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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체육홍보대사'개그우먼 김민경X박소영 파라아이스하키 '입덕완료'[현장리포트]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22-01-10 17:15 | 최종수정 2022-01-11 05:36


개그우먼 김민경(오른쪽)이 8일 강릉하키센터에서 장애인아이스하키 체험 중 '빙판 메시' 정승환의 어시스트로 골으 넣은 후 기뻐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

한민수 장애인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 감독(왼쪽 끝)이 8일 강릉하키센터에서 개그우먼 박소영(가운데), 김민경에게 기본기를 가르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

"처음엔 무서웠는데 너무 재미있어요! 자신감이 생기네요. 하하."

8일 오전 9시 강원도 강릉올림픽파크 강릉하키센터, 장애인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 훈련이 없는 주말 아침 아이스링크의 적막을 깨뜨리는 '하이톤' 웃음소리가 청량하게 울려퍼졌다.

'대한장애인체육회 홍보대사' 개그우먼 김민경과 박소영이 한겨울 이른 아침 강릉하키센터를 찾았다. 이들은 2020년부터 대한장애인체육회가 제작지원하는 방송사 유튜브 콘텐츠 '패럴림픽 경영수업'을 통해 골볼, 보치아 등 다양한 장애인 스포츠 종목을 직접 체험하고 소개해왔다. 두 사람의 이름 끝자리, '경'과 '영'을 딴 '경영수업'은 장애인 국가대표들과 함께 하는 체험과 대결 형식으로, 3월 베이징동계패럴림픽을 앞두고 이들은 장애인아이스하키 클래스에 야심차게 도전했다.

'동계패럴림픽의 꽃' 장애인아이스하키는 하반신 절단, 마비 장애인들이 스케이트 대신 양날 썰매를 타고 승부를 겨루는 경기다. 1994년 릴레함메르 대회서 첫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뒤 패럴림픽에서 가장 인기 높은 종목이다. '아시아 최강' 대한민국의 세계랭킹은 미국, 캐나다, 러시아에 이어 4위. 4년 전 평창패럴림픽에서 사상 첫 동메달을 획득했고 '평창 캡틴' 출신 한민수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베이징에서 2연속 메달 사냥에 나선다.



'코리아(KOREA)' 유니폼, 썰매, 헬멧, 스틱 등 완벽한 '국대 착장'을 갖춘 김민경과 박소영이 씩씩하게 얼음판에 들어섰다. 한 감독과 '캡틴' 장종호, '빙판 메시' 정승환, '신흥 에이스' 최시우, 류지현이 '1타 강사'를 자청했다. 썰매 타는 법, 스틱 다루기, 패스, 드리블 등 기본기 교육 후 곧바로 실전에 투입됐다.


팀 김민경: 정승환-최시우-김민경

팀 박소영: 박소영-류지현-장종호

이날 경기의 심판을 맡은 김태호 장애인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 코치가 페이스오프를 위해 김민경과 박소영 사이에 퍽을 떨어뜨리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
한치 양보 없는 3대3 맞대결, '김민경팀'엔 정승환, 최시우가, '박소영팀'엔 장종호, 류지현이 선발됐다. '비장애인 국대' 출신 김태호 대표팀 코치가 심판, 한 감독이 김선근 아나운서와 함께 중계 해설자로 나섰다. 전후반 각 5분, 선수들은 도울 뿐, 김민경과 박소영의 골만 점수로 인정한다는 '게임의 법칙'에 따라 골리 없는 골문 앞 '최전방 공격수' 김민경과 박소영이 늠름하게 포진했다.


