살았던 혜자는 알츠하이머에 걸렸지만, 그 미안함과 아픔만큼은 잊지 못했다. 대상의 다리를 보며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던 것.
대상은 혜자가 아내(이정은)이 며느리인 줄도 모른 채 상태가 점점 다 안 좋아지자 시계의 기억이 혹시라도 도움이 될까하는 마음에 시계를 찾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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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로도 준하는 며칠동안 집에 돌아오지 않았고, 우여곡절 끝에 혜자는 준하를 면회했다. 그러나 준하는 경찰에게 폭행당한 듯 상처 투성이었고, 이를 본 혜자는 분노했다. 오열하는 혜자에게 준하는 "금방 나갈 거니까 그동안 우리 대상이 잘 부탁한다"며 애써 안심시켰다.
그러나 준하는 끝내 집에 돌아오지 못했다. 유품을 건네 받은 혜자는 예물시계가 사라진 것을 발견하고 시계를 찾기 시작했다. 그 순간 혜자는 준하를 수사했던 경찰이 준하의 시계를 차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분노를 참지 못한 채 그에게 달려들어 그의 손등에 상처를 남겼다. 바로 시계 할아버지이 과거 준하의 시계를 훔친 경찰이었던 것.
시계 할아버지는 혜자의 병실을 찾아와 눈물로 사죄하며 시계를 돌려줬다. 하지만 혜자는 다시 그의 손에 시계를 쥐어줬고, 시계 할아버지는 오열했다.
혜자는 '나의 인생이 불행했다고 생각했다. 억울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당신과 행복했던 기억부터 불행했던 기억까지 그 모든 기억으로 지금까지 버티고 있었던 거였다. 그 기억이 없어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무섭기만 하다. 당신이 죽었던 날보다도 지금이 당신을 잃어버릴 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더 무섭다'고 마음 속으로 말했다.
혜자는 남편의 영정 사진을 보며 "당신이 좋아하던 시계 가져오려다 그만 뒀다. 서운하냐. 미안하다. 시계 못 가져와서. 그리고 평생 외로웠던 사람 혼자 가게 해서 미안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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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은 홀로 앉아 있던 혜자에게 가서 "생각 안나는 건 굳이 기억 안해도 된다. 그냥 행복했던 시간만 기억해라"며 "언제가 제일 행복했냐"고 물었다.
이에 혜자는 "대단한 날은 아니고 난 그냥 그런 날이 행복했다"며 남편, 아들과 함께 노을이 지는 모습을 바라봤던 일을 떠올렸다. 그러면서 "그때가 제일 행복했다"며 미소 지었다.
이후 혜자는 다시 한 번 스물 다섯 시절로 돌아갔다. 그 곳에서 혜자는 자신을 기다리는 준하와 재회했고, 두 사람은 서로를 꼭 안았다. 혜자는 "내 삶은 때론 불행했고 때론 행복했다. 삶이 한낱 꿈에 불과하다지만 그럼에도 살아서 좋았다. 새벽에 쨍한 차가운 공기 꽃이 피기 전 부는 달큰한 바람 해질무렵 우러나는 노을의 냄새.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다. 지금 삶이 힘든 당신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당신이 모든 걸 매일 누릴 자격이 있다. 대단하지 않은 하루가 지나고 또 별거 아닌 하루가 온다 해도 인생은 살 가치가 있다.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말라. 오늘을 살아가라.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supremez@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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