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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인터뷰] 25년 만에 이런 감정 처음..박병은 '이브'로 '중년 섹시' 아이콘(종합)

문지연 기자

기사입력 2022-07-25 14:10 | 최종수정 2022-07-26 07:27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박병은이 중년의 섹시남이라는 새로운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tvN 수목드라마 '이브'(윤영미 극본, 박봉섭 연출)는 13년의 설계, 인생을 걸고 펼치는 한 여자의 가장 강렬하고 치명적인 격정멜로 복수극을 담은 드라마. 박병은은 극중 재계 1위 LY그룹의 최고 경영자 강윤겸을 연기하며 서예지가 연기한 이라엘과 금지된 사랑을 나눴다. 박병은은 강윤검의 위기와 내적 갈등을 밀도 높은 감정선으로 그려냈고, 재계 1위 기업의 최고 경영자다운 강인한 카리스마, 사랑 앞에서는 여러지는 마음을 자유자재로 표현해 시청자들의 주목들 받았다.

22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병은은 약 10개월간 함께했던 '이브'를 떠올리며 여운에 잠겼다. 첫 주연작이기도 했던 '이브'를 무사히 마친 것에 감사하고 있다는 박병은은 "이렇게 오랫동안 한 작품은 처음이었고, 감정이나 이런 상황들이 깊게 들어간 것도 처음이었던 것 같아서, 어제도 마지막 방송을 보고 한시에 누웠다가 세시에 잠이 안 와서 깼다가 다섯시에 깼다. 저는 원래 한 작품이 끝나면 바로 잊는다. 왜냐면 촬영 때 몰입하고 올인했으면 촬영이 끝난 날은 시원하니까. 그런데 이번 것은 '이 감정이 뭘까' 싶었다. 배우들도 다 그랬던 것 같다. 유선 씨도 아침에 메시지가 와서 '소라를 아직 못 보낼 것 같고 헛헛하다. 너도 그렇지?'하더라. 그런 문자를 주고받았다. 저도 배우 생활을 24~25년을 했는데 기억에 남는 작품이었고 1부부터 16부까지 내내 집중하고 열심히 했던 작품"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이브'는 작품 내부에서는 '적나라하다', '선정적이다'라는 평을 받았고, 작품 외적으로는 가스라이팅 논란 이후 돌아오는 서예지의 복귀작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기도. 이에 박병은도 부담감이 있었을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지만, 오히려 "그것은 작품 외의 것"이라는 태도로 작품을 아우르기도. 박병은은 "촬영을 하면서 극을 잘 이끄는 것이 우리의 문제지, 조금이라도 외적인 문제를 신경 썼다면 선택을 안 할 수도 있었다. 배우로서 다가가고 배우로서 작품에 임하면 된다. 그것은 외적인 문제일 뿐이다. 서예지 씨가 너무나 집중력 있게 호흡을 맞춰줘서 감사했다"고 말했다.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극중 박병은이 연기한 강윤겸은 검은 욕망에 눈이 멀어 라엘을 살해하겠다고 발버둥 치는 소라(유선)에게서 라엘을 지키기 위해 자신이 이 모든 것을 끝내야 겠다는 다짐을 했다. 이후 소라를 태운 차의 가속 페달을 밟아 절벽 아래로 몸을 던져 스스로 목숨을 끊는 가슴 아픈 결말을 맞이해 안방극장에 짙은 여운을 남겼다. 또 적나라하산 정사신 등으로도 주목을 받았고, '방구석 탱고'로 희화화 되기도 하는 과정을 겪어야 했다.

박병은은 "촬영 중간에 나온 대본으로 연기한 것들이 아니라, 모든 게 다 나온 상태에서 결정했었고, 이걸 충분히 이해한 상태라 거부감은 전혀 없었다. 저 역시 여배우들과 베드신이 있었는데, 촬영 감독님과 감독님이 너무 세심하게도 베드신에 대한 콘티를 정확히 그려주셨고, 이런 장면에서는 이렇게 찍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상호 소통이 분명히 돼서 감사했다. 베드신은 즉흥적으로 한다면 우왕좌왕하고 민망할 수 있는데, 그런 것들은 감사하게 생각했다"고 밝혔다.

자극적인 베드신뿐만 아니라 눈빛 연기도 박병은에게는 도전이었다. 감정에 대한 세세한 지문이 나와 있는 대본들과는 달리, '이브'는 '...'으로 이뤄진 지문 속에 박병은의 역할이 누구보다도 중요했던 것. 박병은은 "사랑을 위해서 모든 것을 놓치는 강윤겸의 마음 때문에 이 작품을 선택했다. 저의 로망이 끝까지 가는 사랑이었는데, 그 와중에 이 대본이 와서 흔쾌히 결정했다. 강윤겸이란 캐릭터에 연민을 느끼기도 했다. 연민이 가는 캐릭터를 만나는 것은 배우로서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배우가 보듬고 싶고, 안쓰럽고, 그런 연민이란 감정이 생겼을 때 '내가 무조건 열심히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런 대본을 처음 접해봐서 감정을 만들고 캐릭터를 만들고 표정을 만들어내는 게 어려웠다"고 말했다.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첫 주연작이던 '이브'에 임하는 자세는 언제나처럼 같았다. 언제나처럼 노력했고, 몸을 만들어 시청자들에게 선보였다. 이 덕분에 박병은은 대중성이라는 새로운 인기도 얻어냈다. 박병은은 "엄마가 맨날 문화센터 가면 아줌마들이 너 좋다고 난리라고. 현대백화점 차밍 댄스에서 그런다더라. 누가 나를 좋아해주고 칭찬해주면 안 좋은 사람이 어디있겠나. 길에서 누가 사인을 해달라고 하면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하면 '강길순 씨'하더라. '누구지?'하고 쳐다보면 '저희 장모님이요'한다. 장모님 연배는 저를 모르셨었는데 내 사 사인을 왜 받지? 하면서 희한하기도 했다"고 했다.


이어 박병은은 "신기하지만, 휘둘리지는 않는다. 제가 배우로서 작품을 할 때 어떤 감사한 과정이라 생각한다. 제가 중년의 섹시 아이콘을 밀고 갈 것도 아니고, 또 다른 캐릭터도 만나야 하고, 지금 좋아해주시는 반응에 감사하다. 중년의 섹시 아이콘으로 계속 섹시한척하고 가만히 있을 것도 아니고 그냥 가는 거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박병은은 '이브' 이후 차기작을 검토한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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