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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양강'에서 '낙동강 폭격기'로, 제리치는 진짜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9-08-01 05:58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 지난 시즌 준우승 기적을 쓴 경남은 최악의 전반기를 보냈다.

단 2승에 그치며 강등권으로 추락했다. 후반기 승부수를 띄웠다. 향수병에 빠진 조던 머치와 계약을 해지하고, '지난 시즌 득점 2위' 제리치를 강원에서 영입했다. 지난 시즌 '득점왕' 말컹의 위력을 극대화한 전술로 준우승까지 차지했던 김종부 경남 감독은 말컹과 플레이스타일이 비슷한 제리치를 데려와 변화를 모색했다.

이제 막 두 경기를 치렀지만, 벌써 대박이다. 제리치는 30일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인천과의 2019년 하나원큐 K리그1 23라운드(1대1 무)에서 선제골을 기록했다. 전반 30분 김효기의 크로스를 받아 강력한 오른발 슛으로 인천 골망을 흔들었다. 데뷔전이었던 20일 제주와의 22라운드(2대2 무)에 이어 2경기 연속골. 인천전에서 시종 위협적인 모습을 보였다. 1골을 포함해 무려 8번 슈팅을 날렸다. 이날 경남이 날린 슈팅(14개) 50% 이상을 혼자 책임졌다. 유효슈팅도 4개나 됐다.

사실 활약하기에 다소 좋지 않은 환경이었다. 제리치를 도와주기 위해 영입한 오스만은 근육 이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김 감독은 제리치를 정점으로 김효기와 김승준을 좌우에 포진시킨 스리톱을 내세웠다. 김효기와 김승준은 전형적인 측면 자원이 아닌만큼 주로 중앙쪽에서 움직였다. 제리치의 높이를 써먹을 수 있는 크로스가 많지 않았다.

제리치의 존재감은 떨어지지 않았다. 필요하면 2선으로 내려와 볼을 배급하고, 직접 기회를 만들었다. 무엇보다 역습 상황에서 솔로 플레이로 슈팅까지 연결한 장면은 매우 강렬했다. 인천의 거센 공격에 고전하던 경남은 제리치를 향한 롱볼로 활로를 모색했는데, 제리치는 그때마다 탁월한 키핑력과 예상을 넘는 스피드로 슈팅까지 마무리했다. 제리치의 공격력을 의식한 인천은 수비 라인을 제대로 올리지 못했다.

'제리치 효과'로 경남은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여전히 수비가 불안하지만, 언제든 골을 넣을 수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을 얻었다. 사실 경남이 지난 시즌 안정된 경기력을 펼친 이유는, 지금은 팀을 떠난, 수비의 핵 박지수(광저우 헝다) 최영준(포항)의 존재감도 있었지만, 골을 넣을 때 넣으며 편안한 상황에서 경기운영을 할 수 있는 측면이 컸다. 김 감독은 "아직 수비가 불안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계속해서 득점을 하고, 허리부터 경기를 지배하면 자연스레 수비도 여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제리치는 경기장 안팎에서 팀에 빠르게 녹아들고 있다. 구단 관계자 역시 제리치의 긍정적인 태도에 만족감을 보이고 있다. 강원에서 주전으로 뛰지 못할 때도 성실한 자세로 훈련했다. 자신을 믿어주는 경남에서 훈련 태도는 말할 필요도 없다. 경남은 부상자들이 속속 복귀할 예정이다. '지원군' 오스만, 룩, 쿠니모토가 돌아올 경우, 제리치의 득점력은 배가된다. 오스만은 양질의 크로스를 공급해 줄 수 있고, 룩은 집중된 수비를 분산시켜줄 수 있다. 쿠니모토는 경기의 속도를 높여줄 수 있다.

강원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던 제리치는 자신의 능력이 여전히 '진짜'라는 것을 입증했다. 제리치라는 구세주를 얻은 경남, 경남의 시즌은 지금부터다.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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