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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한국 아이스하키는 '정몽원 시대' 전과 후로 나뉜다.
정 회장의 설명대로였다. 정 회장 취임 전까지 한국 아이스하키의 현실은 처참했다. 남자 대표팀 랭킹은 28위, 여자는 26위에 불과했다. 아시아에서도 변방이었던 한국 아이스하키를 주목하는 이는 없었다. 한 아이스하키 전문 기자는 "캐나가가 올림픽에서 한국과 맞붙으면 162대0으로 이길 것"이라고 조롱할 정도였다. 이대로라면 홈에서 펼쳐지는 평창올림픽에도 나설 수 없는 상황이었다. 2012년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은 "한국 아이스하키가 올림픽에 나서기 위해서는 남자 랭깅 18위, 여자 16위 안에 들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사실상 불가능한 미션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대로 주저 앉을 수는 없었다. 정 회장이 팔을 걷어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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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2016년 34년만에 일본을 격파하고, 동계아시안게임 사상 첫 은메달 획득 등 상승곡선을 그리던 남자 아이스하키의 하이라이트는 '키예프의 기적'이었다. IIHF 디비전1 그룹B(3부리그)에 불과했던 남자 대표팀은 2017년 4월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열린 디비전1 그룹A(2부리그)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월드챔피언십(1부리그) 진출에 성공했다. 3부리그에 있던 팀이 단 2년만에 월드챔피언십에 오른 것은 100년 가까운 아이스하기 역사를 따져도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톱디비전을 경험한 나라는 전 세계에 19개에 불과하다. 정 회장은 준우승을 차지한 날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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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회장은 떠나는 순간까지 한국 아이스하키를 걱정하고, 응원했다. 그는 "회장 자리에서 물러나는 저의 존재가 많은 결실을 맺게 하는 밀알 한 톨과 같았으면 한다"며 "회장직에서 물러나지만 아이스하키와 맺은 아름다운 인연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한번 아이스하키인은 영원한 아이스하키인'이 나의 지론이다. 앞으로도 한국 아이스하키의 끊임없는 진전을 지켜보고 응원하며,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기꺼이 힘을 보태겠다"고 했다. 정 회장의 노고를 누구보다 잘 아는 하키인들은 뜨거운 박수로 그를 보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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