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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다비(아랍에미리트)=박찬준 기자]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이것으로 벤투호가 실패했다고는 보기 어렵다. 아시안컵은 단 7경기를 치르는 대회다. 상대에 따라 다양한 전술을 구사하는 것보다는 확실한 전술을 극대화 하는 것이 낫다. 로테이션은 장기 레이스에서 필요한 전략이다. 게다가 한국은 이번 대회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였다. 한수 아래의 팀을 상대로 변화를 주는 것보다 잘하는 것을 가다듬는 것이 훨씬 합리적이다. 최근 메이저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대부분의 팀 역시 확실한 카드 하나로 대회를 치렀다.
벤투호는 이번 대회 내내 부상에 시달렸다. 벤투 감독은 컨디션에 많은 공을 들였지만, 허사였다. 특히 시즌이 끝난 동아시아 리거가 아닌, 시즌 중인 유럽파들에서 주로 부상이 나온 것은 치명적이었다. 여기에 경기 외적인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의무팀 논란, 이승우 물병 논란, 김민재 이적설, 손흥민 혹사 논란 등이 대표팀을 흔들었다. 분명 준비한 축구를 보여줄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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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식 축구의 핵심은 볼을 지배하고, 컨트롤 하는 축구다. 점유율을 높여 득점 기회를 최대한 창출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후방부터 빌드업에 나서고, 짧은 패스를 지속적으로 시도한다. 지난 7번의 평가전에서는 성과를 거뒀다. 우루과이를 상대로 역사상 첫 승을 거둔 것은 물론 단 한차례도 지지 않았다.
이번 대회 들어서도 기조는 바뀌지 않았다. 점유는 어느정도 이루어졌다. 필리핀과의 1차전에서 무려 82%를 기록한 것을 시작으로 키르기스스탄전 71%, 중국전 61%의 점유율을 보였다. 바레인과의 16강전에서도 70%, 카타르와의 8강전에서도 60%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 점유율이 기회 창출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단 6골에 그쳤다. 사실 울리 슈틸리케 감독 시절에도 이 정도 점유율은 항상 기록했다. 아시아 무대에서 한국축구를 상대로 맞불을 놓는 팀은 거의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점유한 볼로 어떻게 상대를 공략하느냐 였다. 이 부분에서 벤투 감독의 가장 큰 책임이 있다. 벤투 감독은 밀집수비에 대해 지나치게 안일하게 대처했다. 벤투 감독은 선수 선발 과정부터 롱볼축구를 배제했다. 장신 공격수를 선발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기존의 스타일을 유지하며, 상대의 수비를 깰 수 있는 약속된 플레이를 준비했어야 하는데, 이 부분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이렇다 할 준비도 없이 자신의 방식만을 '고집'했으니 실패할 수 밖에 없었다.
일단 벤투 감독은 자신의 철학을 그대로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벤투식 축구에 대한 선수들의 신뢰는 절대적이다. 이청용(보훔)은 "완전히 내려선 팀을 상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최대한 공을 가지고 지쳤을때 노리는게 최선의 방법이다. 그래서 감독님의 전술에 만족한다. 당연히 점유율이 높은 팀이 유리하다"고 했다. 은퇴의사를 밝힌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도 "벤투식 철학이 선수들과 잘 맞는다"고 했다.
벤투식 축구를 유지하면서, 결과까지 만들기 위해서는 마무리까지 만들기 위한 세밀한 플레이에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 결과를 만드는 것은 점유가 아니라 득점이다. 이 부분을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향후 벤투호의 성패가 결정될 것이다.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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