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들이 지난해 임금 인상률을 높이고, 성과급 규모를 확대했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은행권 대출이 불어난 데다가 높은 예대금리차(예금과 대출 금리 차이)를 바탕으로 역대급 실적을 거둔 영향을 받았다. 내수 부진 등 경기 불황으로 인해 일부 기업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고, 물가 인상 등으로 일반 가계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것과 전혀 다른 모습이다. 은행들이 '이자 장사'로 최대 수익을 내고 돈 잔치를 벌인다는 비판이 올해도 반복될 전망이다.
우리은행은 2024년 결산이 끝난 후 성과급 규모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우리은행 노조는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낸 만큼, 성과급 확대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현금성 포인트인 '꿀머니' 200만원을 지급했으나, 올해는 복지포인트 형식으로 300만원을 주기로 했다. 국민은행은 노조에서 성과급으로 '임금 300%와 1000만원'을 요구하고 있다. 전년 조건(통상임금 280%)보다 늘어난 수준이다.
은행권 노조가 성과급 확대를 요구하고 나선 것은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 기준 지난해 3분기까지 5대 시중은행의 누적 순익은 약 11조7883억원이다. 전년 동기 11조3282억원과 비교해 4.06%가 늘었다. 기준금리 인하기에도 불구, 예·수신 금리 격차가 확대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금리가 내려가자, 예금금리를 낮추고 대출금리는 올리는 방식으로 수익을 올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은행권 신규 취급액 기준 예대금리차(1.41%p)는 2023년 8월(1.45%p) 이후 1년 3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집계됐다. 이런 영향을 받아 5대 시중 은행의 이자수익에서 이자비용을 뺀 이자이익은 약 29조1417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28조6920억원보다 1.57% 증가했다. 5대 시중은행들은 임금 인상률·성과급 확대 외에도 임직원 복리후생 개선도 진행한다. 육아기 단축 근로·출산 휴가 기간·육아휴직 기간 확대를 비롯해 경조금 인상 등이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