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추위 한파가 몰아친 내륙과는 달리 말의 고장 제주도엔 봄의 싱그러움이 감돈다. 푸른 새싹이 돋은 경주마 목장엔 본격적인 교배시즌을 앞두고 새 생명을 맞을 준비가 활기차다. 2021년 경주마 교배활동은 20일 한국마사회 제주목장에서 열리는 '무사고 기원제'와 함께 본격적으로 막을 올린다. 올해는 약 80두의 씨수말들이 약 2000두의 씨암말들과 교배활동에 접어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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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잎부터 남달랐던 '파워블레이드'는 데뷔 직후 2세때 브리더스컵 우승을 시작으로 3세때 삼관 시리즈인 KRA컵 마일(GⅡ, 1600m), 코리안더비(GⅠ, 1800m), 농림축산식품부장관배(GⅡ,2000m) 석권으로 한국 최초의 통합 삼관마를 이뤄내며 현재까지도 유일무이한 존재로 남아있다. 4세때는 한국경마 최고의 경주 '그랑프리(GⅠ,2300m)'를 우승하며 왕좌에 올랐다.
2019년 6월 은퇴한 파워블레이드는 서귀포 정성목장으로 자리를 옮겨 교배를 시작해 지난해 세 마리의 자마를 배출했다. 본격적인 교배활동에 접어든 2020년에는 71회의 교배를 진행하며 교배두수 공동10위를 기록했다. 파워블레이드를 관리중인 정성목장의 김은범 대표는 "현역이라 해도 믿을만큼 좋은 컨디션을 유지중인 '파워블레이드'는 다행히 교배에 적극적이고 임신율도 높아 올해도 작년수준의 교배성과를 기대한다" 며 "자마 모두 성장속도나 성품이 뛰어나 빠르면 올해 하반기 경매에 좋은 모습으로 만나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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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플나인'은 한국경마사상 역대 최대 수득상금 42억원의 주인공이다. 국산 최강마를 뽑는 대통령배(GⅠ,2000m)를 4년 연속 우승했을 뿐만 아니라, 18년도 그랑프리(GⅠ,2300m)등 총 일곱 번의 대상경주 우승에 빛나는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 경주마다. '파워블레이드'와 함께 2017년 두바이월드컵에도 도전하며 국산 경주마의 위상을 높였던 '트리플나인'은 챌린저팜에서 이광림 대표의 관리아래 씨수말로 데뷔한다.
이광림 대표는 "데뷔 첫 해이지만 교배문의가 상당히 많아 70두 정도 교배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며 "말산업 전반의 경기가 좋지 않아 첫해 교배료를 낮게 책정할 수 밖에 없어 걱정이 크다"는 '기대 반, 걱정 반'의 전망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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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시대 기수와 환상의 호흡을 보여주던 '경부대로'는 메니피의 자마로 2011년 데뷔 직후 '경남신문배(1200m, 2세 한정)'에서 우승하며 대표 2세마로 발돋움했다. 3세때도 'KRA컵마일(GⅡ, 1600m)' 우승, '코리안더비(GⅠ, 1800m)'와 '농림수산식품부장관배(GⅡ,2000m)' 입상 등 꾸준한 우등생의 행보를 보여왔다. 경부대로의 실력은 5세에 꽃폈다. 2014년 2월 '부산일보배(1600m)'를 시작으로 '대통령배(GⅠ,2000m)'와 '그랑프리(GⅠ,2300m)'를 연거푸 우승하며 같은 해 연도대표마와 최우수국산마로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씨수말로 전향한 첫 해였던 2016년에만 52두를 생산하며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2017년 탄생한 첫 자마 '라온여걸'이 2019년 데뷔와 함께 좋은 활약을 보이며 씨수말로서의 능력도 입증했다. 2018~2019년에도 각 42두 씩 교배하며 국산 씨수말중 가장 많은 교배 성적을 거뒀다. 경부대로의 자마들은 지난해까지 총 103두가 경주마로 데뷔해 총 8억 원의 상금을 수득해오고 있다.
또 다른 스타경주마 탄생을 바라는 경마팬들의 마음과는 달리 교배를 준비하는 생산농가들의 얼굴엔 그늘이 가득하다. 코로나19로 경마가 중단되자 경매 시장 역시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자식처럼 키운 경주마들이 데뷔를 앞두고도 제 주인을 찾아가지 못해 발만 구르고 있다. 경영위기에 빠진 생산자들은 입을 모아 '경마 산업의 정상화'를 소망했다. 경주마들의 교배시즌이 꽃피는 봄의 도래를 알리듯 경마 산업에도 훈풍을 기대하고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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