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보(미국)=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모처럼 시원한 멀티골을 폭발한 '손세이셔널' 손흥민(LA FC)의 표정엔 기쁘거나 들뜬 기색은 조금도 없었다.
손흥민은 31일(한국시각)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근교 프로보의 브리검영대 사우스필드에서 열린 트리니다드토바고와의 A매치 친선경기를 마치고 취재진과 인터뷰 내내 낮고 차분한 톤으로 인터뷰에 임했다. 이날 대한민국은 손흥민과 조규성(미트윌란)의 동반 멀티골과 황희찬(울버햄튼)의 추가골을 묶어 5대0 대승했다.
손흥민은 '대승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차분한데 큰 대회를 앞둬서 그런 것이냐'라는 질문에 "그런 것도 있고, 뭐, 저는 항상 축구를 하면서 겸손하려고 하는 것 같다"며 "우리가 5대0으로 이긴 경기도 있지만, 우리를 0대5로 꺾은 팀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겸손하게 받아들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말씀해주신 것처럼 우리한텐 이거보다 더 큰 무대가 기다리고 있다. 이길 때 너무 들뜨지 않고 질 때 너무 다운되지 않는 그런 모습으로 대회를 준비하고 싶다"라고 대회 때까지 평정심을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이날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전해 전반 40분 김문환(대전)의 크로스를 침착하게 밀어넣으며 선제골을 기록했고, 43분 배준호(스토크시티)가 얻어낸 페널티킥을 침착하게 성공하며 추가골을 낚았다. 두 골을 더해 A매치 56골로 '차붐' 차범근이 보유한 한국 역대 최다득점(58골) 기록까지 2골을 남겨뒀다. 팀으로나, 손흥민 개인으로나 얻은 게 많은 경기였다.
손흥민은 "골을 넣었을 때랑 안 넣었을 때랑 비슷한 것 같다. 좀 차분하게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고, 그게 제가 항상 해오던 축구 방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뭐 들뜨거나 그런 거 전혀 없다. 월드컵을 어떻게 더 최선의 상태로 만들 수 있을까를 더 생각하게 되는 하루인 것 같다"라고 했다.
기록에 대해서도 "별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 내가 그 기록을 깨도 그분(차범근)은 언제나 나에겐 위대한 선수로 남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골이 아닌 좋은 플레이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포커스를 항상 두고 팀이 필요로 하는 것을 해야 한다. 그게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거고, 축구 인생을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라고 연연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날 경기가 대표팀에 미친 영향에 대해선 "결과를 내는 것 자체는 자신감을 끌어내는 데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능력 차이라고 말하지만, 결국 자신감도 되게 중요하다. 우리가 3월 평가전 두 번으로 인해 많이 떨어졌던 자신감을 끌어올리는데 많은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이 분위기를 쭉 이어갈 수 있도록 선수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눌 것"이라고 말했다.
홍명보호는 지난 3월 A매치 친선경기에서 코트디부아르와 오스트리아에 각각 0대4와 0대1로 패하며 큰 비판에 직면했다. 시계를 두 달 전으로 돌린 손흥민은 "득점도 없었고 안 좋은 경기력으로 많은 얘기가 오간 것 같다"며 "근데도 저희는 선수들끼리 단단하게 뭉쳐서 무너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그런 모습은 충분히 칭찬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느 팀을 상대로 5대0으로 이기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절대로 이런 승리를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안 좋은 경기를 했을 땐 당연히 나쁜 소리를 들어야 되는 것도 당연하지만, 칭찬을 받아야 할 땐 칭찬을 받아야 한다.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충분히 얘기할 수 있다"라고 했다.
프로보(미국)=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