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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소처럼 열일하는 배우 이제훈(41)이 소주처럼 프레시하고 부드러운 매력으로 관객을 찾았다.
특히 '소주전쟁'은 영화, 드라마 속 미친 존재감은 물론 단편영화 감독까지 맡으며 만능 엔터테이너로서 활약 중인 이제훈의 차기작으로 관심을 끌었다. 이제훈은 극 중 자신의 욕망과 목표가 명확한 최인범으로 변신, '일은 일이고, 인생은 인생'이라는 모토로 성과만을 우선시하며 살아갔지만 자신의 일처럼 매 순간 회사에 대한 진심을 보이는 재무이사 표종록(유해진)을 만나서면서 조금씩 변화를 겪게 되는 인물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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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경제 용어로 가득한 영어 대사를 소화한 과정에 대해서도 "자유로움이 스스로 없어져 애드리브에 대한 제약도 생겨 아쉬웠다. 주어진 대사를 최대한 완벽하게 하려고 했지만 일상적 대사가 아니고 어려운 경제 용어라서 더 힘들었다. 꿈에도 나올 정도로 잊지 못할 대사였다"고 덧붙였다.
금융 범죄를 다룬 영화에 맞게 실제로 이제훈은 경제 산업에도 큰 관심을 가진 배우로 정평이 나 있다. 이제훈은 "배우로서 삶을 연속해서 살아가는 과정에 있어서 항상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크게 관심을 가지고 살아가려고 한다. 세상을 이루는 존재들은 인간이고 그 다수의 인간이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일련의 과정에 늘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뉴스나 신문 등 들여다 보려고 하고 '요즘 사람들은 무엇에 관심이 있을까?' 고민한다.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늘 고민하게 되는데 그런 부분에서 '소주전쟁'과 최인범에 대해 공감을 많이 하게 된 것 같다. 아무래도 내가 지금 매니지먼트를 운영하고 있어서 더 관심과 공감이 있었던 것 같다. 현재 내가 생각하는 고민과 가치관에 있어서 매우 부합하는 영화라 반가웠다. 그리고 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협상의 기술'을 만나면서 더 공감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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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애정을 쏟은 '소주전쟁'이지만 예상 밖 난항을 겪기도 했다. '소주전쟁'은 연출을 맡은 최윤진 감독이 제1 각본가로 주장하면서 분쟁이 일어난 것. 최윤진 감독은 지난 2016년부터 론스타 게이트를 소재로 한 영화를 기획하는 과정에서 박현우 작가를 고용해 '에너미'라는 제목의 영화를 공동 집필했는데, 동일한 소재로 2019년 정지영 감독의 '블랙머니'가 개봉하면서 기획이 중단됐고 이후 최윤진 감독이 단독으로 소재와 스토리, 주제를 바꾼 '소주전쟁'을 만들어 제작사인 더램프와 계약을 맺었다. 이 과정 역시 '에너미'의 등장인물과 스토리 일부가 '소주전쟁'으로 이어졌고 영화의 후반 작업 중 뒤늦게 사실을 안 박현우 작가가 '소주전쟁'의 또 다른 각본가로 크레딧을 주장하고 나섰다. 작품의 유사성을 인지한 박현우 작가와 더램프가 감독에게 항의에 나서면서 논란은 시작됐고 결국 더램프는 최윤진 감독이 원작 작가들을 고의로 누락, 해당 각본을 자신의 단독 작품인 것처럼 계약한 사실을 문제 삼아 감독직 해촉을 통보했다.
문제는 이에 굴복하지 않은 최윤진 감독이 더램프를 상대로 법원에 감독 계약 해지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하면서 잡음이 더욱 거세졌다. 지난달 27일 법원은 더램프의 소명을 인정, 최윤정 감독의 가처분신청을 모두 기각하는 결정을 내려 최종적으로 '소주전쟁'에서 감독의 이름이 빠지게 됐다. 현재 본안 소송이 남아 있는 상황이지만 결과적으로 최윤정 감독은 '현장연출'이라는 생소한 크레딧에 이름을 표기했고 원안에 박현우, 각본에 박현우·최윤진 순서로 명시된 버전으로 개봉했다.
