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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홈 승리가 간절했던 부산 아이파크, 감독 데뷔승이 필요했던 수원 삼성 모두 허탈감만 안고 갔다.
이래저래 그들만의 '빅매치' 같은 분위기에서 펼쳐진 대결이었다. 부산과 수원, 나란히 6승1무7패로 승점이 같지만 다득점에서 7위(부산), 8위(수원)로 갈린 상태였다.
중위권 팽팽한 라이벌끼리 서로 이겨야 할 이유가 수두룩했다. 최근 2연패의 부산은 이날 '고(故) 정용환 추모 데이'로 경기를 치렀다. 지난 2015년 55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난 고인은 부산의 전신 대우 로얄즈 시절 '레전드'였다. 생전에 그와 조기축구 인연을 맺었던 지인들이 결성한 '정용환축구꿈나무장학회'와 부산 구단은 해마다 기일(6월7일) 주간에 열리는 홈경기에서 추모 행사를 해왔다. 레전드를 추모하는 날, '후손'같은 선수들이 승리를 바친다면 이보다 좋을수 없다.
게다가 부산은 홈에서의 승리가 더 절실하다. 올 시즌 15라운드까지 홈 경기 승률이 1승6패에 그쳤다. 전체 7패 가운데 6패를 홈에서 했으니 홈 팬들의 마음 상처를 덜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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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하루밖에 훈련을 하지 못하고 첫 경기를 맞이한 터라 대단한 변화를 보여줄 수는 없지만 패배의 늪에 빠진 팀을 다시 건지는 게 급선무였다. 주변의 기대를 반영하듯, 이날 부산에는 수원의 원정 응원단이 2000여명이나 운집했고, 수원 홈경기로 착각할 정도로 압도적인 응원 함성을 과시했다.
하지만 수원 팬들의 열성에도 변 감독에게 '연속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전반에 팽팽한 공방전을 펼친 뒤 맞이한 후반, 이른 시간에 허를 찔렸다. 후반 4분 부산의 포백 오른 측면 자원으로 출전한 성호영이 '깜짝쇼'를 선보였다. 압박을 위해 적진 깊숙히 올라 온 성호영이 전진우의 드리블을 가로채더니 번개같이 페널티 지역으로 돌파, 감각적인 왼발 감아차기로 선제골을 터뜨렸다.
기세가 오른 부산은 11분 최건주의 슈팅이 수원 골키퍼 양형모의 슈퍼세이브에 걸렸지만 수원의 기세를 눌러놓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수원의 간절함도 다를 바 없었을까. 이후 부산은 주도권을 잡고 공세를 멈추지 않았지만 거꾸로 허를 찔렸다. 31분 이종성이 아크 오른쪽에서 기습적으로 때린 중거리 슈팅이 대각선 방향 골문 구석을 적중했다. 선제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던 전진우가 저돌적 돌파에 이은 완벽한 어시스트로 마음의 짐을 덜게 한 골이었다.
경기 종료까지 맹렬하게 부딪혔지만 추가골은 없었고, 두 팀 선수들은 허탈한 듯 그라운드에 드러누웠다.
부산=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