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포판(멕시코)=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월드컵 직전의 그 긴장감이 느껴져서 상당히 흥분되는 것 같습니다." 2026년 북중미월드컵을 현장에서 중계하는 '한국 축구 전설' 이영표 KBS 축구해설위원은 '결전의 땅' 멕시코 과달라하라에 막 발을 디딘 소감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이 위원은 9일(이하 한국시각) 대한민국 월드컵대표팀의 베이스캠프인 과달라하라 근교 사포판의 치바스 베르데 바예에서 열린 대표팀 훈련을 초반 15분간 지켜봤다. 그다음 취재진 앞에 섰다.
이 위원은 우선 해발 1571m인 고지대를 밟은 느낌에 대해 "1500m가 고지대 영향을 막 받기 시작한 위치다. 고지대 영향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고지대 때문에 모든 계획이 바뀔 정도는 아닌 것 같다"며 "다만 우리 선수들은 이미 고지대 적응 훈련을 충분히 했고, 반면 체코는 고지대 적응이 안 된 상태에서 과달라하라에 들어온다. 고지대의 영향을 받는 선수가 나온다면, 우리쪽엔 없을 것 같고, 체코쪽엔 존재할 수 있을 것 같다. 후반전 중반 이후에 그런 (증세를 보이는)선수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건 우리에겐 베네핏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홍명보호는 세 명의 센터백과 두 명의 윙백을 두는 3-4-2-1 포메이션으로 이번 월드컵에 나설 것이 확실시된다. 이 위원이 현역시절에 맡았던 왼쪽 윙백(풀백)은 첫 해외 태생 귀화 선수인 옌스 카스트로프(묀헨글라트바흐)가 '찜'했다. 이 위원은 "옌스는 지난 두 경기(트리니다드토바고, 엘살바도르)에서 스리백 전술의 윙백이 갖춰야 할 정말 모든 걸 보여줬다. 스리백 시스템에서 윙백이 자기 역할을 하려면 일단 기동성이 있어야 하고, 수비력과 공격력을 갖춰야 한다. 일대일 상황에서 자신있게 돌파하는 능력도 필요한데, 옌스가 그런 모습을 보여줬다"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어 "체코의 공격 루트가 오른쪽이다. 블라디미르 쿠팔(호펜하임)이라는 우측 윙백을 통해서 공격을 전개한다. 우리는 왼쪽에 위치한 옌스가 상당히 좋은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체코전에선 그 위치에서 벌어지는 '측면 전쟁'이 누가 경기를 주도하느냐를 가르는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한국 기준 왼쪽 측면가 승부처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세간의 스리백 완성도에 대한 우려에 대해선 "우려가 존재하는 건 사실"이라며 "체코는 지난 과테말라전에서 베스트일레븐으로 경기를 했다. 마지막 평가전 같은 경우는 대부분 베스트일레븐으로 마지막 점검을 하는데, 우리는 여러 이유로 엇갈린 조합을 썼다. 체코전에서 오랜만에 베스트 조합을 꺼냈을 때 과연 호흡이 맞을까라는 걱정이 있는 건 자연스럽다"라고 했다. 이어 "그럼에도 대표팀이 두 번의 평가전에서 그러한 선택을 한 건 나름대로 자신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조합으로 평가전을 치러도 체코전에 우리 경기력을 보이는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한민국은 12일 오전 11시 과달라하라의 에스타디오 과달라하라에서 체코와 대망의 A조 첫 경기를 치른다. 직접 선수로 활약한 2002년 한-일월드컵, 2006년 독일월드컵,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모두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던 이 위원은 "폴란드, 토고, 그리스를 이겨서 기분 좋게 대회를 시작했다"며 "첫 경기에서 이기지 못하면 두 번째 경기가 너무 부담스럽다. 그 다음부터 연쇄적으로 부담이 가기 시작한다. 그래서 첫 경기를 이기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체코도 우리와 조 2위 싸움을 하고 있다고 느낄 것이기 때문에 압박감, 부담감, 환경 모든 면에서 체코는 우리와 비슷하다. 똑같은 조건에서 어떤 선수, 어떤 팀이 심리적 압박감을 이겨내느냐가 중요하다. 월드컵에선 실력도 중요하지만, 외부에서 오는 압박감, 심리적인 부분을 얼마나 이겨내느냐도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축구에 불가능은 없지만, 멕시코를 이기는 건 쉽지 않다. 고지대인데다 열광적인 홈팬의 응원, 그리고 (심판의)휘슬도 기대하는 만큼 우리쪽으로 불지 않을 것이다. FIFA는 바보가 아니다"라고 체코전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홍명보호의 조별리그 예상 성적으론 조 2위를 꼽았다.
이 위원은 피지컬과 높이를 앞세운 체코 대표팀에 대해선 "지난 경기에서 봤듯이, 코너킥과 프리킥 상황에서 위협적인 공중 장악력을 발휘하는 팀이다. 첫번째로 중요한 건 코너킥, 프리킥을 최소한도로 내줘야 한다는 것이다. 7번 내줄 거를 5번, 5번 내줄 거를 3번 줄이는게 중요할 것 같다. 다른 한 가지는 크로스가 올라왔을 때 가운데에서 김민재 이한범 등 수비라인이 얼마나 그것에 잘 대처하느냐, 또 리바운드 볼을 누가 가져가느냐도 중요하다. 공중 장악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할 것 같다"라고 했다.
이 위원은 키플레이어로 '언노운(Unknown)'을 꼽았다. "월드컵에선 우리가 뽑는 키플레이어 외에 다른 선수가 득점을 했을 때 우리는 항상 좋은 성적을 냈다. 2010년 남아공대회 이정수 케이스가 그렇다. 그러니까 예상하지 못했던 선수, '언노운'을 키플레이어로 뽑겠다. 누군가가 키플레이어가 되면 첫 경기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대한민국은 역대 월드컵 중 가장 빠른 공을 경험하게 될 전망이다. 공기 저항이 적은 고지대, 패널수가 4개뿐인 공인구, 짧은 잔디 등의 여파다. 이 위원은 "고지대에선 30미터 킥을 하면 35미터가 날아간다. 고지대 적응이라는 게 심폐 문제뿐 아니라 공에 대한 감각 적응도 있는거다. 우리 선수들이 훈련이 잘 되어있을 것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빠른 공은)우리 선수들에게 유리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했다.
끝으로 후배들을 향해 "체코는 20년만에 월드컵에 진출을 했다. 반면 우리는 계속해서 월드컵에 나갔다. 월드컵에 대한 경험을 토대로 결국 우리가 이기지 않을까 기대한다"라고 승리 기운을 불어넣었다.
사포판(멕시코)=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