박소영  사진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
전반 1분만에 '박소영팀' 장종호의 중거리 슈팅이 골망을 꿰뚫었다. 박소영이 "내 스틱을 분명히 스쳤다"고 우겼지만 비디오 판독을 피할 수 없었다. 노골이 선언됐다. 썰매 초보들이 수시로 우당탕탕 얼음판에 넘어질 때마다 국대 에이스들이 빛의 속도로 달려왔다. 퍽을 받으려던 김민경이 '기우뚱' 중심을 잃고 쓰러지자 상대팀 류지현이 질풍처럼 달려왔다. 내팀 네팀 없는 동료애, 썰매를 밀고 당겨 골대 앞 정중앙에 '재주차'시키기를 수차례, 국대들의 '발레파킹' 신공에 웃음이 터졌다. 팽팽했던 균형은 전반 종료 직전 깨졌다. 월드클래스 공격수, '로켓맨' 정승환이 유려한 드리블로 김민경의 스틱 바로 앞에 '택배' 어시스트를 건넸다. 김민경의 논스톱 슈팅이 작렬했다. 짜릿한 손맛, 김민경이 정승환, 최시우와 스틱을 부딪치며 선제골의 기쁨을 만끽했다. 박소영팀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박소영의 필사적인 '원샷원킬' 슈팅이 골문으로 빨려들자 이번엔 장종호와 류지현이 환호했다.


선제골 후 기뻐하는 김민경.  사진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
넘어지면서 배운다는 말대로 김민경은 어느새 도움 없이 중심을 잡고 썰매를 일으킬 경지에 이르렀다. 김민경의 '1등 도우미', '패스마스터' 정승환은 "퍽을 정확하게 조준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데 처음치곤 굉장히 잘하는 편"이라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한 감독 역시 "스스로 일어나는 모습에 감동받았다. 열정과 의지가 있는 분"이라며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박소영은 "처음엔 무서웠는데 하다 보니 너무 재미있었다"는 체험 소감을 전했다. "도전하다보니 자신감도 생긴다. 난 허약체질이고 운동신경도 별로 없어서 걱정했는데, 오늘 함께 하면서 나도 해낼 수 있다고 느꼈다. 자존감이 높아졌다"고 했다. 몸 사리지 않는 '운동 열정'에 한 감독이 스카우트 욕심을 냈다. "가르쳐 주고픈 욕심이 생긴다. 동호회 팀도 있는데 한번 계속 해보는 게 어떠냐"며 깜짝 제안을 건넸다. 김민경도 장애인아이스하키의 매력에 푹 빠졌다. "정승환 선수 어시스트 한번에 골도 넣고…, 국가대표는 역시 국가대표더라"며 혀를 내둘렀다. "평창기념재단의 파라아이스하키 아카데미가 잘 운영되고 있다고 들었다. 누구나 배울 수 있는 체계가 잘 갖춰져 있다. 우리의 도전을 보시고, 많은 분들이 꼭 체험해보면 좋겠다"는 바람도 잊지 않았다.


개그우먼 김민경이 8일 강릉하키센터에서 한민수 장애인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 감독에게 썰매 기본기를 배우고 있다.사진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


사진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
그녀들의 유쾌한 에너지에 국가대표들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한 감독은 "평소 좋아하던 개그맨들이 즐겁게 썰매를 타는 모습을 보며 뿌듯했다. 장애인아이스하키뿐만 아니라 더 많은 장애인 스포츠 종목들이 국민 여러분께 더 많이 알려지고, 함께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시간들이 더 많아졌으면 한다"는 소망을 전했다. "무엇보다 우리 선수들이 고된 훈련중에 좋은 에너지를 받았다. 응원에 힘입어 베이징패럴림픽에선 평창 때 못 이룬 결승 진출을 목표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4년 전 이탈리아를 꺾고 사상 첫 동메달을 획득하고, 목놓아 애국가를 불렀던 평창의 그날, 바로 그 자리에서 다시 꿈을 꾸기 시작했다. "2022년 베이징패럴림픽, 장애인아이스하키 파이팅!"

한편 김민경과 박소영의 장애인아이스하키, 장애인컬링 도전을 담은 '패럴림픽 경영수업'은 KBS스포츠 유튜브 채널을 통해 20일, 27일 공개될 예정이다.
강릉=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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