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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닫으니, 바다가 열렸다"…충남 보령 삽시도의 푸른 속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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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시도는 섬 워케이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탁 트인 바다는 어느 곳에서 봐도 평온하고, 멋스럽다. 사진=김세형
◇삽시도는 섬 워케이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탁 트인 바다는 어느 곳에서 봐도 평온하고, 멋스럽다. 사진=김세형

날씨가 좋아서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요즘. 꼭 한 번은 해보고 싶었던 '워케이션'을 계획했다. 일과 휴가를 동시에 즐길 수 있고 이용자 만족도도 높다고 하니, 준비 단계부터 설렘이 시작된다. 물론 회사에서 허락해줄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 'K-직장인'으로 산다는 건 회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그래도 지금 아니면 언제 해볼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용기를 내보지만, 아니나 다를까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일단 휴가를 냈다. 휴가철이 아닌 지금, 자리를 비운다고 하니 주변의 시선이 따갑다. 워케이션이 코로나19 이후 대중화되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은 '일과 휴식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것'이라는 개념보다 '휴가 중에도 일을 할 수 있다'는 인식이 커 어쩔 수 없다. 기왕 휴가지에서 일을 해야 하는 워케이션이라면 제대로 즐겨보기로 했다. 그렇게 선택한 곳은 충남 보령의 삽시도다. 바다를 품은 섬에서의 워케이션은 일과 휴가를 동시에 즐기는 것은 물론, 일상에 지쳐 잊고 있던 미소를 되찾게 하는 시간이다. 워케이션의 긍정적 역할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기업 관리자의 인식 변화와 정부의 지원책 마련, 제도화의 필요성을 실감한 시간이기도 했다.

◇삽시도에는 28석 규모의 공유오피스가 마련되어 있어 업무와 휴식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사진 왼쪽은 공유 오피스시설이며, 내부엔 카페 공간도 마련됐다. 사진=지엔씨21
◇삽시도에는 28석 규모의 공유오피스가 마련되어 있어 업무와 휴식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사진 왼쪽은 공유 오피스시설이며, 내부엔 카페 공간도 마련됐다. 사진=지엔씨21

가자 섬으로…"할 게 없어서 즐겁다"

워케이션은 일과 휴식을 동시에 경험하는 새로운 근무 제도지만 아직 대중적이지는 않다.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휴가지에서도 일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인식이 남아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리해서라도 꼭 한 번은 떠나볼 것을 추천하는 게 바로 섬 워케이션이다. 성과보다 혁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업 문화가 확산되는 시대 흐름과도 맞닿아 있는 새로운 업무 방식이자 여행법이기 때문이다.

◇삽시도에 들어가기 위한 관문인 대천연안여객선터미널은 워케이션 시작의 관문인 동시에 여행의 설렘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사진=김세형
◇삽시도에 들어가기 위한 관문인 대천연안여객선터미널은 워케이션 시작의 관문인 동시에 여행의 설렘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사진=김세형

충남 보령의 삽시도로 섬 워케이션을 떠나야 할 이유는 다양하다. 우선 직장인 중심으로 진행되던 워케이션의 범위를 프리랜서까지 확대했다. 잘 갖춰진 28석 규모의 공유 오피스는 개인과 팀 단위 모두 이용 가능하다. 펜션형 숙소가 마련돼 있어 숙박 편의성이 뛰아나고, 비용 부담도 크지 않다. 1박 2일~2박 3일은 숙박과 워케이션센터 이용 및 체험프로그램 이용까지 3만 원, 4박 5일 일정도 5만~6만 원 정도면 가능하다. 단 식사 비용을 제외하면 업무 공간과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까지 즐길 수 있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 무엇보다 인상 좋은 섬 주민들의 친절한 환대는 덤이다. 삽시도 섬 워케이션은 주말과 계절 성수기를 제외한 주중에 이용할 수 있다.

◇삽시도는 충남에서 세 번째 큰 섬으로 면적은 3.8㎢다. 대천항에서 한시간 거리에 있으며, 자동차와 함께 입도할 수도 있다. 삽시도항에 도착하면 삽시도 섬 워케이션이 시작된다. 사진=김세형
◇삽시도는 충남에서 세 번째 큰 섬으로 면적은 3.8㎢다. 대천항에서 한시간 거리에 있으며, 자동차와 함께 입도할 수도 있다. 삽시도항에 도착하면 삽시도 섬 워케이션이 시작된다. 사진=김세형

삽시도는 2023년부터 섬 워케이션 프로그램을 운영해오고 있다. 임미자 삽시도어촌체험휴양마을 사무장은 "섬 워케이션을 즐기려는 이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며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과 서비스 품질을 높이는 등 참가자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 번 방문한 이용자들의 만족도가 높아 재방문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삽시도를 찾은 섬 워케이션 이용객은 약 70여 명. 많지 않은 숫자처럼 보일 수 있지만 지역 워케이션 성과로는 상당히 높은 편에 속한다.

◇삽시도 치유의숲 둘레길에서 바라본 바다 풍경은 해무와 섬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한폭의 그림과 같다. 사진=김세형
◇삽시도 치유의숲 둘레길에서 바라본 바다 풍경은 해무와 섬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한폭의 그림과 같다. 사진=김세형

삽시도의 공유 오피스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깔끔한 시설과 카페 공간이다. 바다가 보이는 전망과 커피 한 잔의 여유는 마치 광고 속 한 장면처럼 느껴진다. 업무를 보기에도 불편함이 없다. 점심은 인근 식당에서 해결할 수 있지만, 조금 더 긴 저녁 시간을 보내기 위해 가볍게 넘어가는 것도 방법이다.

