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몸이 붓거나 양치질할 때 피가 나는 경우,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 쉽다. 하지만 적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잇몸이 내려앉고 이를 뽑아야 할 정도로 악화될 수도 있다. 또한 잇몸병이 암은 물론, 당뇨병, 심혈관 질환, 치매 등 다양한 질병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연구팀에 따르면, 잇몸병 환자는 전체 암 발생 위험이 잇몸병이 없는 사람보다 약 13% 높았다. 혈액암 발생 위험은 39.4% 더 높았으며, 방광암(30.7%), 갑상선암(19.1%), 뇌종양(15.2%), 위암(13.6%), 대장암(12.9%) 등과도 유의미한 연관성을 보였다. 최근 대한치주과학회가 동국제약과 '철저한 잇몸관리, 소화기암 위험을 줄입니다'를 주제로 진행한 행사에서도 잇몸 건강 상태와 식도암 간의 연관성을 보여준 연구와, 잇몸병 원인균이 대장암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치주염을 포함한 구강 내 세균 증식과 염증이 흡인성 폐렴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보고된 바 있다.
이러한 잇몸병과 전신질환 간 연관성에 대한 인식이 증가하고 고령화 및 스케일링 보험 확대 등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24년 외래 다빈도 질병 통계'에 따르면, 치은염 및 치주질환으로 외래를 방문한 총 환자수는 2019년 1673만명으로 처음 외래 다빈도상병 통계에서 1위에 오른 이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24년 기준 외래 환자는 약 1958만 명으로, 약 1760만 명인 감기 환자 수를 상회한다.
그러나 바쁜 일상 속에서 잇몸 관리를 꾸준히 하기는 쉽지 않다. 수면 부족과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코르티솔 분비가 증가해 면역 기능이 약해지고 잇몸 조직의 염증 반응이 커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보고된 바 있다. 충분한 휴식과 스트레스 해소로 일시적인 잇몸 통증은 회복될 수 있지만, 통증이 1~2주 이상 지속되거나 심한 경우 잇몸병으로 악화될 수 있어 적절한 구강 관리가 필요하다.
◇잇몸 중심으로 양치하는 표준잇몸양치법. 이미지 제공=필립스
우선 올바른 양치습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잇몸병의 주요 원인인 플라크는 치아 표면보다 치아 사이와 잇몸선에 쌓이기 쉬워, 치아 사이와 잇몸선 부위를 중심으로 꼼꼼히 닦는 것이 중요하다. 대한구강보건협회는 잇몸병 예방에 효과적인 양치법으로 '표준잇몸양치법(변형 바스법)'을 권장하고 있다. 칫솔을 연필 쥐듯 가볍게 잡고 칫솔모를 잇몸선에 45도 각도로 밀착한 뒤 5~10회 미세한 진동을 준 다음, 잇몸에서 치아 방향으로 쓸어내듯 닦는 방식이다. 음파전동칫솔을 활용하면 일정한 강도로 양치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치실, 치간칫솔로 치아 사이를 관리하는 것도 필요하다.
최근 고령화와 더불어 젊을 때부터 건강을 관리하는 얼리케어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구강케어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에 따르면, 치약·칫솔(수동/전동)·구강청결제·치실 등을 포함한 국내 구강케어 시장 규모는 2022년 약 1조1000억원에서 2024년 약 1조3000억원으로 늘었고, 2030년까지 연평균 약 6.9%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전동칫솔·프리미엄 치약 수요 확대와 구강청결 제품 사용이 보편화된 영향이다.
관련 업계 역시 이러한 트렌드에 발맞춰 다양한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필립스 소닉케어 입문용 음파전동칫솔 '뉴 소닉케어 3100'. 사진제공=필립스
필립스코리아는 최근 '뉴소닉케어 3100'과 '뉴소닉케어 2100'을 출시해 입문용 음파전동칫솔 라인업을 강화했다. 분당 최대 3만1000회의 음파 진동으로 미세 공기 방울을 생성해 칫솔이 닿기 어려운 치아 사이사이와 잇몸 구석까지 꼼꼼하게 세정하며, 처음 14회 사용 동안에는 강도가 서서히 증가하도록 설계됐다. 30초마다 다음 세정 구간을 진동으로 안내하는 '쿼드페이서' 기능, 권장 양치 시간인 2분을 맞출 수 있도록 돕는 '스마트 타이머' 기능이 적용됐다. 자체 임상 실험결과, 해당 라인은 수동칫솔 대비 플라크를 최대 3~5배 제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제약 '검가드 모이스처' . 사진제공=동아제약
동아제약 잇몸관리 전문 브랜드 검가드는 3월 24일 잇몸의 날을 맞아 특허 5종 콤플렉스에 '수분 자석'으로 불리는 히알루론산을 더한 '검가드 모이스처'를 선보였다. 기존 '검가드 오리지널' 대비 7배 점도가 높은 고밀도 액상 텍스처를 적용해 유효성분이 치아와 잇몸에 보다 밀착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또한 성인의 60% 이상이 경험하는 건조한 구강 환경은 치주질환 발생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만큼, 히알루론산을 더해 구강 내 촉촉한 사용감을 고려했다. 연세대학교 치과대학병원에서 치은염 및 경도의 치주염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인체적용시험 결과, 제품 사용 후 잇몸 염증지수와 출혈 빈도가 개선됐다는 설명이다.
◇라이온코리아 닥터세닥 소프트 슬라이드 치간칫솔. 사진제공=라이온코리아
라이온코리아가 지난달 선보인 '닥터세닥 소프트 슬라이드 치간칫솔'은 유연한 러버 타입으로 설계해 잇몸이 예민하거나 치간칫솔 사용이 서툰 초보자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고무 재질의 브러시가 벌어진 치아 틈새부터 치아와 잇몸 사이의 블랙 트라이앵글 존, 쉽게 닿지 않는 어금니 사이까지 부드럽게 통과하며 이물질을 제거한다. 특히 치간 간격이 제각각이라 사이즈 선택에 어려움을 겪는 소비자를 위해, 브러시가 앞에서 뒤로 갈수록 점차 굵어지는 멀티 사이즈 설계를 적용했다.
업계 관계자는 "치아 미백 중심이었던 구강케어 시장이 '건강한 잇몸' 유지로 무게추가 옮겨진 모양새"라면서, "AI 기반의 '스마트 케어' 제품을 포함한 다양한 제품들이 시장에 출시되고 있다"고 전했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