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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DP' '인간실격' '욘더'…충무로→안방극장, 드라마 넘보는 영화감독들

고재완 기자

기사입력 2021-09-02 10:56 | 최종수정 2021-09-02 11:01


허진호 이준익 한준희 감독.(왼쪽부터) 스포츠조선DB

[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충무로의 안방극장 침투가 본격화됐다.

영화 감독들의 드라마 진출이 이제 자연스러워지는 모습이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해도 영화와 드라마판은 완벽하게 분리돼 있었다. 감독 뿐만 아니라 스태프들까지 '영화 스태프'와 '드라마 스태프'로 확연히 구분돼 있었다. 서로의 장르를 넘보는 것은 금기에 가깝게 인식됐다.

물론 김석윤 감독이나 이재규 감독처럼 장르를 넘나드는 이가 있기는 했지만 일회성이거나 장르를 아예 이동하는 경우였다. 김석윤 감독은 드라마를 주 무대로 하면서 '조선명탐정'시리즈를 위해서만 충무로를 밟는다. 이재규 감독은 2012년 MBC '더킹투하츠' 이후 영화로 장르를 바꿔 '역린'과 '완벽한 타인'을 만들었다.


'D.P.'
영화 감독의 드라마 연출은 최근들어서는 더욱 빈번해졌다. '사도' '동주' '왕의 남자' 등을 통해 거장의 반열에 오른 이준익 감독이 첫 드라마 연출을 확정지었다.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욘더'다. 신하균과 한지민이라는 스타를 캐스팅하고 내년 공개를 목표로 하는 '욘더'는 죽은 아내로부터 메시지를 받은 남자가 그를 만날 수 있는 미지의 공간 '욘더'에 초대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과학기술의 진보가 만들어낸 세계 '욘더'를 마주한 인간군상들을 통해 삶과 죽음, 영원한 행복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작품이다.

이준익 감독이 선택한 OTT 진출작이자, 첫 드라마라는 점에서 기대가 뜨겁다. 과거를 조명해 현시대까지 관통하는 가치를 짚어내는 내러티브로 매 작품 유의미한 질문을 던져 온 이준익 감독이 2032년 근 미래를 배경으로 펼쳐낼 새로운 세계관에 팬들의 기대가 쏟아지고 있다.

'차이나타운' '뺑반'으로 충무로가 주목하는 감독 한준희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D.P.'로 시청자들과 만났다. 'D.P.'는 인기 웹툰 'D.P.:개의날'을 원작으로 탈영병들을 잡는 군무 이탈 체포조(D.P.) 준호와 호열이 다양한 사연을 가진 이들을 쫓으며 미처 알지 못했던 현실을 마주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지난 달 27일 공개된 이 작품은 그동안 쉬쉬해왔던 문제를 수면 위에 드러내며 벌써부터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한 감독은 최근 인터뷰에서 드라마를 처음 제작한 소회를 전하기도 했다. 그는 "드라마 감독, 작가님들을 존경하게 됐다"며 "난 영화를 하던 사람이라 영화 스태프들과 작업을 했고 빨리 찍는 영화처럼 했다. 주어진 회차와 컨디션 내에서 소화해야해서 6개짜리 중편 영화를 만든다고 생각하고 제작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인간실격'
영화 '봄날은 간다'는 "라면 먹을래요"라는, 아직까지 회자되는 명대사가 탄생한 영화다. 이 작품의 감독 허진호는 '8월의 크리스마스' '덕혜옹주' '천문: 하늘에 묻다' 등을 탄생시킨 이다. 특히 멜로에 강점을 보인 허 감독이 전도연 류준열과 힘을 합해 JTBC 휴먼 멜로 드라마 '인간실격'을 선보인다. 4일 첫 방송하는 '인간실격'은 인생의 중턱에서 문득 '아무것도 되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는, 빛을 향해 최선을 다해 걸어오던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아무것도 되지 못한 채 길을 잃은 여자 '부정'과 아무것도 못될 것 같은 자신이 두려워진 청춘 끝자락의 남자 '강재', 격렬한 어둠 앞에서 마주한 두 남녀가 그리는 치유와 공감의 서사를 밀도 있게 풀어낸다.


영화 감독의 드라마 진출은 코로나19 시대의 어두운 단면이기에 마냥 기쁠 수만은 없다. 코로나19로 인해 시장 자체가 줄어들어 투자가 급격히 줄면서 영화를 만들기 힘들어진 상황에서 아직은 제작여건이 괜찮은 안방극장으로 옮겨가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이름값이 있는 감독들은 이동이라도 가능하지만 다른 감독들은 꽤 힘든 상황에 놓여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반면 새로운 플랫폼을 찾았다는 것은 청신호일 수 있다. 이준익 감독은 '티빙'과, 한준희 감독은 '넷플릭스'와 손을 잡았다. 인기 넷플릭스'킹덤'시리즈의 김성훈 감독 역시 '끝까지 간다' '터널'을 만든 영화감독 출신이다. OTT라는 플랫폼을 통해 감독들이 드라마와 영화를 쉽게 오갈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졌다는 의미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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