◇삽시도에서는 그물체험을 할 수 있다. 어선을 타고 바다에 나가 현지인의 생활을 직접 경험하며, 친분을 쌓은 기회가 된다. 사진제공=지엔씨21
◇삽시도에서는 그물체험을 할 수 있다. 어선을 타고 바다에 나가 현지인의 생활을 직접 경험하며, 친분을 쌓은 기회가 된다. 사진제공=지엔씨21

한낮의 햇살이 뜨거워지는 요즘 같은 계절에는 오후 5시 이후부터가 진짜 휴식의 시작이다. 노트북을 닫는 순간 눈 앞에 펼쳐진 바다와 해질녁 노을이 만들어 낸 풍경은 장관이다. 오후 6시, 드디어 휴식 시간. 삽시도를 즐기는 방법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삽시도에서 즐길 수 있는 건 다양하다. 업무가 끝난 오후 선창장 인근 방파제에서 바다 낚시를 즐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사진제공=지엔씨21
◇삽시도에서 즐길 수 있는 건 다양하다. 업무가 끝난 오후 선창장 인근 방파제에서 바다 낚시를 즐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사진제공=지엔씨21

해가 길어진 지금이라면 더욱 그렇다. 도시처럼 화려하게 즐길 수 있는 문화생활은 없지만, 그래서 오히려 섬에서의 시간은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 속에서 비로소 나를 위한 여유랄까.

◇삽시도의 주요 교통수단은 자전거다. 섬 워케이션 이용시 자건거를 대여할 수 있고, 섬 곳곳을 둘러볼 수 있다. 사진제공=지엔씨21
◇삽시도의 주요 교통수단은 자전거다. 섬 워케이션 이용시 자건거를 대여할 수 있고, 섬 곳곳을 둘러볼 수 있다. 사진제공=지엔씨21

자전거를 타고 섬 곳곳을 둘러보거나 방파제 근처에서 낚시를 즐길 수도 있다. 마을에서 조성한 치유의 숲길을 걷다 보면 몸과 마음이 천천히 정화되는 기분도 든다.

◇삽시도의 저녁 노을은 아름답다. 업무와 휴식을 동시에 즐기는 워케이션을 즐길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사진=지엔씨21
◇삽시도의 저녁 노을은 아름답다. 업무와 휴식을 동시에 즐기는 워케이션을 즐길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사진=지엔씨21

저녁 식사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최근 미식은 중요한 관광 자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삽시도에서는 지금 바지락이 제철이다. 바지락 국물요리와 김국, 자연산 회를 비롯해 현지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들이 다양하다. 여기에 식당 주인의 정겨운 인사 한마디가 더해지면 섬에서의 저녁은 더욱 특별해진다. 그리고 하나 더. 섬에서 조금 더 특별한 미식 경험을 하고 싶다면, 삽시도행 배를 타기 전 대천항 인근 정육점에서 돼지고기 같은 육류를 미리 준비해 가는 게 좋다. 섬 주민들과 나누는 작은 정은 예상하지 못한 특별한 식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고대도의 뱅부여로 불리는 곳은 지역 주민들이 독살로 사용해던 곳으로, 인생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주요 사진 명소로 손색이 없다. 사진=김세형
◇고대도의 뱅부여로 불리는 곳은 지역 주민들이 독살로 사용해던 곳으로, 인생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주요 사진 명소로 손색이 없다. 사진=김세형

워케이션이 어렵다면…2027년 섬 비엔날레에서 만나요

충남 보령의 섬 여행지가 삽시도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고대도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삽시도에서 방문을 해도 좋고, 대천항에서 떠나는 당일치기 섬 여행도 가능한 곳이다. 풍경이 아름다워 사진 찍기 좋은 곳으로도 유명하다. 고대도는 우리나라 최초의 기독교 선교가 이뤄진 섬으로 알려져 있으며, 개신교 최초의 선교 유적지로도 분류된다. 섬에는 고대도교회와 칼 귀츨라프 기념공원, 고대도 선교센터 등이 있다. 대구 동일교회가 세운 고대도 선교센터에는 다양한 역사 유물이 전시돼 있어 한국 개신교의 시작과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고대도는 크기가 작은 섬이다. 대천항에서 가까워 당일치기 여행을 할 수 있다. 사진제공=지엔씨21
◇고대도는 크기가 작은 섬이다. 대천항에서 가까워 당일치기 여행을 할 수 있다. 사진제공=지엔씨21

혹시나 삽시도나 고대도의 여행이 망설여진다면 보령에서 진행되는 김태연 작가의 '삽시도, 수많은 날들 중 하루' 전시회를 방문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다. 전시회는 보령문화원이 선정한 초대작가 개인전 형태로 5월 26일부터 5월 31일까지 보령문화의전당 기획전시실에서 진행된다. 삽시도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다보면 섬 여행의 진정한 매력을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삽시도의 섬 여행이 망설여진다면 김태연 사진작가의 '삽시도, 수많은 날들 중 하루' 전시회에서 관람하는 것을 추천한다. 김 작가의 사진전은 5월 26일부터 5월 31일까지 보령문화의전당 기획전시실에서 진행한다. 사진제공=지엔씨21
◇삽시도의 섬 여행이 망설여진다면 김태연 사진작가의 '삽시도, 수많은 날들 중 하루' 전시회에서 관람하는 것을 추천한다. 김 작가의 사진전은 5월 26일부터 5월 31일까지 보령문화의전당 기획전시실에서 진행한다. 사진제공=지엔씨21

김 작가는 "버려진 것들도 다시 아름다움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며 "작품을 통해 사람들이 바다를 다시 바라보고, 삽시도의 풍경과 시간, 그리고 그 안의 소중한 가치들을 함께 느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현재 삽시도에서 팬션을 운영하며, 삽시도의 다양한 매력을 사진으로 담고 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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