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할 정도의 물가 상승세와 경기 악화가 지속되면서 대형마트에서는 '소포장 상품'이 인기를 끌고, 편의점에서는 할인 쿠폰을 이용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 한국은행이 당분간 5% 넘는 물가 상승률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이러한 현상은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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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15일까지 판매한 소포장 상품의 매출은 지난 1월보다 약 20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축산류, 채소류 소포장 상품의 매출 비중도 각 320%, 120% 증가하며 소포장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었다.
홈플러스는 1인·2인 가구, 노인가구 등의 증가와 높아진 물가 탓에 소비자들이 대용량 식재료 대신 소포장 상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고물가로 고객 장바구니 부담이 심화하고, 여름철 음식이 상할 것을 걱정해 잔반 걱정 없는 소포장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대형마트에서도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맞추어 '소포장 상품' 기획에 몰두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특히 외식 물가까지 크게 상승하며 직장이나 대학가 주변 편의점에서 간편식 구독 쿠폰이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달 편의점 입지별 구독 쿠폰의 사용 증가율을 보면 직장이 밀집한 오피스 주변이나 대학가 인근이 각각 126.1%, 98.4%로 가장 많이 증가했다. 구독 쿠폰을 2개 이상 구매한 고객은 지난달 27.1%로 지난해 5월(15.1%)보다 증가했다. 3개 이상 보유한 고객도 13.1%에 달했다.
CU 관계자는 "도시락, 삼각김밥, 샌드위치 등 간편 식사류가 가장 인기를 끌고, 뒤이어 커피, 컵라면, 샐러드 쿠폰 순"이라며 "편의점에서 끼니를 때우는 일이 잦아지며 복수의 쿠폰을 구매하는 고객들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시장에서는 반품이나 흠집 등 하자가 있는 대신 가격을 낮춘 제품이 주목받고 있다. 티몬은 미세 흠집, 판매 기한 임박 등으로 제 가격에 판매하지 못하는 상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자체 기획관의 지난달 매출이 지난 4월 대비 3배가량 증가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상품군별로는 식품 매출이 307% 늘었으며 화장품 등 뷰티 제품의 매출은 412%, 생활용품 등 리빙 상품의 매출은 990%로 크게 늘었다. 저렴한 가격의 제품들은 비교적 이른 시간에 매진된 것으로 나타났다. 990원의 저렴한 가격에 출시한 밀키트는 하루 만에 준비된 물량을 모두 소진했고, 기업 납품 취소로 할인 판매한 노트북은 10분 만에 7000만 원어치가 팔렸다.
이에 대해 티몬은 높아진 물가 부담에 품질이나 품목을 가리지 않고 저렴한 가성비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규모 가구의 증가로 대용량 제품 구매가 부담으로 다가오면서 소포장 상품의 인기는 지속할 것"이라며 "경제위기를 의식하는 소비자들의 구매가 위축되면서 리퍼브 상품(반품·흠집 등으로 저렴하게 판매하는 재정비 상품), 가성비 제품과 할인 등을 쫓는 실용적 소비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강우진 기자 kwj1222@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