최윤진 감독에 대한 논란에 이제훈은 "작품을 하면서 배우뿐만 노력을 하는 것은 아니다. 감독이라는 위치, 글을 쓰는 작가의 위치, 모든 스태프가 작품을 만드는데 있어서 함께 작업한다. 함께 작업하다 서로의 의견이 좁혀지지 못해, 혹은 앞으로 나아가는 방향성이 다르기 때문에 중간에 하차하는 일도 종종 있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이번엔 더 직접적인 부분이 생긴 것 같다. (감독이 하차하게 되면서) 안타까운 측면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이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 많은 스태프가 노력했고 관객에게 잡음 없이 온전히 영화를 보여줄 수 있게 완성을 하자는 목표 의식이 확고했다. 그래서 더 완성도 있는 작업물을 위해 스스로 의견도 많이 냈다"고 밝혔다.
그는 "워낙 이 작품을 만드는 호흡에 있어서 전작과 함께한 스태프가 많이 겹치기도 했고 그래서 더 편했다. 스스로는 완성된 과정에 있어서 즐거움이 컸다. 다만 또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배우들도 작품을 하다가 중간에 교체가 되고 하차하는 경우가 있지 않나? 나의 작품 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에 있어서 이런 이슈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고 그런 소식을 들을 때마다 더 잘해야 겠다 생각을 했다. 작품을 만드는데 한사람의 의견 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람의 의견을 취합해서 원하고자 하는 방향성으로 나아가야 한다. 앞으로도 그렇게 작품을 만드는 데 긍정적인 효과를 위한 선택을 지지하고 나 또한 더 열심히 해야 겠다 느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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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 두 작품은 시리즈로서 이어가는 작품이다 보니 다시 그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안정감도 있다. 다만 전편에서 더 진화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다. 그래도 일이 있어 소속사 직원들의 월급을 줄 수 있으니 너무 감사하다. 약간 과한 측면도 있지만 내년 스케줄이 아직 없어 벌써 걱정이 크다. 지금 열심히 하지 않으면 회사로서 리스크가 있다. 딜레마가 있는 것 같다. 회사 사정을 생각하면 쉬면 안되는 강박이 있다"며 10년 만에 '시그널2'를 선보이게 된 과정에 대해서도 "10년 만에 다시 시리즈로 만든다는 게 흔한 일은 아니다. 다들 왕성하게 활동을 해주고 다시 모이다 보니 우리가 정말 연기를 사랑하면서 여기까지 건강하게 왔구나 싶어 감사했다. 시간이 지나 만나니 든든하면서 의지가 많이 됐다. 또 확실히 그때보다 많이 성장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유도 많이 갖게 됐다. 좀 더 경력과 경험이 생겨 대선배들과 만나게 됐고 당연히 치열한 현장이지만 웃으면서 즐겁게 촬영하고 있다. 매 회차 선배들의 이 순간을 기억하려고 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시 촬영의 어려움 중 하나인 이미지 변신의 어려움도 이제훈에게 문제 되지 않았다. 이제훈은 "아무래도 '시그널'과 '모범택시' 모두 헤어스타일이 비슷해서 촬영을 병핼 할 수 있었다. 두 작품 모두 전편에서 이어지는 이야기인데 10년 전 내 모습이 지금과 많이 차이나지 않아 다행이었다. 감독들이 '디에이징'을 하지 않아도 된다며 안심했다. 아무래도 그런 효과에서 제작비가 절약되니까 감독들도 만족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소주전쟁'은 유해진, 이제훈, 손현주, 최영준이 출연했다. 지난달 30일 개봉했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