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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마] '경마 황태자, 마지막 결승선을 넘다' 황태자의 질주는 끝났지만 문세영의 경마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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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경주 직후 사인하는 문세영 기수. 사진제공=한국마사회
마지막 경주 직후 사인하는 문세영 기수. 사진제공=한국마사회

'경마 황태자'라는 별명으로 한 세대의 경마팬을 사로잡아 온 문세영 기수(45)가 지난 5월 3일 렛츠런파크 서울에서 열린 제29회 코리안더비를 마지막으로 현역 생활을 마무리했다.

라스트 댄스, 코리안더비

한국 경마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무대 중 하나인 코리안더비를 마지막 경주로 선택한 것은, 기수로서 문세영다운 마무리였다. 경주마 '머스킷클리버'와 함께한 마지막 레이스, 그는 6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같은 날 제1경주에서는 '파카샤인'으로 우승하며 마지막 1승도 챙겨갔다. 기수로서의 마지막 하루를 승리로 열고, 박수 속에 닫았다.

경주 후 인터뷰는 아내 김려진 아나운서가 맡았다. 스스로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해달라는 주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기수로서 하루하루 후회 없는 경주를 하기 위해 노력했다. 스스로에게 정신 차리고 경주에 임해야 된다는 압박감만 줬지 칭찬을 해준 적이 없었다. 그래도 오늘만큼은, 정말 열심히 달렸고 수고했다고 얘기해주고 싶다." 24년을 단 한 번도 스스로를 다독이지 않고 달려온 사람의 말이었다.

그리고 팬들을 향해 덧붙였다. "기수라는 직업이 고독하다고 생각했는데, 뒤를 돌아보면 항상 경마팬분들이 계셨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팬들의 응원이 있었기에 그동안 버텨올 수 있었다. 이제 리딩자키라는 기억을 잊어버리고, 밑바닥부터 조금씩 새롭게 올라가겠다."

태권도 소년에서 경마 황태자로

경남 밀양의 4남매 막내로 자란 그는, 원래 경마와는 먼 자리에 있었다. 고교 시절 내내 태권도복을 입었고, 기수 시험은 체육선생님의 권유로 응시한 것이었다. 그 우연이 한국 경마 역사를 바꿨다.

2001년 7월 6일, 구(舊)경마교육원 20기로 경주로에 처음 선 문세영 기수는 데뷔 초부터 범상치 않았다. 2003년 최단기간 100승, 2008년 연간 최다승. 10년이 채 지나지 않아 그의 이름은 이미 한국 경마의 대명사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늘 담담했다. 화려한 별명과 달리, 경주로 위의 문세영은 언제나 조용하고 성실했다.

마지막 경주를 마치고 들어오는 문세영 기수. 사진제공=한국마사회
마지막 경주를 마치고 들어오는 문세영 기수. 사진제공=한국마사회

한국경마 또 하나의 전설이 되다

2014년, 박태종 기수가 2004년에 세운 1000승 기록이 10년 만에 깨졌다. 주인공은 문세영이었다. 박태종 기수가 데뷔 6150일 만에 이룬 기록을, 문세영 기수는 4789일 만에 달성하며 1361일을 단축했다. 당시 그는 "결코 혼자서 해낸 일이 아니다. 마방 식구들 모두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주변을 먼저 챙겼다.

2020년에는 한국경마 98년 역사 속 15번째 영예기수로 헌액됐다. 15년 경력·800승의 기본 조건 위에, 조교사·동료 기수·심판·팬이 함께 평가하는 다면적 품성 심사를 통과해야 하는 자리였다. 성적만이 아닌 사람됨으로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헌액 당시 그는 "영예기수는 기수로서 마지막 관문이라 생각한다. 기수로서 성공한 삶이라 말할 수 있을 것 같아 기쁘다"고 했다. 경마계 관계자들이 그가 '황태자'라는 별명을 오래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를 성적보다 태도에서 찾는 것은 이 때문이다.

2025년 3월 29일에는 하루 4승을 몰아치며 한국 경마 역사상 두 번째 통산 2000승 고지를 밟았다. 은퇴 시점 기준 통산 성적은 9615전 2055승으로, 역대 최다승 보유자 박태종 기수(2249승)에 이은 역대 두 번째 기록이다. 지난해 은퇴한 박태종 기수에 이어, 한국경마 또 하나의 전설이 경주로를 떠났다. 대상경주 48회 우승, 최우수 기수 10회 선정의 기록을 남기고.

문세영 기수가 동료 기수들이 준비한 케이크 촛불을 불고 있다. 사진제공=한국마사회
문세영 기수가 동료 기수들이 준비한 케이크 촛불을 불고 있다. 사진제공=한국마사회

황태자와 명마들

2012년 코리안더비를 함께 제패한 '지금이순간'부터 '청담도끼', '문학치프', '어마어마', '심장의고동', '라온더파이터'까지. 수많은 명마들이 문세영 기수의 손을 거쳐 결승선을 넘었다.

그중에서도 2022년 코리아 스프린트는 특별하다. 일본의 강호 '랩터스'가 우승을 굳히려던 마지막 직선, 문세영 기수는 '어마어마'와 함께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 역전승을 이끌었다. 한국 기수 최초의 국제등급 대상경주 우승이었다.

2024년에는 8세의 노장 '심장의고동'과 함께 두바이 메이단 경마장으로 날아갔다. 두 차례의 원정을 마치고 돌아온 그는 "뛰어난 인프라를 바탕으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두바이 경마를 경험하며 부러움과 자신감을 동시에 얻을 수 있었다. 동료 기수들도 도전을 이어갔으면 좋겠다"며 자신의 해외 원정을 후배들을 향한 격려로 마무리했다.

끝이 아닌 새로운 출발

작년 12월, 경주 중 연쇄 낙마 사고로 흉추 골절 진단을 받았다. 치료 후 재활을 준비했으나 기수로서의 신체가 쉽게 돌아오지 않았고, 긴 고민 끝에 스스로 채찍을 내려놓기로 했다. "부상으로 떠나게 됐지만, 박수칠 때 떠날 수 있어 만족한다. 조교사로서 백지 위에 새로운 그림을 그릴 설렘이 크다." 아쉬움보다 설렘을 먼저 꺼내는 사람. 그것이 문세영이었다.

오는 7월, 그는 신인 조교사로 다시 경마장에 선다. 경주로 위에서 말의 숨결을 온몸으로 읽어온 24년의 감각이, 이번에는 마방에서 새로운 언어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한국마사회는 오는 6월 공식 은퇴 기념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마지막 경주를 준비하던 문세영 기수의 모습은 한국마사회 KRBC 채널 <기수 문세영, 은퇴 경주를 준비하다> 시리즈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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