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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의사 반하는 트레이드는 '이제 그만'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21-02-02 05:17


김동현.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코로나19로 얼어붙은 이번 겨울이적시장의 화두는 단연 '트레이드'였다.

이적료 지불이 쉽지 않다보니 저마다 약점을 해결할 방안으로 '선수 대 선수' 교환이 주를 이뤘다. 그 중에서도 올 겨울 가장 큰 주목을 받았던 것이 '5각 트레이드'였다. 결론적으로는 '연쇄 이동'으로 봐야하지만, 애초 기획된 그림만 놓고보면 울산 현대, 성남FC, 강원FC, 대전하나시티즌, 부산 아이파크 등 5개 구단, 6명의 선수가 연루된 초대형 트레이드가 완성될 뻔 했다.

이를 통해 김지현이 강원에서 울산으로, 이규성이 울산에서 성남으로, 박정인이 울산에서 부산으로, 이현식이 강원에서 대전으로, 김동현이 성남에서 강원으로, 박용지가 대전에서 성남으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5각 트레이드'의 시작은 김동현에서 출발했다. 올림픽대표 미드필더 김동현은 당초 FC서울행을 추진하고 있었다. 광주FC를 떠나 새롭게 서울 지휘봉을 잡은 박진섭 감독이 과거 광주에서 함께 했던 김동현의 영입을 강력히 원하고 있었다. 김동현 역시 서울행을 원했다. 김동현 측과 서울은 이적료와 연봉에 대한 조율까지 마쳤지만, 돌연 성남과 대전이 '김동현↔박용지+현금' 트레이드에 합의했다.

김동현 측은 펄쩍 뛰었다. 김동현 측은 전부터 성남 구단에 여러차례 자신의 거취를 어떻게 할 것인지 물어보며, 서울행 의사를 내비쳤다. 하지만 묵묵부답하던 성남이 전격적으로 대전과 트레이드에 나선 것이다. 김동현 측은 대전행에 불만을 품었고, 당연히 대전과의 협상 역시 난항을 겪었다. 이 틈을 타 이영표 강원 대표이사가 김동현을 원한다고 접근했고, 김동현 역시 1부리그에서 뛰는 강원이라면 괜찮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 대표는 대전에 이현식 카드를 제시하면서 김동현과 트레이드를 시도했다. 김동현은 박용지와 트레이드로 일단 대전 유니폼을 입고, 다시 이현식과 트레이드로 강원으로 가는 '3각 트레이드'가 완성됐다.

하지만 이 그림은 한 구단 이적 후 16주 내 타 구단 이적을 불허하는 국제축구연맹(FIFA)의 새 규정에 막혀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영표 대표는 어떻게든 김동현을 데려오고 싶었고, 이를 위해 만든 것이 '5각 트레이드'였다. 성남은 FIFA 규정을 빌미로 '3각 트레이드' 파기를 원했다. 당초 김동현의 대체자로 데려오려던 이규성이 울산으로 갔기 때문이다. 성남은 일찌감치 이규성 영입을 준비했고, 이규성 역시 성남행에 동의했다. 하지만 울산과 부산이 전격적으로 '이규성↔박정인' 트레이드에 합의하며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규성 측은 반발했고, 계속해서 성남행을 원한다고 나섰다.

이영표 대표는 울산 측에 이규성을 성남으로 보내는 것을 전제로, 김지현을 제시했다. 울산도 동의했다. 하지만 울산과 강원의 이적료 협상이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김지현 딜은 개별적으로 진행이 되며 결국 김지현은 울산 유니폼을 입었다. 이규성도 임대로 성남에 갔다. 당초 이규성과 트레이드로 부산 유니폼을 입으려 했던 박정인은 부산이 이적료를 지불하며 이적이 확정이 됐다.

다행히 모두가 원하는 결과를 받아들였지만, '3각 트레이드'가 시작된 것도, '5각 트레이드' 논의가 이어진 것도 선수가 원치 않는 트레이드를 하면서부터 진행됐다. 과거에 비해 트레이드 시 선수 의사가 많이 반영되고 있지만, 여전히 선수보다는 구단이 '갑'인 경우가 있다. K리그만의 로컬룰 때문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규정집 '제 2장 선수'에서 '제 23조 선수 계의 양도' 항목을 보면 ①각 클럽은 보유하고 있는 소속 선수를 타 클럽에 양도(임대 또는 이적)할 수 있다, ②선수는 원소속 클럽에서의 계약조건보다 더 좋은 조건(기본급 연액과 연봉 중 한쪽이라도 더 좋은 조건)으로 이적될 경우, 선수는 이를 거부할 수 없다고 되어 있다. 이를 거부할 경우, 선수는 임의탈퇴로 공시된다.


최근 K리그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가까이 가고 있다. 보상금이 발생 했던 기형적인 FA 제도 역시 올해부터 국제 기준인 '보스만룰'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제 보상금도 없어지고, 협상도 계약만료 6개월전부터 자유롭게 진행이 가능하다. 하지만 트레이드 관련 조항은 여전히 로컬룰에 따른다. 사실 이 부분은 정확하게는 K리그만이 아니라 한국 프로스포츠 전체의 문제기도 하다. 한 관계자는 "다른 국내 프로스포츠 모두 선수에게 트레이드 거부권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K리그는 '더 좋은 조건일 경우'라는 전제가 있는만큼 상황이 나은 편"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트레이드는 직장 선택의 자유와도 연결된 부분이다. 코로나19 여파로 향후 몇년간 트레이드가 이적시장의 대세가 될거라고 볼때, 트레이드 관련 로컬룰에 대한 개선은 분명 필요해보인다. K리그가 글로벌 스탠다드를 지향하는만큼, 더욱 그렇다. FIFA는 이적 분쟁 시 가급적 선수의 손을 들어준다. 연맹 역시 이를 인지하고 있었다. 연맹 관계자는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가 구체적인 답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이전부터 논의를 하고 있었다. 선수들의 권익과 관련해 이야기를 듣고 있다. 향후 선수와 구단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올바른 결론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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