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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삼성, 상하이 선화와 통한의 승부 '꼬인다 꼬여'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8-03-07 20:59 | 최종수정 2018-03-07 21:18




수원 삼성이 홈에서 찜찜한 한판승부를 펼쳤다.

수원은 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H조 3차전 상하이 선화(중국)와의 경기서 1대1로 비겼다.

이로써 수원은 최근 3경기 연속 무승(1무2패)을 하며 ACL 조별리그에서 1승1무1패를 기록, 가시마 앤틀러스(일본·2승1무)에 이어 2위를 유지한데 만족했다.

상대의 압도적인 원정 응원단 공세 속에서도 이기제의 화끈한 기습 중거리 슈팅으로 앞서갔지만 통한의 페널티킥과 상대의 시간끌기에 당하면서 분루를 삼켜야 했다.

▶수원 홈경기 맞아?

경기 시작 전부터 수원 선수들은 자존심이 몹시 상할 만했다. 안방을 손님에게 내어준 꼴이었다. 킥오프 1시간 전 선수들이 워밍업을 하러 그라운드에 입장했을 때 상하이 선화의 '인해전술' 응원단의 함성이 경기장 분위기를 지배했다. 상하이 현지에서 날아온 열성팬과 국내 유학생 등 1000여명이 경기장 S석을 메우고 있었다. '푸른악마'를 연상케 하듯 짙은 파란색 유니폼을 조직적으로 차려입었고 상하이의 고유 색깔인 청·백·적 걸개를 곳곳에 장식했다. 수원의 고유색깔과 똑같아 얼핏보면 수원 응원단으로 착각하기 십상이었다. 반면 반대쪽 N석은 드문 드문 손으로 헤아릴 수 있을 정도의 응원단이 자리했을 뿐이다. 일반 관중석의 풍경은 오히려 초라해 보일 정도였다. 수원 구단 관계자는 "아시아축구연맹(AFC)가 경기 시간을 저녁 7시로 앞당긴 데다 평일이어서 퇴근 시간과 애매하게 겹치는 바람에 경기장을 찾지 못한 팬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 시간이 임박하자 수원 응원석의 숫자가 점차 늘어나기는 했지만 상하이에 대적할 정도는 아니었다. 선수들의 기를 북돋우는 응원가와 응원 구호 함성 역시 수원을 압도했다. '수원의 홈경기 맞아?'라는 의구심은 괜한 게 아니었다.


7일 수원 삼성과 상하이 선화전 전반을 시작할 때 수원 응원석(위)과 상하이 응원석의 분위기. 수원=최만식 기자



▶그라운드를 지배했지만…

킥오프 휘슬과 함께 뚜껑이 열리자 그라운드 분위기는 응원석과 반대였다. 수원이 한 수 위의 경기력을 앞세워 내내 압도했다. 상하이는 올시즌 들어 왜 무승 행진인지 여실하게 보여주려는 듯 수비축구로 일관했다. 수원이 지배했지만 탄식이 더 많았던 게 흠이다. 전반 28분 데얀의 절묘한 프리킥이 상대 골키퍼의 슈퍼세이브에 걸렸고 2분 뒤 염기훈의 패스에 이은 문전 쇄도 슈팅은 살짝 빚맞아 골키퍼 품에 안겼다. 38분 염기훈의 강력한 왼발슛마저 슈퍼세이브에 막혀 땅을 치기만 했다. 이런 가운데 위안거리는 염기훈과 데얀의 호흡이 환상적이라는 것. 탄식만 쏟아냈던 수원 응원석이 탄성으로 바뀌는데 더 오래 걸리지 않았다. 후반 2분 페널티박스 오른쪽 앞 염기훈의 프리킥에서 시작됐다. 강력한 직접 슈팅을 골키퍼가 가까스로 쳐낸 것을 후방에서 대기하고 있던 이기제가 달려들며 원거리에서 왼발슛을 날렸다. 상하이가 정신 차릴 틈도 없이 날아든 총알킥은 골그물을 보기좋게 흔들었다. 이 한방에 상하이 응원석은 숫자만 많을 뿐 풀이 죽었다. 반대로 뒤늦게 달려온 수원팬들로 상하이 못지 않게 채워진 홈팀 응원석은 뜨거운 함성으로 지배하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홈경기 분위기로 정상화됐다. 그러자 수원의 푸른전사들은 거칠 게 없었다. 하지만 그 기세가 어이없이 막혔다. 후반 24분 크리스토밤이 에디의 돌파를 몸으로 막아 넘어뜨렸다는 이유였다. 키커로 나선 지오가 침착하게 마무리하며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상하이 응원석은 다시 신이 났지만 이후 볼썽사나운 장면이 이어졌다. 동점에 만족한 듯 중국 특유의 '침대축구'가 속출했고 상하이 골키퍼는 골킥을 지연하며 시간을 끌다가 경고를 받기도 했다. 결국 수원은 덩달아 조급해진 나머지 추가 득점에 실패한 채 다잡은 승리를 놓쳤다. 경기가 끝난 뒤 상하이 응원석은 여전히 신났지만 수원 응원석에서는 상하이의 비매너 경기 운영을 비판하는 야유가 쏟아졌다.
수원=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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