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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세이셔널' 손흥민(토트넘)의 인종차별에 대처하는 의연한 자세가 화제다.
그러나 더 아팠던 장면은 교체 직후였다. 후반 종료 직전 시간지연을 막기 위한 주심의 지시에 따라 손흥민은 벤치 반대편에서 관중석을 지나 걸어나왔다. 동선상 크리스탈팰리스 '원정석' 앞을 지나야 했고, 홈 팬들의 '나이스원, 쏘니!'응원가와 기립박수가 쏟아지는 가운데, 패배 직전의 열받은 크리스탈 팬들은 손흥민에게 야유를 퍼부으며 화풀이 했다. 일부 극렬 서포터들이 눈에 손을 가져가며 눈을 찢는 제스처,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올리는 폭력적 제스처 등 명백한 인종차별적 행위를 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손흥민은 고개 숙이거나 외면하지 않고 이들을 직시했다. 말없이 이들의 행위를 끝까지 응시하는 모습으로 맞대응했다. 매번 잊을 만하면 반복되는 어이없는 인종차별적 행위에 '픽' 실소하는 듯한 모습도 잡혔다. 이 장면은 경기 후 팬들의 직캠과 중계화면 캡처 등을 통해 유튜브, 소셜미디어로 퍼져나갔고, 경기 종료 후 손흥민이 구단 안전 관련 관계자를 불러 귀엣말로 뭔가를 알리는 듯한 모습도 함께 포착됐다. 손흥민이 해당 사건을 인지하고 구단에 알리는 모습같다는 추측이다. 일부 팬들은 직접 찍은 인종차별 영상을 SNS 태그 등을 통해 구단에 제보하고, 각 매체에 DM을 보내며 인종차별 행위에 대한 구단 및 리그 차원의 적극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아시아 출신으로 토트넘에서만 리그 100호골을 기록한 역대 최고의 '월드클래스' 에이스인 손흥민을 향한 인종차별 행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8월 15일 첼시-토트넘전에서 손흥민을 향해 눈을 찢는 제스처를 취한 '30세' 첼시 서포터는 최근 런던치안법원을 통해 벌금 726파운드(약 113만원)와 함께 3년간 축구장 입장금지 처분을 받았다. 지난 2월엔 웨스트햄을 상대로 시즌 5호골을 넣은 직후 SNS을 통해 인종차별적 댓글이 달려 토트넘 구단이 공식 성명을 낸 바 있다. 또 지난 1일 리버풀전에선 '스카이스포츠 해설가' 마틴 테일러가 손흥민이 코디 각포를 수비하는 모습을 보고 "마셜아트(무술)을 하고 있다"고 조롱해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그리고 불과 일주일 만에 토트넘 홈구장에서 또다시 믿기 힘든 인종차별 행위가 나왔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