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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래 사장님은 부담없이 하라시는데, 13년 전을 기억하는 올드 팬들을 생각하면 부담을 좀 가져야될 것같다."
지난해 말 ACL 우승후 곧바로 자가격리에 들어가면서 정든 울산 팬들에게 인사조차 제대로 건네고 오지 못한 점은 두고두고 아쉽다. 울산에서의 지난 2년 반을 돌아보며 이근호는 "생각해보면 아쉬움이 크다. 구단과 팬들에게 미안함도 있다"고 했다. "강원에서 울산에 올 때 계획이 있었다. 구단도 저를 믿고 뽑아주셨다.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100%를 보여주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리그 우승을 두 번 놓쳤고, 그 과정에서 역할을 못한 것에 대해선 팬들에게 미안함이 크다. 그나마 ACL 우승으로 아주 조금, 미안함을 덜었지만 많이 부족했다. 구단과 팬들께 많이 죄송스럽고 정말 감사하다"는 작별인사를 건넸다. 울산 동료들의 클럽월드컵 선전도 진심을 다해 응원했다. "2012년 클럽월드컵 때 그렇게 큰 대회인 줄 모르고 나갔다. 시간이 지나니 아쉽더라. 정말 좋은 경험이고 기회다. 울산이 클럽월드컵 무대에서 아시아 챔피언의 위상을 보여주리라 믿는다. 바이에른 뮌헨과 붙는 모습도 한번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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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호는 "대구에서 축구선수로서 처음 주목받았고, 자신감이 생겼고, 전성기가 시작됐다"고 돌아봤다. 그 시절 쉼없이 치고 달리고 골망을 흔들던 이근호를 기억할 대구의 올드 팬들을 떠올렸다. 매순간 그랬듯 혼신의 힘을 다해 달릴 각오를 전했다. "조광래 사장님은 계속 부담갖지 말라고, 하던 대로 하라고 하셨는데, 솔직히 부담을 좀 가져야할 것같다"며 웃었다. "올드팬 분들이 13년전 이근호를 기억하실 것이다. 그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좋은 경기력으로 보답하고 싶다"고 말했다.
올 시즌 함께 대구 유니폼을 입은 86년생 이용래, 88년생 박기동 등 '동료 고참'들의 존재는 한없이 든든하다. 이근호는 "(이)용래와 (박)기동이가 있어 다행이다. 띠동갑 후배들 틈새에서 많이 의지가 된다"며 웃었다. "베테랑이 많지 않던 팀이다 보니 어린 선수들과 함께 뛰면서 좋은 이야기도 해주면서, 경기장에서 솔선수범하려 한다"는 베테랑의 굳은 다짐을 전했다. 지난 연말 ACL에서 '편안하게, 재미있게', 행복축구로 아시아 정상에 우뚝 선 이근호의 새 시즌 목표 역시 '행복축구'다. "올해는 공격포인트 목표 없이, '부상없이' 즐겁게 최선을 다해 행복축구 하는 것이 목표다. 대구에 좋은 선수들이 많아서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같다. 올해가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올인하려 한다."
대구 팬들을 향한 살뜰한 컴백 인사도 잊지 않았다.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다시 돌아오게 돼서 기쁘다. 옛날에 선물해주신 '태양의 아들' 별명을 지금까지 잘쓰고 있다. 하루 빨리 코로나가 종식돼 '쿵쿵골' 응원이 뜨거운 '대팍' 스타디움에서 반갑게 만나뵈면 좋겠다"고 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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