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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다시 우주로…누리호 최종 시험 나로우주센터 가보니

기사입력 2025-09-17 16:14

[항우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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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 4차발사 WDR 진행…11월 말 야간 발사 전망

민간 체계종합기업 한화 주도 첫 제작, 우주청 최대 시험대

(나로우주센터=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16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발사대. 화창하게 갠 하늘을 배경으로 길이만 47.2m에 달하는 거대한 누리호가 발사대 위 초록색 엄빌리컬 타워에 기립한 채 있었다.

누리호 내부 압력 유지를 위해 공기를 불어 넣으며 나는 윙윙거리는 소리는 누리호가 2년 반 만에 발사를 위해 숨을 고르는 모습을 연상케 했다.

타워에서는 안전모를 쓴 작업자들이 누리호의 탯줄로 불리는 엄빌리컬 케이블을 들고 누리호에 직접 연결하는 작업에 한창이었다.

11월 누리호 4차 발사를 앞두고 마지막 검증 절차 격인 발사 전 최종 시험(WDR, Wet Dress Rehearsal)을 시작한 것이다.

우주항공청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이날 WDR 현장을 기자단에 공개했다.

WDR은 발사체를 발사대에 기립시켜 발사체와 발사대 간 연결 상태를 확인하고 실제 발사처럼 영하 183도 극저온 산화제를 충전해 발사체가 잘 견디는지를 점검하는 절차다.

이번 시험에는 위성과 화약 등을 뺀 4차 발사에 쓰일 누리호 비행모델(FM4)이 그대로 쓰였다.

전날 총조립을 마친 누리호는 이날 아침 발사대로 향해 오전 중 기립했다. 이어 엄빌리컬 장착과 에비오닉스(항공우주용 전자장비) 시스템, 나로우주센터 연계 점검 등을 수행했다.

17일에는 산화제를 주입해 본 시험을 진행하며 시험이 마무리되면 다음 날 발사체를 다시 눕혀 조립동으로 옮기게 된다.

누리호 완전체가 WDR을 받는 것은 1차 발사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두 차례 발사 성공을 거둔 누리호 입장에서 WDR이 꼭 필요한 건 아니지만 '돌다리'를 두들기는 것이라는 게 항우연의 설명이다.

이번 4차 발사는 민간 체계종합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처음으로 참여업체 관리부터 단조립, 전기체 조립 등 제작 전 과정을 주관해 수행하는 첫 발사다.

박종찬 항우연 한국형발사체고도화사업단장은 "체계종합기업 주도 첫 제작이다 보니 시험할 부분은 하고 넘어가는 게 좋겠다고 봤다"며 "또 발사 기간에 2년 6개월의 장기 공백이 있기 때문에 시설과 인력 종합 점검 수행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임무통제센터(MDC)에서 설명을 듣는 중간에도 '지금부터 누리호 정기점검을 시작하겠습니다.'라는 안내가 연이어 울렸다.

통제센터 전면 거대 모니터에서 엄빌리칼의 연결 장면과 기상 정보 등이 가득 표시된 가운데 자리에 앉은 항우연 직원들은 긴장된 눈으로 모니터를 바라봤다.

누리호는 WDR 후 다시 분해하는 과정을 거치고 이후 위성 체결 등 최종 점검을 수행한다.

WDR 수행 점검 결과를 분석해 25일 평가를 수행하고, 26일에는 발사관리위원회를 열어 최종 발사 일자를 정한다. 우주청은 11월 말께 발사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4차 발사는 누리호 최초로 새벽 1시경에 발사하는 야간 비행이기도 하다.

박 단장은 "발사 전날은 운용과정이 동일하고 당일은 발사 6시간 전 추진제 충전을 감안해 준비작업에 들어가게 된다"며 "시간이 차이 난다는 점 외에는 특별히 준비하는 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발사에는 주탑재위성으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차세대중형위성 3호가 실리며 국내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에서 제작한 큐브위성 12기도 실린다.

목표 고도는 600㎞ 태양동기궤도로 누리호는 약 1천40㎏ 탑재체를 싣고 우주로 날아오르게 된다.

이번 임무는 누리호가 처음으로 무게 500㎏ 이상 중형위성을 탑재하는 것으로, 이에 대비해 항우연은 나로우주센터에 중대형 위성용 추진제인 하이드라진 충전설비도 제조했다.

하이드라진은 독성이 매우 강해 충전 설비와 함께 하이드라진 유출 감지 센서와 흡기, 제독 시설이 필수로, 향후 누리호가 다른 중대형 위성을 쏘아 올릴 때도 활용할 수 있다고 항우연은 설명했다.

4차 비행모델이 잠시 자리를 비운 조립동에서는 내년 상반기 발사 전망인 누리호 5차 발사 비행모델 총조립에 한창이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김지남 체계종합2팀 선임은 "수만 개 부품을 종합해 조립하다 보니 어려운 점이 무수히 많고 발사체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어려움들을 겪고 있다"며 "항우연의 현장 자문 등을 통해 잘 헤쳐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항우연과 한화에어로가 누리호 기술이전 과정에서 마찰을 겪으며 기술자료 공유 등이 어려운 상황도 있었지만, 현장에서 문서 열람 등을 통해 협업하며 업무를 잘 진행했다고 박 단장은 설명했다. 양 기관은 지난 7월 기술이전에 최종 합의했다.

6차 발사부터는 한화에어로가 순천에 구축한 단조립장에서 단조립을 진행하고, 바지선으로 나로우주센터로 옮겨와 총조립을 진행하게 된다.

이날 현장에는 윤영빈 우주청장 등이 방문해 기립 장면을 살피고 연구자들을 격려했다.

4차 발사는 우주청에도 개청 이후 최대 행사이자 첫 발사 관리 경험인 만큼 의미가 큰 상황이다.

윤 청장은 "이번 발사는 항우연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함께 발사하는 첫 발사로 민간 주도 전환의 첫걸음"이라며 빈틈없는 준비를 당부했다.

특히 이번 4차 발사는 1~3차 발사를 진행한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단에 이어 누리호 고도화사업단이 처음으로 주관하는 것으로, 국내 발사체 연구진의 리더십 변화 이후 첫 시도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박 단장은 "항우연 내부에서 제가 아니라 누가 단장을 수행하더라도 업무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시스템을 통해 학습되고 전달되고 있다"며 "그동안 있던 후임으로서 대체해서 하는 것인 만큼 이전에도 업무하는 이들이 역할을 부여받아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shjo@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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