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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에 와서 '커리어하이' 찍은 박한빈 비결은? '가화만사성'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22-09-27 16:59 | 최종수정 2022-09-28 06:05


광주 박한빈이 26일 안산전에서 골을 터뜨린 뒤 임신부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운동도, 집에 가는 것도 행복해요."

올 시즌 K리그2에서 압도적 우승을 차지한 광주FC에는 '숨은 병기'가 있다. 수비형 미드필더 박한빈(25)이다. 신갈고 졸업 후 2016년 대구FC에서 프로 데뷔, 줄곧 '대구맨'으로 뛰다가 올해 처음으로 이적한 곳이 광주다. 이적생이지만 프로생활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2022시즌 현재까지 그의 기록은 3골-5도움, 프로생활 7시즌 만에 '커리어 하이'다. 웬만한 공격수, 공격형 미드필더들이 부러워할 만한 기록이다. 특히 키 1m83, 몸무게 80㎏의 큰 체격으로 주로 수비라인의 중심을 책임지는 수비형 선수인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공격포인트 공헌도다.

26일 광주의 조기 우승을 자축하며 열린 K리그2 41라운드 안산과의 홈경기(3대0 승)에서도 박한빈은 전반까지 나홀로 후방을 책임지다가 후반 들어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했다. 광주 이정효 감독의 전술이었다. 다른 누구보다 체력 소모가 많은 역할임에도 그는 육중한 몸을 이끌고 60여m를 전력 질주하더니 그림같은 다이빙 헤더골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박한빈이 광주에 와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게 된 데에는 안팎으로 든든한 지원군이 있기 때문이다. 첫째 지원군은 이정효 감독이다. 잠자고 있던 박한빈의 능력을 일깨웠다. 박한빈은 고교 시절이던 2015년 고등부 전기리그 득점왕을 차지할 정도로 공격력도 갖춘 만능 플레이어. 이런 장점을 간파한 이 감독은 평소 박한빈에게 "포지션에 신경쓰지 말고 과감하게 공격에 가담하라"고 주문했다. 수비형이라는 이유로 갖고 있는 재능을 뒤에서 썩히지 말고 마음껏 발휘해보라고 '멍석'을 깔아준 것이다.

"너는 할 수 있다. 실패에 대한 책임은 감독이 진다"고 믿음을 주니 박한빈은 물 만난 물고기 처럼 종횡무진 공격에 가담하며 결과를 보여줬다. 이 감독은 "박한빈 같은 선수가 1명 더 있으면 좋겠다"고 말할 정도로 박한빈의 기량발전에 크게 만족하고 있다.

두 번째 비결은 이른바 '가화만사성'이다. 박한빈은 시즌이 끝나고 11월에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다. 태어날 아기도 이미 예비아내의 뱃속에 생겼다. 과거엔 '속도위반'이라지만 요즘은 '혼수'라고 할 정도로 예비부부의 임신은 감출 일도 아니다. 박한빈이 안산전에서 골을 넣은 뒤 '임신부 세리머니'를 한 것도 예비아내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서였다.

박한빈은 "운동을 마치고 귀가하면 반갑게 맞이해 주는 사람이 있고, 맛있는 음식도 차려주니 매일 행복하다"고 말했다. 힘든 선수생활의 피로를 단번에 날려주는, 가정에서의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든든한 보약이 된다는 것. 박한빈은 "곧 태어날 2세를 생각하면 가장으로서 책임감에 축구에 임하는 자세도 달라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가정이 화목하니 밖에서도 '일할 맛'이 나는 모양이다.

이 감독은 "남은 3경기에서 박한빈이 두 자릿수 공격포인트를 달성할 것이라 믿는다. 충분히 할 수 있는 선수"라고 기를 북돋웠고, 박한빈은 "지금도 프로에서 최고 기록이지만 안주하지 않고 남은 3경기 노력해보겠다"고 화답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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