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승계를 위한 증여가 아니다. 내 자식들에게 제약업 시키지 않겠다."
잇몸 치료제 '이가탄'과 변비 치료제 '메이킨'으로 일반 소비자들에게 널리 알려진 명인제약에서 이달 초 지분 변동 상황이 발생했다. 창업주 이행명 회장이 지난 8일 두 딸에게 자신이 보유한 회사 지분(742만8000주, 50.88%) 가운데 96만 주(6.58%)를 증여한 것.
장녀 이선영 씨가 총 지분의 4.32%인 63만주를 받았고, 차녀 이자영 씨는 33만주(2.26%)를 받았다. 이 회장은 동시에 명인다문화장학재단에도 보유 주식 중 10만주(0.68%)를 증여했다. 이로써 이 회장의 지분율은 43.62%로 종전 대비 7.26%가 줄어들었다. 하지만 장녀와 차녀의 지분율은 각각 12.05%와 10.27%로 높아졌다.
그런데 이 같은 지분 증여에 대해 업계 일각에서는 '기업승계를 위한 꼼수'라는 비판을 하고 있다. 상장 후 6개월의 의무보호예수 기간 종료 1개월 후, 주가가 크게 떨어진 시점에 딸들에게 지분을 증여한 것이 결국에는 기업 승계를 위한 '절세 꼼수'라는 지적이다.
이런 지적은 지난해 10월 기업공개(IPO) 당시부터 제기됐던 의혹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행명 회장이 이끄는 명인제약은 '이가탄' '메이킨' 등 일반 약으로 성공기반을 만들었고, 현재는 조현병·우울증·파킨슨병 등 중추신경계(CNS) 전문 치료제 분야에서 업계 1위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5000억원 이상의 풍부한 유보금과 제약업계 최저 수준인 8%대의 부채비율을 유지하고 있어 IPO를 통한 외부 자금 조달의 필요성이 별로 크지 않았다.
이러한 이유로 일각에서는 명인제약이 IPO를 강행하려는 목적에 대해 '기업 승계를 위한 수순'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IPO를 통해 상장 기업에 적용되는 주식 증여 절세효과를 노린다는 내용이다.
비상장 기업일 경우 주식을 증여할 때 1주당 순자산 및 수익가치가 높게 평가될 수 있어 그만큼 많은 증여세가 나올 수 있다. 반면, 상장 기업의 주식은 증여일 전후 2개월씩 총 4개월의 평균 주가를 기준으로 증여세가 산정된다.
결국 상장 이후 주가가 낮게 유지된다면, 오너 일가의 증여세 또한 크게 줄일 수 있다. 불법이나 편법은 아니지만, 업계에서는 일종의 '절세 꼼수'라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이 회장이 두 딸에게 주식을 증여한 5월 8일 종가는 5만3800원으로, 지난해 10월 상장 당시 공모가(5만8000원)보다 밑이었다.
명인제약 주가는 지난해 10월 상장 직후 13만원대까지 치솟았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했고 현재는 5만원선마저 무너졌다. 결과적으로 개인 주주들은 주가하락으로 손실을 입었지만, 오너 일가는 절세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그러나 이행명 회장은 증여를 둘러싼 의혹과 비판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며 직접 항변했다. 이 회장은 스포츠조선과의 통화에서 "절세승계를 위한 꼼수는 아니다. 현재 내 소유 지분이 많은데, 앞으로 다 어디에 쓰겠나. 일부는 사회에 환원하고, 또 그 중 일부는 자식들에게 물려주려는 것 뿐이다. 증여한 지분도 얼마 되지 않는다. 만약 승계를 위한 것이었다면 더 왕창 줬을 것"이라며 승계를 위한 증여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상장 당시에도 목표가 기업승계가 아니라고 했다. 상장을 통한 인재 확보가 제1 목표라고 했는데, 실제로 상장 이후 많은 인재를 영입할 수 있었다. 또한 주주환원 정책도 강력하게 내놔 배당률도 액면가 대비 300%로 높였다"며 상장의 목적 또한 기업승계에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계속해서 이 회장은 "현재 주가가 공모가보다 떨어진 점에 대해서는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일부러 주가를 끌어내린 것도 아니지 않나. 현재 바이오·제약 업계가 다 좋지 않다"면서 "주가 부양을 위해서 설비 투자와 신약 개발 등 다방면의 노력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 회장은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위해 이미 회사 운영도 전문경영인에게 맡겼다. 제약산업은 정말 어려운 영역이다. 약이 하나 출하되려면 100번 손이 가야 한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어려운 제약산업을 자식들에게는 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