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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인간의 농밀한 페이소스를 온몸으로 표현하는 배우 유오성(55). 데뷔 29년 차인 그는 아직도 자신의 연기가 가장 부족하다 느끼는, 비정규직 감정근로자다 .
특히 '강릉'은 작품마다 강렬한 카리스마로 대중을 사로잡은 유오성이 '친구2'(13, 곽경택 감독) 이후 8년 만에 스크린 주연작으로 컴백해 많은 관심을 끌었다. 1992년 연극 '핏줄'로 데뷔한 유오성은 이후 '비트'(97, 김성수 감독)로 주목받기 시작한 이후 '간첩 리철진'(99, 장진 감독) '주유소 습격사건'(99, 김상진 감독)의 주연을 맡으며 대세 배우로 등극했다. 이어 '친구'(01, 곽경택 감독)를 통해 '친구 신드롬'을 불러일으키며 단숨에 충무로의 간판스타로 자리매김했고 이밖에 다양한 영화에 출연하며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와 그 뒤에 감춰진 따뜻한 인간적인 면모를 함께 선보이며 29년간 많은 관객으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다.
이러한 그가 '강릉'으로 다시 한번 액션과 진한 누아르 감성을 선보이며 대체 불가한 배우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유오성은 '강릉'에서 무엇보다 평화와 의리를 중요시하는 강릉 최대 조직의 수장 길석으로 변신해 카리스마는 물론 낭만까지 겸비한 인물을 소화한 것. 무엇보다 이번 '강릉'은 범죄 액션 장르를 대표하는 유오성과 장혁이 지난 2015년 방영된 KBS2 드라마 '장사의 신 - 객주 2015' 이후 6년 만에 다시 적대 관계로 호흡을 맞추는 작품으로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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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 '친구'에 이어 '강릉'까지 누아르 3부작을 완성한 유오성. 그는 "어릴 때 '비트'를 찍었을 때는 정말 잘 모르고 어설펐다. 기본적으로 누아르 장르가 가진 정서는 페이소스라고 생각한다. 연민과 회한이 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염세적으로 변해가는데 그래서인지 인간에 대한 연민의 정서를 가진 장르를 더 선호하게 됐다"고 답했다.
또한 "'비트'와 지금이 그다지 달라진 것 같지 않다. 배우라는 직업은 퍼포먼스를 하는 일이다. 주어진 것을 소화하고 배워가는 것 같다. 공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직업적으로 배우를 선택하게 됐고 늘 잘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늘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꾸역꾸역 나이만 먹어가는 기분이다"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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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에 숨겨진 캐스팅 비하인드도 털어놨다. 스스로 비정규직 감정근로자라고 표현한 유오성은 "예전엔 노동자라고 표현하기도 했는데 노동이라는 단어가 가진 숭고함이 많이 퇴쇄된 것 같다. 그래서 비정규직 감정근로자라는 말을 사용하게 됐다"며 "제작자가 처음 내게 시나리오를 줬을 때는 사실 다른 역할이었다. 하지만 내가 윤영빈 감독에게 설득 아닌 설득을 했다. 각 인물의 대사 질이 20대, 30대 초반의 배우가 하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내가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이 생겼다. 배우로서 어떤 시나리오를 봤을 때 '내가 잘 할 수 있다'고 뻔뻔하게 이야기하기는 '강릉'이 처음이었다. 액션 연기는 여기에서 더 나이가 들면 더는 하기 힘들 것 같았다. 이때가 아니면 몸을 쓰는 액션 연기를 하기 힘들 것 같았다. 그래서 윤영빈 감독에게 '누군가의 첫 번째 영화이자 누군가의 마지막 영화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며 설득했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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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남자들은 액션과 빌런 역할에 대한 로망이 있다. 장혁은 빌런이 가진 연민을 잘 표현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 상대 배우에 대한 평가를 잘 하지 않는 편이다. 나 역시 내 역할에 집중하고 있고 선후배에게 연기를 평가할 위치는 아닌 것 같다. 모든 평가는 모니터 앞에 있는 감독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며 "다만 혁이도 나이를 먹더라. 마지막 거친 액션을 하는데 6년 전이었으면 가뿐하게 했을 액션인데 '강릉'은 조금 힘들어하더라. 혁이도 나이를 먹더라. '같이 나이 먹어 가는구나' 싶었다"고 농담을 던졌다.
'강릉'은 유오성, 장혁이 출연하고 윤영빈 감독의 첫 장편 영화 데뷔작이다. 오는 10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제이앤씨미디어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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