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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버팀목이었던 팬들이 응원을 보이콧하며 등을 돌렸을 때도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시즌 초반에도 불구하고 '구단 버스'를 막는 실력 행사는 더 동의하지 못했다. 전북 현대라는 거대한 물줄기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믿음'을 논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더 이상 환희의 전북도 없다. 베테랑마저 길을 잃은 모습을 보면서 일말의 기대감도 산산이 조각났다.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했다. 전북은 여전히 그 힘이 있다. 그러나 팬들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한 급박한 심경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지난달 29일 전북은 도가 지나쳐도 한참 지나쳤다.
사단은 경기 종료 직전 일어났다. 강원의 양현준이 후반 추가시간인 50분 김건웅과의 '정당한 몸싸움'을 뚫고 '극장골'을 터트렸다. 하지만 전북 선수들은 벌떼처럼 주심에게 달려가 항의했다. 물론 항의할 수는 있다. 다만 넘지 말아야 할 선이라는 것이 있다.
'왕조'는 유한하다. 어느 팀도 늘 최고일 수는 없다. 지난해 K리그1을 제패한 울산은 무려 17년이라는 세월을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그렇게 세상은 달라졌다. 그러나 요즘 전북에서 벌어지는 작태를 보면 모두가 '우승 DNA'의 함정에 빠진 듯 허우적거리고 있다.
전북은 10라운드가 흐른 현재 벌써 6패째를 기록했다. 10위(승점 10·3승1무6패)가 엄연한 현주소다. 반등을 위해선 현실을 직시해야 하지만 냉정한 자아성찰도 없다. '우승'이 마치 전북의 전유물이나 된 듯 환상에 젖어있는 듯 하다. 이대로면 더 이상 희망은 없다.
올라가긴 힘들어도 내려가는 건 한 순간이다. 구단 운영은 밖에서 보는 것과는 다르다.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한다. 프런트, 선수단 그리고 팬들이 하모니를 연출해야 비로소 최고의 성적을 바랄 수 있다. 한 곳이라도 삐걱거리면 추락이다. '전통의 명가' 수원 삼성이 그랬고, FC서울이 뒤를 이었다. 한동안 정상의 자리를 '현대가'가 대신했지만 전북이 그 내리막 길을 걷고 있는 모양새다.
빠른 반전을 위해선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필요하다. 구단 대표가 됐든, 감독이 됐든 인적쇄신이 불가피해 보인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