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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 살린 황현수…'욕받이'→'개막전 영웅' 반전 스토리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9-03-04 06:00


2019 K리그1 FC서울과 포항스틸러스의 경기가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서울 황현수가 선제골을 넣은 후 고요한, 박동진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9.03.03/

FC서울이 2019시즌 첫경기부터 승점 3점 이상의 승리를 수확했다.

주변의 예상을 뒤엎고 지독한 징크스까지 보기좋게 깼다.

서울은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9년 하나원큐 K리그1 포항과의 홈 개막전서 2대0 완승을 거뒀다.

9시즌 만에 징크스를 날려버린 짜릿한 첫승이다. 서울은 2010년 대전과의 개막전에서 5대2로 승리한 이후 8년 동안 개막전에서 한 번도 승리하지 못했다. 종전 8시즌 동안 성적은 4무4패였다. 이 때문에 '슬로스타터'란 달갑지 않은 별명을 달고 다녀야 했다.

사실상 1.5군 엔트리로 포항을 완파했다는 것도 기대 이상 수확이다. 작년 시즌 하반기부터 상승세를 보인 포항은 올해 개막 이전 울산 전북과 함께 '빅3'로 예상된 팀이었다. 반면 서울은 이날 페시치, 오스마르, 박희성 등이 부상과 컨디션 저하로 인해 출전하지 못하면서 베스트11을 가동하지 못했다. 하지만 최용수 서울 감독은 "사실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면서도 "베스트 멤버는 부상없이 얼마나 준비를 철저하게 하느냐도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오늘 출전하는 선수들은 나에게 베스트"라며 믿음을 잃지 않았다.

그의 '믿음'에 보기좋게 화답한 이는 젊은 수비수 황현수(24)였다. 서울이 이날 개막전에서 거둔 수확 가운데 가장 값진 결실이기도 하다.

스리백 왼쪽 수비수로 출전한 황현수는 혼자서 2골을 쏟아부으며 '골넣는 수비수'의 진가를 보여줬다. 전반 10분 박주영의 측면 크로스에 이은 이웅희의 헤더가 크로스바 맞고 나온 것을 재차 달려들며 머리로 마무리, 시즌 개막골을 선사했다.


2019 K리그1 FC서울과 포항스틸러스의 경기가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서울 최용수 감독이 박주영에게 경기 전 작전지시를 하고 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9.03.03/

이어 28분에는 알리바예프가 페널티에어리어 오른쪽으로 찔러준 것을 강력한 논스톱 슈팅으로 마무리, 상대 골키퍼를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

이로써 황현수는 '국민욕받이'에서 '골넣는 수비수'의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작년까지만 해도 그에겐 고난의 세월이었다. 오산고 유스팀 출신으로 2014년 서울에 입단한 그는 2017년부터 K리그1 무대를 밟을 기회를 얻었다. 2017시즌에 26경기에 출전해 3골을 넣으며 '골넣는 수비수'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꽃길'도 잠시, 2018시즌 이을용 전 감독대행이 재임할 때까지 팀내 경쟁에서 밀려 그저 그런 선수가 됐다. 출전 수도 14경기로 급감했다. '이 감독에게 야단을 맞기도 했다', '겉멋이 들었다'는 등의 얘기도 나왔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 차출되는 영광을 얻었지만 '국민욕받이'로 고개를 숙였다. 조별리그 말레이시아와의 2차전에서는 부실한 수비력으로 1대2 패배의 '원흉'으로 지목됐다. 설상가상으로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에서는 자책성 골을 내줬다. 한국은 연장 접전 끝에 승리했고, 이후 금메달까지 수확했지만 황현수에 대한 팬들의 불신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당시 우즈벡전에서 황현수의 자책골을 유도한 이가 알리바예프였다. 알리바예프는 올시즌 아시아쿼터로 서울에 입단해 황현수의 두 번째 골까지 어시스트했으니 묘한 인연이다.

최악의 2018년을 보낸 황현수가 2019년 첫판부터 '상암의 영웅'으로 명예회복에 성공했다. 최 감독이 강조한 올시즌 팀의 명예회복에 앞장섰다.

이날 경기를 지켜 본 한 축구인은 "최용수 감독은 이른바 '문제 있는' 선수들 조련하는데 도사다. 오늘 황현수를 통해 그 효과가 입증됐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작년 아시안게임을 보면서 황현수의 가능성을 봤다. 내가 서울에 복귀하면서 많은 주문을 했는데 훈련에 임하는 태도가 상당히 좋았다"면서 "목표를 향해 가려면 서로 신뢰가 없으면 안된다. 현수와 많은 대화를 나눈 가운데 선수 본인의 노력 덕분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많은 기자들과 인터뷰를 처음 해본다"는 황현수는 "프로 입단 전 학생때부터 게으르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지난 동계훈련에 참가하면서 스스로 바뀌어야겠다는 다짐을 많이 했는데 감독님이 보실 때 바뀌려고 노력한다는 인상을 받으신 모양이다"라며 수줍게 웃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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