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얽히고 설킨 인연, 벤투와 아이들은 ‘주먹감자’ 케이로스와의 악연 끊어낼까

김가을 기자

기사입력 2019-03-26 07:00


사진=AP 연합뉴스

엉키고 또 엉킨 실타래다. 한국 축구와 '여우'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과의 인연이 묘하다.

▶주먹감자, 8년간 이어진 악연

지난 2011년 4월 이란의 지휘봉을 잡은 케이로스 감독은 8년 동안 한국과 다섯 차례 격돌했다.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 4승1무로 압도적 우위를 기록했다. 2013년 6월 울산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던 경기에서는 1대0으로 승리한 뒤 한국 벤치를 향해 '주먹감자'를 날려 공분을 샀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 시절이던 2016년에는 이란을 상대로 단 한 차례의 유효슈팅도 날리지 못했다. '슈팅영개'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다.

5년 간 이어졌던 패배의 사슬은 지난 2017년 8월 상암에서 열린 대결에서 가까스로 끊어냈다. 당시 0대0 무승부를 기록했다. 하지만 한국은 케이로스 감독을 상대로 단 1승도 거두지 못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그런 케이로스 감독이 2019년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안컵을 끝으로 이란의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콜롬비아 대표팀으로 둥지를 옮겼다. 한국과의 악연도 끝나는 듯 보였다. 아니었다. 질긴 인연은 계속된다. 케이로스 감독이 콜롬비아 대표팀을 이끌고 한국을 찾는다.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격돌한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25일 오전 파주축구트레이닝센터(NFC)에서 훈련을 했다. 훈련 후 벤투 감독이 공식 기자회견장에 입장하고 있다. 파주=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9.03.25/
▶사제의 연, 이제는 자존심 격돌

놀라운 점은 한국과 케이로스 감독의 악연 만큼, 벤투 감독과 케이로스 감독의 인연도 오래됐다는 것이다. 둘은 포르투갈 대표팀에서 '사제의 연'을 맺었다. 벤투 감독이 현역 시절인 1992년 1월 포르투갈 대표팀 데뷔전을 치를 때 사령탑이 케이로스 감독이었다.

벤투 감독은 스승과의 경기를 앞두고 "케이로스 감독과는 좋은 기억들이 대부분이다. 그가 포르투갈 대표팀에 있을 때 내가 선수로 대표팀에 데뷔했다. 내가 리스본(포르투갈) 감독, 케이로스 감독이 맨유(잉글랜드) 코치일 때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 좋은 대결을 펼쳤다. 케이로스 감독은 포르투갈 축구를 위해 많은 일을 하신 분이다. 지금은 또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이번 경기는 우리 둘 모두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새 도전을 시작하는 과정에서 좋은 대결, 좋은 경험이 될 거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다. 벤투 감독은 물러설 뜻이 전혀 없다. 그는 "한국이 케이로스 감독의 이란을 한 번도 이기지 못한 것을 알고 있다. 그동안의 기록을 보고 '어려운 과정이겠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과거는 크게 중요하다고 생각지 않는다. 이번 경기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축구 하다보면 그런 일도 있다. 과거는 과거로 덮어두고 내일은 국민들, 팬들께서 많이 오셔서 우리 팀을 열심히 응원해주시면 좋겠다. 불미스러운 사건들도 있었지만 케이로스 감독은 존중받아 마땅한 지도자다. 다 덮어두고 팬들이 좋은 경기 보실 수 있도록, 우리가 선보일 수 있는 좋은 경기력, 결과로 보답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25일 오전 파주축구트레이닝센터(NFC)에서 훈련을 했다. 홍철, 백승호, 이강인, 김문한, 이진현, 주세종이 짝짓기 게임을 하고 있다. 파주=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9.03.25/
▶'변화'의 소용돌이 속 첫 격돌

익숙한 이란을 떠나 새 도전에 나선 케이로스 감독. 지난 22일 열린 일본과의 경기에서 콜롬비아 사령탑 데뷔전을 치렀다. 하메스 로드리게스(바이에른 뮌헨), 라다멜 팔카오(AS모나코) 등 세계적인 선수를 선발로 내세웠지만 쉽지 않은 경기를 치렀다. 상대 파울로 얻은 페널티킥을 성공, 가까스로 1대0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케이로스 감독 특유의 '지키기' 축구는 유효했다. 콜롬비아는 1-0 리드를 잡은 뒤 뒷문을 굳게 잠갔다. 일본이 가가와 신지(베식타스) 등을 투입해 전방위적 공격에 나섰지만, 콜롬비아는 굳건했다.

하지만 '변화'가 있는 것은 케이로스 감독만은 아니다. 한국 역시 지난 8월 파울루 벤투 감독 체제로 새단장을 했다. 벤투호는 한 번도 케이로스 감독과 격돌한 적이 없다.

무엇보다 한국은 세대교체 중이다. 그동안 중심을 잡았던 기성용(뉴캐슬)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이 은퇴를 선언했다. 황인범(밴쿠버) 김문환(부산) 등 새 얼굴이 스쿼드에 합류했다. 이강인(발렌시아) 백승호(지로나) 김정민(리퍼링) 등 어린 선수들도 점검 중이다.

여기에 벤투 감독은 포메이션을 변경해 변화를 줬다. 그동안 줄곧 사용하던 4-2-3-1 전술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투톱을 활용했다. 손흥민(토트넘)이 최전방 공격수로 위치했고, 왼쪽 날개는 치열한 경쟁 중이다.

얽히고 설킨 케이로스 감독과의 인연. 과연 '벤투 감독과 아이들'은 악연을 끊어내고 새 인연을 쓸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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