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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스페인에 만연하던 인종차별주의자들에게 철퇴가 내려졌다.
다만 스페인에서는 비폭력 범죄로 2년 미만의 징역형을 받은 피고인은 전과가 없으면 추가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한 집행이 유예된다. 이들 3명에게는 앞으로 2년 동안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경기와 스페인축구협회 주관 경기가 열리는 축구장 출입도 금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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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시간이 17분이나 주어진 뒤 결국 발렌시아가 1대0으로 승리하며 치열했던 경기가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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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첼로티 감독은 "비니시우스는 피해자다. 인종차별이 만연한 환경에서도 뛰려고 했는데 모욕이 계속됐고 정말 심했다. 매우 슬픈 일이다. 지금은 2023년"이라며 "이건 미친 일이다. 축구와 사회에서 인종차별 같은 어떤 형태의 차별도 나설 자리가 없다는 걸 분명히 하고 싶다. 말만 하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우리는 인종차별 피해자들과 함께 한다, 인종차별에 반대하며 어떤 형태의 차별도 금지한다"며 분노했다.
하지만 하비에르 테바스 라리가 회장의 입장문이 사태의 불을 더욱 지폈다. 테파스 회장은 사과는 커녕 오히려 비니시우스를 비판했다. 그는 비니시우스의 글을 공유하며 '우리는 당신에게 인종차별이 어떤 것이고 라리가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설명하려고 노력했다. 당신은 스스로 요청한 두 번의 날짜에 참석하지 않았다. 라리가를 비판하고 모욕하기 전에 당신 스스로 제대로 알아야 한다. 자신을 조종하지 말고 각자의 능력과 우리가 함께 해온 일들을 완전히 이해해라'고 항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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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찍한 수준이었다. 비니시우스를 향해 상대 팬들이 외치는 목소리는 충격적이었다. 지난해 9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팬들은 '비니시우스는 원숭이'라고 소리쳤고, 3개월 뒤 바야돌리드 팬들은 '멍청한 깜둥이'라고 외쳤다. 올 2월 마요르카 팬들은 '바나나나 먹으러 가라'고 했고, 3월 바르셀로나 팬들은 '비니시우스 죽어'라고 했다. 상대 에이스인 비니시우스를 향한 상대 팬들의 안티 콜은 당연한 표현이지만, 이는 정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 심각했다.
비니시우스는 '이것은 축구가 아니다. 비인간적'이라며 '인종차별이라는 증거는 영상 속에 있다. 이들이 범죄자라고 설명하는데 무엇이 부족한가. 스폰서들은 왜 라리가에 비용을 청구하지 않나. 텔레비전은 주말마다 이 야만적인 모습이 방송되는 것이 방해되지 않나'라고 울분을 토해냈다. 이어 '이 인종차별주의자들 중 이름과 사진이 노출된 사람은 한명도 없다. 누구도 슬픈 이야기를 하거나 대중에게 사과하는 사람도 없다'고 강도높에 비판했다.
결국 각계에서 이번 사태에 목소리를 높였다. 지안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은 "비니시우스에게 전적인 연대와 지지를 표한다. 축구나 사회에서 인종차별이 설 자리는 없다. 우리는 이처럼 인종차별을 겪은 모든 선수를 지지하고 돕겠다"고 밝혔다. 브라질 내에서는 분노가 커지는 모습이다. 룰라 대통령은 "비니시우스가 그가 가는 경기장마다 모욕을 당하는 것은 불공평하다"며 "파시즘과 인종차별이 전 세계의 축구 경기장을 장악하지 못하도록" 조치를 요구했다. 플라비우 법무부 장관은 스페인 당국이 해당 사건에 대해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을 경우 "치외법권"을 이용해 용의자들에 대해 브라질 형법 조항을 적용하는 것까지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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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 마드리드는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우리는 비니시우스 주니오르에게 벌어진 사건을 강하게 규탄한다. 이런 인종차별적 공격 역시 증오 범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해당 사실을 조사하고 책임을 명확하게 할 수 있도록 법무 장관실과 검찰청에 해당 사건을 제기했다"라고 발표했다. 당초 안첼로티 감독의 발언이 잘못됐다며 오히려 화를 내던 발렌시아도 사태가 자신들의 생각과 다르게 흘러가자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인종차별은 발렌시아 가치관에 부합하지 않는다. 우리는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과 폭력에 반대한다. 비니시우스에게 인종차별을 한 팬을 확인했다. 가장 빠르고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전했다.
스페인왕립축구연맹(RFEF)도 당시 심판들에 대한 징계를 내리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스페인 마르카는 'RFEF의 큰 결정에 따라 나초 이글레시아스 비야누에바는 즉시 비디오 판독(VAR) 심판직을 내려놓는다. 그와 더불어, 5명의 다른 VAR 심판도 다음 시즌 심판직을 맡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어 비니시우스의 퇴장 조치 역시 취소됐다. 스페인 심판기술위원회는 '비니시우스가 발렌시아 선수의 난폭한 행위를 벗어나려는 의도에서 한 행위다. 퇴장은 부당한 결정이므로, 징계를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법적인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CNN은 '스페인 경찰이 비니시우스에게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한 혐의로 관중 3명을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스페인 경찰은 이들과 별도로 올해 1월 비니시우스의 이름이 적힌 셔츠를 인형에 입혀 다리에 매달아 놓은 혐의로 4명을 추가로 체포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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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리가 하비에르 테바스 회장도 선고 직후 "이번 판결은 비니시우스 주니어가 겪어야 했던 수치스러운 사건의 잘못을 바로잡고 축구장에서 욕설을 퍼붓는 사람들에게 분명한 경종을 울리는 메시지로 스페인의 인종차별과의 전쟁에 있어 매우 좋은 소식"이라고 코멘트 했다. "라리가는 이들의 신분을 끝까지 색출해 알리고 형사처벌을 내리도록 조치할 것"이라며 강경 대응의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했다. "이러한 처벌이 선고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에 대한 불만이 있을 수는 있지만 이 또한 스페인이 사법의 공정성을 보장하는 국가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라리가는 법정의 속도를 존중할 수밖에 없지만 인종차별에 맞서 싸우는 속도를 높일 수 있도록 라리가에 제재 권한을 부여하는 스페인 법의 발전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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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안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도 이번 판결을 "긍정적인 조치"라고 환영하면서 "확고한 실행"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축구를 대할 때 여전히 인종차별적인 방식으로 행동하는 전세계 모든 이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우리는 당신은 원하지 않는다.' 이런 사람들은 우리 커뮤니티의 일부도 아니고 축구의 일부도 아니며 반드시 배제돼야 한다"고 썼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