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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 신격화하는 문화 있더라" 韓스타시스템, 해외에서 보기엔…

고재완 기자

기사입력 2022-03-27 12:12 | 최종수정 2022-03-29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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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한국에서는 스타를 신격화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더라."

30일 개봉하는 한국 영화 '배니싱: 미제사건'을 연출한 프랑스 출신 드니 데르쿠르 감독은 인터뷰중 이런 말을 했다. 그렇다고 스타들이 거들먹거린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는 "한국의 스타들은 다른 나라 스타들보다 대접받는 느낌이 들었다. 어떻게 보면 그들을 신격화해서 대우하더라. 사람들이 스타들을 신처럼 대하는데, 스타들은 스타 의식 없이 일반인처럼 행동한다. 스타들 자체는 허례허식 없이 평범하게 자기 할 일을 하는 게 흥미로웠다. 그런데 나는 한국에서 스타가 되고 싶지 않다. 모두가 스타만 쳐다보며 일거수일투족을 바라보는 게 부담스러울 것 같다. 스타이기 때문에 남들보다 일을 더 많이 하는 것도 있는 것 같다"는 전했다.

실제로 한국 연예계에서 스타들은 과도하리만큼 보호받는다. 매니지먼트 시스템 역시 스타들의 보호를 주업무로 할 정도다. 스타들에게 최대한의 편의를 제공하고 팬들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미연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라지만 과한 부분이 없지 않다.

단 한 작품으로 특급 스타 대열에 올라선 모 스타는 예전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이런 과보호가 부담스러웠다. 지나치게 대접을 해준다는 느낌을 받았다"면서도 "시간이 흐르면서 내가 그런 대접을 받지 않으면 오히려 스태프들이 불편해한다는 것을 알게됐다. 내가 거부했을 때 안절부절하지 못했고 회사에서는 스태프의 존재 이유에 대해 지적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어느 정도는 받아들이는 편이 낫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한 바 있다.

해외의 경우도 에이전시의 보호를 받긴 하지만 일거수 일투족을 따라다니는 편은 아니다. 계약 관계를 조정하거나 촬영을 진행할 때만 나서는 경우가 많다.


지난 25일 공개된 애플TV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는 윤여정 이민호 등 한국의 내로라하는 스타들이 대거 출연한다. 하지만 특이한 점이 있다. 한국에서라면 이들과 어울리지 않을 '오디션'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하는 것이다.

지난 23일 방송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윤여정은 "'파친코'가 정말 마음에 들었고 출연하려고 했는데 애플TV+ 측으로부터 오디션 제안을 받았다"며 "오디션을 다 봐야 한다고 하더라"고 털어놨다. 이어 윤여정은 "'너희는 내가 이 역할에 아니라고 판단할 수 있지만 난 한국에서 오디션 봤다가 떨어진 여자가 된다. 50년 넘는 커리어를 애플 때문에 망칠 수 없다'고 말했다. 오디션은 못 보지만 역할은 하고 싶다고 했고 결국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극 중 고한수 역을 맡은 이민호 역시 오디션을 피해갈 순 없었다. 이민호는 '파친코' 인터뷰에서 "'꽃보다 남자'라는 작품 이후에 13년 만에 오디션을 봤다. 나는 오디션을 늦게 참여하게 됐다. 막 오디션이 시작할 때쯤엔 '더킹'이라는 작품을 할 때라 '더킹' 후에 오디션 제의를 받았고 스크립을 보고 오디션을 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과정은 나에겐 너무 좋았던 과정인 것 같다. 13년 전의 나를 떠올리게끔 했고, 다시 또 열정적으로 내가 어떤 선택을 직접적으로 평가를 받고 받아야 하는 입장이 돼서 다시 한 번 또 새롭게 태어나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또 "오디션에서 떨어진다면 창피이기 때문에 본 이상 꼭 붙어야 했다. 그래서 치열하게 준비했고, 잘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다"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물론 이는 한국 연예계와 할리우드의 문화의 차이일 뿐 어느 것이 더 옳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한국의 스타시스템에서 '오디션'이라는 단어는 꽤 생경하게 들린다.

스타가 중요한 존재임은 틀림없다. 만에 하나의 사고만 당하더라도 이는 스타 한 명의 불편이 아니라 많게는 수백 수천명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때문에 그들을 보호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과보호는 자칫 K스타들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도 있다. 과도한 우월감이 글로벌 시장에서는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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