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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준은 왜 선수들 사이에서 '지니어스'라 불리는가[전훈인터뷰]

윤진만 기자

기사입력 2021-02-02 05:17


◇전남 드래곤즈 전경준 감독. 사진제공=전남 드래곤즈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전남 드래곤즈는 지난해 12월 3일 전경준 감독(47) 재계약 보도자료에 '지니어스'(Genius·천재)란 표현으로 '천재 감독과 계약을 연장했다'는 이미지를 부각했다.

이 '지니어스'란 표현은 구단 홍보팀에서 지도자를 띄우기 위해 처음으로 꺼낸 아이디어는 아니다.

올해 주장으로 임명된 프랜차이즈 스타 이종호(29)는 지난주 광양 클럽하우스에서 진행한 본지와 인터뷰에서 "그 표현은 내가 작년에 인터뷰할 때 썼다"며 '특허권'을 주장했다.

이종호는 "전남 에이스가 누구냐고 묻길래 '감독님'이라고 답했다. 사실이다. 감독님이 거의 다 하셨다"며 "축구 이야기를 나눠보면 수가 높다는 걸 알게 된다. 어떤 상황에서 무얼해야 하는지에 대한 '틀'이 100가지가 넘는 것 같다. 각 선수가 가장 잘할 수 있는 플랜을 짜주신다. 그래서 강원의 '병수볼'처럼 처음에 감독님 축구를 접하면 어렵다는 인상을 받지만, '전경준 축구'에 익숙해지면 경기 중 놀라운 효과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전경준 감독은 같은 날 인터뷰에서 '지니어스'란 별명에 대해 "에이~ 내가 무슨…. 선수들이 인터뷰할 때 그런 표현을 쓴 것 같은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손사래부터 쳤다. 그러면서 자신이 '천재파'가 아니라 '노력파'에 가깝다고 말했다.

"남들보다 의자에 오래 앉아서 경기 준비를 더 오래한다고는 생각한다. 영상을 한 번 본 것보다 열 번 본 게 더 나으니까. 특별히 똑똑한 게 아니고 시간을 많이 투자해 더 꼼꼼히 준비하려고 한다. 준비만이 승률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전 감독은 이어 "완벽주의자는 아닌데, 준비한 게 제대로 실행되지 않을 땐 스트레스를 받는다. 지난해 대전 하나시티즌전에서 딱 한 번 그런 느낌을 받았다. 특정 선수를 마크하는 전략을 짜놨는데 그 상황이 틀어져버렸다. 경기 중이어서 전략을 바꿀 수 없었다. 내 판단 미스로 아쉽게 비겼던 기억이 난다. 그 선수를 자극할 게 아니라 전체 블록 안에 그 선수를 가둬서 막았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후회가 된다. 이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제공=전남 드래곤즈
전 감독은 지난해 전남 지휘봉을 잡았다. 그 이전에는 올림픽축구대표팀과 국가대표팀 코치를 지냈고, 전남, 제주에서 코치 생활을 했다. 신태용 현 인도네시아 감독이 이끌던 국가대표팀에선 전술 파트를 담당할 정도로 그 능력을 인정받았다. 처음으로 프로 사령탑에 오른 지난해 전술적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이종호는 "시즌을 마치고 상대팀 선수들에게서 '전남이랑은 경기 하기 싫더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전반기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행동으로 눈길을 끈 전 감독은 철저한 분석만이 성공의 지름길이라고 믿는다. 그는 "나는 이 작업을 10년 넘게 해왔다. 분석도 많이 하고 영상도 참 많이 봤다. 그러면서 나만의 방법, 요령이 생겼을 것이다"며 "지난해 상대팀 분석이 덜 됐을 때 상대가 90분을 어떻게 운영해나가는지 보기 위해 1라운드를 관중석에서 보냈다. 올해도 상황, 상대팀에 따라 관중석으로 올라가 경기를 지켜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 시점으로 시즌 개막을 한 달 가까이 남겨뒀지만, 감독실은 늦은 밤까지 불이 꺼지지 않고 있었다. 전 감독은 "분석 일이라는 게 계속 달고 살 수 없다. 코치들과 분석관들에게 끊을 땐 끊어야 한다고 말은 하지만, 계속 붙들고 있다. 내가 감독실에 있는 것보다 퇴근을 하는 게 낫겠다는 주변의 조언에 따라 요즘엔 일찍 집에 가려고 한다.(웃음) 시즌 돌입하면 많이 바쁠테니, 그땐 이해해달라고 말했다"고 했다.

전남은 지난해 '바이오 논란'으로 뒤숭숭한 분위기에서 시즌에 돌입했다. 올해 비록 우승권 팀에 비해 뚜렷한 전력 보강은 하지 못하고 있지만, 분위기만큼은 좋다고 감독, 선수, 관계자들은 한 목소리로 말했다. 전 감독은 "없는 살림에 어떻게든 해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 바닥 일을 15년 이상 하다 보니 마음 맞는 프런트, 선수와 일을 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안다. 그런 면에서 저는 만족한다. 물론 스쿼드가 좋으면 더할나위 없겠지만,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잘 한다면 그룹에서도 투자를 고민하지 않을까 싶다. 당장 올시즌 성적도 중요하지만, 전남을 지금의 전북 현대처럼 만들기 위한 매개체 역할도 해야 한다. 여기에 있는 한 힘을 쏟아부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사진제공=전남 드래곤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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