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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나 명절 연휴는 흔히 재충전의 시간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우리 몸, 특히 심혈관계에는 꼭 그렇지만은 않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오히려 연휴를 보낸 뒤 처음 맞는 평일에 '병원 밖 심정지' 발생이 평소보다 뚜렷하게 증가한다는 분석이다.
병원 밖 심정지는 말 그대로 병원이 아닌 곳에서 심장이 갑자기 멎는 상황을 말한다. 대개 급성 심장질환, 치명적 부정맥, 호흡부전, 질식, 외상 등으로 발생하는데, 즉각적인 심폐소생술과 제세동이 이뤄지지 않으면 생존 가능성이 급격히 떨어진다.
미국의학협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JAMA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 최신호 논문에 따르면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응급의학과 연구팀이 2013∼2023년 국가 감시자료에 등록된 병원 밖 심정지 20만3천471건을 분석한 결과, 연휴 다음 첫 평일의 병원 밖 심정지 발생이 일반적인 평일보다 높은 연관성이 관찰됐다.
분석 대상자의 연령 중앙값은 71세(56∼81세)였고, 남성이 64.1%를 차지했다. 전체 병원 밖 심정지 중 4만9천199건(24.2%)은 연휴 다음날 평일에, 15만4천272건(75.8%)은 일반 평일에 각각 발생했다.
연구팀은 주말이나 공휴일 직후 처음 돌아오는 근무일을 '연휴 다음날 평일'로 정의하고, 나머지 일반 평일과 비교했다.
이 결과 연휴 다음날의 하루 병원 밖 심정지 발생 건수 중앙값은 88건으로, 일반 평일의 80건보다 유의하게 많았다. 통계적으로는 연휴 다음날 평일의 심정지 발생이 일반 평일보다 9% 높은 것으로 추산됐다.
특히 이 같은 병원 밖 심정지는 주말과 연휴 후 며칠 내내 이어지는 양상이 아니라 첫 번째 평일에만 집중되는 경향을 보였다.
연휴의 길이도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었다.
이번 연구에서 이틀 연휴, 사흘 연휴, 나흘 이상 연휴 뒤의 병원 밖 심정지 발생 위험은 다른 평일에 견줘 각각 10%, 9%, 10% 높았다. 연휴가 이틀 이상 길어질수록 심혈관계에 누적되는 부담이 일관되게 커지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반면 하루짜리 공휴일이나 임시공휴일 뒤에는 병원 밖 심정지 증가와 뚜렷한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연휴 다음날 심정지 증가가 생물학적, 행동학적 요인이 겹친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느슨했던 휴식 상태에서 갑자기 일상으로 복귀하면 신체가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는데, 이때 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되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카테콜아민 분비가 촉진되면서 혈압을 높이고 심근의 산소 요구량을 늘려 부정맥이나 심장마비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휴 기간의 과음, 불규칙한 식사와 수면 패턴 등도 일상 복귀 후 심정지 위험을 높이는 중요한 요인으로 지목됐다. 이 중 과도한 음주는 구조적인 심장질환이 없는 사람에게서도 심방세동, 급성 부정맥, 돌연심장사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또한 연휴 동안 수면 패턴이 깨졌다가 다음 날 갑자기 평일 기상 시간으로 되돌아가는 패턴도 자율신경계 리듬을 어지럽혀 심혈관계 취약성을 키울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여기에 고혈압, 부정맥, 협심증, 심부전 같은 만성 심혈관질환을 가진 환자들이 연휴 중 복약이 흐트러지거나 흉통, 호흡곤란, 두근거림 같은 전구 증상이 나타났을 때 연휴 이후로 진료를 미루는 것도 연휴가 끝난 직후 중증 심혈관 사건이 한꺼번에 집중되는 배경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이번 연구에서 65세 이상 고령층의 심정지 발생 위험은 65세 미만보다 8% 높았다.
연구팀은 "심정지 위험이 연휴 동안에만 높아지는 게 아니라, 연휴가 끝나고 일상으로 복귀하는 첫 평일에도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고령층이나 기존 심혈관질환이 있는 사람은 연휴 마지막 날 과음과 수면 부족을 피하고, 평소 복용하던 약을 거르지 않으며, 흉통·호흡곤란·실신 같은 이상 신호가 있으면 연휴가 끝날 때를 기다리지 말고 즉시 진료를 받아야 한다"면서 "응급의료체계 역시 연휴 직후 첫 평일을 단순한 평일이 아닌, 심혈관계 사건이 몰릴 수 있는 고위험 시점으로 보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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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