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우리는 오직 경기하러 왔다. 응원단 문제는 감독으로서 생각할 일이 아니다."
리유일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이하 내고향) 감독이 19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진행된 아시아여자챔피언스리그(AWCL) 준결승 기자회견에서 통일부가 지원하는 남북응원단 3000명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내고향은 20일 오후 7시 같은 장소에서 수원FC 위민과의 준결승을 치른다. 수원FC 위민-내고향 승자는 같은 날 오후 2시 열리는 멜버른 시티-도쿄 베르디 벨레자의 준결승전 승자와 23일 결승에서 맞붙는다. 이번 대회 우승상금은 100만달러(15억원)이다.
내고향은 북한 여자축구 클럽팀 최초로 1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방남, 수원 호텔로 이동해 17~18일 수원 인근 운동장에서 비공개 훈련을 진행했다. 북한 선수단이 스포츠 대회 참가를 위해 방남한 것은 2018년 12월 인천에서 열린 국제탁구연맹(ITTF) 월드투어 그랜드파이널스 이후 8년 만이다. 북한 여자축구팀이 한국에 온 건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이후 12년 만이다.
경기 하루 전날인 이날 오전 11시45분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 북한 리유일 감독과 선수대표 김경영이 참석했다. 공항 입국 때부터 호텔, 훈련장에서 입을 굳게 닫았던 '묵묵부답' 북한 내고향이 공식 기자회견에서 처음 입을 연다는 소식에 100여명의 취재진이 운집했다. 리유일 감독은 2022년 항저우아시안게임 당시 북한대표팀 지휘봉을 잡아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패하며 은메달을 획득했다. 이후 내고향 지휘봉을 잡고 당시 8강 남북전 승리 후 기자회견에서 한국기자가 질문 중 "북측"이라고 하자 "미안하지만 북측이 아니고 조선인민주의공화국 또는 조선이라 불러달라. 그렇지 않으면 대답하지 않겠다"고 발언해 화제가 됐었다. 김경영은 북한의 2017년 U-17 여자아시안컵(구 U-16 여자아시아챔피언십) 결승에서 한국을 2대0으로 꺾고 우승할 당시 주전 공격수이자 현역 북한 국가대표로. 항저우아시안게임 한국전(4대1 승)에서도 페널티킥 골을 터뜨렸다.
'대한민국 WK리그 챔피언' 수원FC 위민과의 결전을 앞두고 리유일 감독은 "내일 경기 상황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비교적 준비가 괜찮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선수대표로 나선 김경영은 "중요한 경기인 만큼 최선을 다하겠다"고 짧게 답했다. 조별리그에서 한조에 속했던 수원FC 위민, 도쿄 베르디가 4강에서 다시 맞붙게 된 데 대해 리 감독은 "감독으로서 4강, 결승 가는 게 목표다. 4개팀 모두 실력이 누구나 다 1등할 수 있는, 우승을 노릴 수 있는 팀이다. 조별관계에서 이겼다고 해서 이번 대회 성적에서 누가 강하고 약하다 말할 수 없다. 우리는 고저 내일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멕시코 기자가 공항 입국 때부터 북한을 환영하고 준결승 현장에 나설 남북 응원단 3000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질문했다. 이번 대회 관중석은 7000석 규모다. 아시아축구연맹(AFC)가 초대권 등으로 운영하는 2000석을 제외한 약 5000석이 판매됐는데 이중 3000석이 통일부에서 지원하는 남북 응원단 몫이다. 통일부는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의 응원단을 조직한 민간단체에 남북협력기금 3억원 규모의 티켓, 응원도구 등 비용을 지원키로 했다. 이와 관련한 질문에 리 감독은 분명한 선을 그었다. "응원단에 대한 질문은 앞으로도 나올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여기에 경기를 하러 왔다. 감독으로서 오로지 내일 경기와 앞으로 있게 될 경기에만 집중하겠다. 응원단은 감독으로서 생각할 일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김경영은 결연한 필승 각오를 밝혔다. "팀의 주전으로서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조국과 부모, 형제들의 기대에 보답하기 위해 우리는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내고향은 이날 기자회견에 이어 오후 4시부터 진행되는 팀 훈련 초반 15분을 공개한다.
수원=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