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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은행이 시장과 원활하고 부드러운 소통으로 정책효과를 극대화하면 좋으련만 '테이퍼 탠트럼'(Taper Tantrum)처럼 시장을 갑자기 놀라게 하는 사건들도 종종 발생한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한 벤 버냉키, 트럼프의 압박에 맞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제롬 파월, 심지어 '통화정책의 거장'(마에스트로)으로 불렸던 앨런 그린스펀도 시장의 기대와 다른 갑작스러운 메시지를 던져 충격을 준 적이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작년 11월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난데없이 '방향 전환'을 언급해 시장금리가 상승하는 등 시장을 들썩이게 했다. 2024년 10월부터 4차례에 걸쳐 연 3.50%였던 기준금리를 2.50%까지 1.0%포인트(p) 내린 이후 동결해왔으나 시장에서 추가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가 사라지지 않자 강한 경고로 이를 바로 잡은 것이다. 단순한 발언 실수가 아니라 고도로 계산된 충격 요법이었던 셈이다. 이 총재는 2개월여가 흐른 지난 15일 기자회견에서 "당시는 환율과 부동산 가격이 너무 뛰는 상황이어서 욕먹을 각오를 한뒤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인하가 계속될 건 아니라는 시그널을 주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한은은 이런 신호들을 통해 시장에 어떤 메시지를 전하려는 것일까. 이 신호들은 하나같이 그동안의 통화완화 국면이 끝나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려 부진한 경기를 뒷받침하던 시기가 끝났다는 '방향 전환의 깜빡이 신호'다. 1,400원대 후반의 원/달러 환율이 새로운 일상으로 자리 잡고 주식 시장에선 과열 우려가 나오는 데다 부동산과 가계부채는 불안하니 금리를 더 내릴 수가 없는 상황이라는 걸 말하고 있다.
한은의 기준금리는 당분간 동결 국면이 이어질 것이다. 금리 인상은 많은 고통과 저항을 수반한다지만, 인상이 아니라 인하에서 동결로만 바뀌어도 고통은 따라온다. 주식과 부동산 시장의 투자자들은 더 이상 전처럼 유동성이 뒷받침될 수 없음을깨달아야 하며, 특히 빚투족과 영끌족은 앞으로 대출금리가 오를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어쩌면 '에브리싱 랠리'의 정점이 우리 곁에 바짝 다가와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동결 이후의 금리와 경기 방향은 신(神)이나 무속인만이 알 수 있는 영역이 아닐까. 트럼프 시대는 언제 어떤 돌발변수가 튀어나와 발목을 잡을지 알 수 없는 극도의 불확실성으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동결 이후 한은은 다시 '비둘기'가 될 수도 있고 무서운 '매파'로 돌변할 수도 있다. 오직 통화정책을 둘러싼 대내외 여건이 어떻게 변하는지에 달렸다. 그러니 이런 불확실성의 시대엔 그저 중앙은행이 발신하는 신호를 주의 깊게 지켜보며 그 흐름에 맞서지 말고 따르는 게 최선이다. 외환위기, 금융위기를 현장에서 지켜봤던 나이 든 기자가 '코스피 5,000 시대'를 목전에 두고 김 빠지는 소리를 하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우리 투자자들의 성공을 바라는 마음에서다. 누가 뭐래도 투자는 자기 책임이다. 1천400만 개미들의 '성투'를 기원한다.
hoonkim@yna.co.kr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