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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새롭게 박스오피스 왕좌에 앉은 영화 '봉오동 전투'. 감독과 배우들, 그리고 온 스태프들이 진정성을 꾹꾹 눌러 담아 만든 웰메이드 전쟁 영화의 값진 성취다.
▶철저한 역사적 고증과 노력
최근 역사를 다룬 영화들이 고증 문제에 발목 잡혀 왜곡 논란에 휩싸이고 있는 가운데, '봉오동 전투'는 왜곡 없는 역사를 담아내기 위해 온 노력을 기울인 작품이다. 패배의 설욕을 숨기기 위해 일본이 많은 역사적 사료를 의도적으로 없애면서 봉오동 전투에 대한 사료는 현재 많이 남아 있지 않은 상태. 하지만 메가폰을 잡은 원신연 감독과 제작진은 봉오동 전투에 대한 찾을 수 있는 모든 자료를 찾고 또 찾아 고증에 매달렷다. 영화적 영화 말미에도 등장하는 독립신문에 기재된 봉오동 전투에 대한 사실을 기반으로 삼군자 전투의 승리부터 죽음의 골짜기에서의 대승까지 스크린에 옮겼다. 역사적 사료가 얼마 남지 않은 봉오동 전투의 상징 같은 장군 홍범도 장군을 위험하게 주인공으로 내세우지 않고 그를 따르는 수많은 이름 모를 독립군을 조명한 것도 영리한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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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증에 발목 잡혀 전쟁영화가 줄 수 있는 장르적 쾌감을 놓치는 실수를 범하지도 않았다. 드넓은 평야가 아닌 거친 산 속에서의 전투를 그리는 '봉오동 전투'는 나무와 바위, 높은 경사 등 주변 배경을 영리하게 활용한 전투신으로 긴장감을 더한다. 특히 아래에서 위를 바라보는 카메라 앵글이 산속 전투에 대한 현장감을 살려주면서도 독립군들의 드높은 기상과 위대함을 극대화시키는 효과까지 준다.
15세 관람가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사실적으로 표현되는 부상과 전투신은 전쟁영화의 리얼리티를 더한다. 이러한 장면들은 일본군의 칼날이 조선에게 향했을 때는 잔혹했던 일제의 만행을 가감 없이 고발하려는 의도로, 독립군의 칼날이 일본군에게 향했을 때는 더할 나위 없는 쾌감으로 다가온다.
돌려 말하지 않는 직설적 화법도 통쾌하다. 자신의 피가 아닌, 일본군의 피로 벽에 '대한독립만세'라고 쓰는 황해철(유해진)의 거침없는 행동과 이후 일본군을 향해 독설을 쏟아내는 그의 말들이 '사이다'로 다가오는 이유다. 유해진은 인터뷰에서 "'봉오동 전투'는 돌려서 이야기 하는 화법의 작품이 아니다"라며 "돌려서 곱게 얘기해서 될 상대(일본)도, 분위기도 아니였다고 생각했다. 이 작품에 가장 어울리는 화법"이라고 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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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도중 일어나는 주요 등장인물의 희생정신이 담긴 죽음'은 한국 영화, 외화 가릴 것 없이 전쟁 영화에 당연한 듯 등장하는 클리셰다. 주요 등장인물 중 한명을 거룩한 죽음으로 희생시킴으로서 메인 주인공이 분노, 혹은 각성하게 만들거나, 죽음 자체를 통해 관객의 눈물을 노린다. 하지만 '봉오동 전투'에는 신파를 위한 희생은 없다. 리더 황해철(유해진)을 비롯해 영화를 이끄는 이장하(류준열), 마병구(조우진)의 의지와 희생은 죽음이 아닌 강렬한 전투로 표현된다. 특히 영화 말미 죽음을 각오하고 죽음의 골짜기를 이끄는 이장하 역시 치명적인 부상을 당하긴 하지만, 결코 눈을 감지 않는다. 다시 일어나 승리의 기쁨을 함께 누린다.
그렇기에 '봉오동 전투'에는 애국심을 건드는 전쟁영화 속 필수 요소로 여겨졌던 신파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초반부터 차곡차곡 감정을 쌓아가는 '봉오동 전투'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이름 모를 독립군들이 목숨을 내놓고 일본군과 싸울 때, 마침내 봉오동 골짜기에 홍범도 장군이 이끄는 대한독립군이 모습을 드러낼 때는 가슴을 울리게 하는 진한 감동을 준다.
smlee0326@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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