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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한국에서는 스타를 신격화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더라."
실제로 한국 연예계에서 스타들은 과도하리만큼 보호받는다. 매니지먼트 시스템 역시 스타들의 보호를 주업무로 할 정도다. 스타들에게 최대한의 편의를 제공하고 팬들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미연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라지만 과한 부분이 없지 않다.
단 한 작품으로 특급 스타 대열에 올라선 모 스타는 예전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이런 과보호가 부담스러웠다. 지나치게 대접을 해준다는 느낌을 받았다"면서도 "시간이 흐르면서 내가 그런 대접을 받지 않으면 오히려 스태프들이 불편해한다는 것을 알게됐다. 내가 거부했을 때 안절부절하지 못했고 회사에서는 스태프의 존재 이유에 대해 지적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어느 정도는 받아들이는 편이 낫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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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방송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윤여정은 "'파친코'가 정말 마음에 들었고 출연하려고 했는데 애플TV+ 측으로부터 오디션 제안을 받았다"며 "오디션을 다 봐야 한다고 하더라"고 털어놨다. 이어 윤여정은 "'너희는 내가 이 역할에 아니라고 판단할 수 있지만 난 한국에서 오디션 봤다가 떨어진 여자가 된다. 50년 넘는 커리어를 애플 때문에 망칠 수 없다'고 말했다. 오디션은 못 보지만 역할은 하고 싶다고 했고 결국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극 중 고한수 역을 맡은 이민호 역시 오디션을 피해갈 순 없었다. 이민호는 '파친코' 인터뷰에서 "'꽃보다 남자'라는 작품 이후에 13년 만에 오디션을 봤다. 나는 오디션을 늦게 참여하게 됐다. 막 오디션이 시작할 때쯤엔 '더킹'이라는 작품을 할 때라 '더킹' 후에 오디션 제의를 받았고 스크립을 보고 오디션을 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과정은 나에겐 너무 좋았던 과정인 것 같다. 13년 전의 나를 떠올리게끔 했고, 다시 또 열정적으로 내가 어떤 선택을 직접적으로 평가를 받고 받아야 하는 입장이 돼서 다시 한 번 또 새롭게 태어나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또 "오디션에서 떨어진다면 창피이기 때문에 본 이상 꼭 붙어야 했다. 그래서 치열하게 준비했고, 잘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다"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물론 이는 한국 연예계와 할리우드의 문화의 차이일 뿐 어느 것이 더 옳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한국의 스타시스템에서 '오디션'이라는 단어는 꽤 생경하게 들린다.
스타가 중요한 존재임은 틀림없다. 만에 하나의 사고만 당하더라도 이는 스타 한 명의 불편이 아니라 많게는 수백 수천명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때문에 그들을 보호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과보호는 자칫 K스타들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도 있다. 과도한 우월감이 글로벌 시장에서는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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